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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18. 2024

분리불안의 아이는 자라서 독립을 합니다

Chapter 1. 

혼자면 심심하지 않아?


혼자면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혼자인 것과 심심한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난 혼자여도 할 일이 너무 많은 데 말이다.

혹시 내가 내향형 인간이라 그런 걸까?



분리불안의 아이는 자라서 독립을 합니다


내가 언제나 혼자에 익숙하고 잘 지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혼자 지내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게 문제가 되어 만 6세에 폐쇄병동에 입원까지 했던 아이였다. 나는 심한 분리불안장애로 정신과에서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90년대의 치료는 지금의 그것과는 제법 달라서 조금은 극단적인 치료법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나의 분리불안은 온전히 치료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치료효과는 있었을 거라고 믿고는 싶다. 나름 고생했으니 말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주변에 “조력자”와 같은 존재가 있는 경우에만 나는 안정되었다. 언제부터 괜찮아졌던 걸까? 정확히 언제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저 어느 순간 나는 혼자가 더 편한 어른이 되었고 혼자 지내는 것이 괜찮아졌다.


어릴 때 분리불안으로 엄마가 없으면 울기만 하던 아이는 자라면서 주변에 조력자 없이는 불안 증세와 우울증에 빠지고 다시 괜찮아지는 과정들을 반복하였고 이러한 반복적인 경험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 듯하다. 정신건강의학이나 심리학에서 이게 가능하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우울과 불안증세가 악화되기 시작할 때 그 느낌을 안다. 더 나빠지게 만드는 나의 행동이나 상태가 어떤지도 알고, 그렇기에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애써서 스스로의 상태를 조절한다. (전문가와의 상담과 함께 물론 약물의 도움도 받는다.) 나는 그렇게 분리불안의 문제들을 조력자들의 존재와 부재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스스로 홀로서기를 배워 나간 것 같다.


엄마 껌딱지였지만, 지금은 엄마와 일주일을 함께 지내라고 하면 쉽지 않다. 각자의 생활이 다르기 때문이라 하겠다. 물론 엄마라는 존재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주는 안정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 따뜻함을 부정하거나 거부한다는 게 아니다. 그저 홀로 생활할 때 오롯이 내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에 혼자 있는 게 더 편하다는 얘기이다.


가족들이나 날 어릴 적부터 알았던 정신과 선생님은 종종 놀라곤 한다. 내가 이렇게 독립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들 한다. 정신과 선생님은 90년대에 날 치료하던 당시, 부모님께 내가 고등학교조차 졸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이 아이는 사회생활을 못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었다 들었다. 그래서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고 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그저 고맙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때의 정신과 의사가 돌팔이가 아니냐고? 한국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분이셨다. 그저 정신건강의학이 계속해서 변하고 발전하고 있는 중이고, 그분은 그 당시의 기준으로 나를 진단했을 뿐인 거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할 거라 의사가 말했던 아이는 자라서, 대학교를 가고, 대학원을 가고 박사학위까지 받게 되고 홀로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며 살아가기도 했다.


불안과 우울을 이겨내기 위해 애썼던 그 많은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우울에 빠져해 왔던 수많은 생각들이 나 자신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게 만들어줬다. 내가 나를 알 수 있게 해 줬고, 나로 살아가는 길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릴 적 가졌던 불안들이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셈이다. 혼자는 불안했던 아이는 이제는 혼자라도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의 세상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어엿한 어른으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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