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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19. 2024

조카가 물었다. “이모, 혼자 살면 심심하지 않아요?”

어느 날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는데 초등학생 조카가 내게 물었다.

“이모, 이모는 서울에서 혼자 사는 거죠?”

나는 대답한다.

“응, 혼자 살지”

그러자 조카가 말을 이어간다.

“이모, 혼자 살면 심심하지 않아요? 난 너무 심심할 거 같은데”


혼자면 심심하지 않냐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심심한가?’하고 생각해보는데 결국 대답은 “아니요”이다. 사람의 성향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혼자인게 왜 심심한 것과 연결되는지 난 잘 모르겠다.


혼자라서 심심하다는 사람들은 아마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일 거다. MBTI를 좋아하진 않지만 내 MBTI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요소 중 하나가 내향형 (I=introvert)이라는 것이다. 즉, 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일 때 에너지가 샘솟는 사람인 거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과의 만남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함께하면 즐겁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같이 놀고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과 지내고 집에 돌아오면 난 항상 너무 지쳐 있다. 그렇기에 혼자 할 일이 있고,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가 내향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할 때 혼자인게 좋다. 혼자라도 할 일은 언제나 있기에 혼자라서 심심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혼자라도 할 것은 정말 많다. 난 딱히 집순이 인 것은 아니다. 혼자서 외출도 잘한다. 무언가를 하는데 굳이 누군가와 같이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밥을 먹는데 왜 함께 먹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물론 함께 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들도 있다) 영화를 보는데 왜 함께 영화를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영화관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함께 보면 좋은 점도 있다. 끝나고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나누며 극장을 떠날 수 있다는 것 정도. 그 외에는 어차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순간은 나 혼자 집중하는 시간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왜 영화를 함께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일들이 물론 함께하면 더 즐거울 수도 있겠지만, 꼭 함께해야 하는 일은 많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홀로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게 있어서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건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오롯이 나만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도 신경 써야 하지 않는가. 어쩌면 나는 사람들에게 감정들을 소모하는데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에서 아마도 혼자 자유로이 내 마음 가는 대로 무언가를 즐기는 게 더 좋은 거 같다. 타인에 대해 신경쓰는 것보다 혼자서만 맘 편히 즐기고 싶어하는 나는 어쩌면 이기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기적(利己的): 제 한 몸의 이익만 차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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