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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27. 2024

다시 약을 먹고, 한 주간 힘을 내보았다

지난 주말쯤부터 다시 약을 복용했다. 우선은 전에 먹다 남았던 약을 뒤져 먹기 시작했다. 병원은 아직 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플라시보인지 약을 먹고 이틀쯤 뒤부터는 조금 생활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 계속해야겠다는 마음들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데 노션을 열고는 스케줄러에 하루하루 계획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일상 속 습관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어나갔다. 영어 공부, 베이스 레슨,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등과 같이 취미생활과 내가 즐기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서 멈췄던 많은 것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적어나갔다.


그렇게 계획을 세워두니, 아침에 보다 쉽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려던 것이 있으니 바로 일어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생각한 전공공부를 30분 남짓 하기 시작했다. 전공 공부를 하고는 다시 하겠다고 마음먹은 영어 글쓰기를 짧게 하고, 영어 책으로 새로운 영어 표현을 수첩에 적었다. 그렇게 아침에 간단한 공부를 하고 출근을 한다. 출근해서 오피스에 도착하면, 그날의 계획표를 다시 점검한다. 그런 후, 계획대로 바로 실험을 시작한다. 점심과 저녁은 전날 또는 아침에 만들어둔 도시락으로 먹는다. 직접 생각하고 만든 건강 도시락이라 요즘 좋지 않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도시락을 먹고 간식도 최대한 건강한 것으로 먹는다. 하루견과와 같은 것 말이다.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해낸 후, 집으로 돌아온다.


한동안 엉망이던 집은 약을 먹고 기운이 나면서 조금씩 정리해 나갔다. 너저분하게 여기저기 있는 물건들을 필요한 곳에 정리하고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리며 치워나갔다. 집이 정리되는 것만으로 마음도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컨디션에 따라 내 주변의 정리정돈 상태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치우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아, 심할 때는 정말 돼지우리 같은 곳이 되어버리고 침대에 누운 채 그것들을 바라보며 보다 더 자기혐오에 빠져들곤 한다. 다행히도 이번엔 그런 돼지우리까지 되진 않은 상태에서 다시 깨끗하게 되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워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면서 내가 무얼 보고 있는지 집중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보며 시간을 때우다가 잠들곤 했다. 이제는 폰을 제쳐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가벼운 읽기 쉬운 소설책으로 시작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책이라 금세 한 권을 읽었다. 그렇게 읽어내니, 다른 책도 바로 읽어지고 싶어져 읽다 말았던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렇게 밤마다 자기 전 책을 읽는다. 영상에 비해 자극이 덜하니, 수면의 취하기 전 뇌 건강에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그걸 멈추고 잠들기가 쉽지 않다. 어젯밤에도 새로운 책을 읽다가 12시 취침을 하고자 했으나 1시 반까지 읽고 말았다. 억지로 책을 덮고 자야 했다.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영어회화를 위한 모임들에 갔다.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었다. 내 일상에서는 사람과의 대화가 굉장히 적다. 하루에 대화 상대가 한 명뿐이다. 그러니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약을 내 맘대로 끊은 후, 사람과 소통이 어려웠는데 약을 다시 복용하고 기분이 한결 나아지니 영어회화 모임에 가서도 사람들과의 소통이 제법 원활했다. 그렇게 퇴근 후, 두 시간 가까운 영어 모임에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지만 그래도 할 일을 했다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병원에도 드디어 다녀왔다. 남은 약이 있었기에 그 약만을 먹으며 버텨왔지만, 시간을 내어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담당선생님께, 약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의 내 증상들에 대해 적어온 것을 말하면서 병원을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약을 먹지 않은 상태와 먹은 상태의 증상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얘기하면서, 약을 한번 전보다 줄여보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복용하던 약을 절반으로 줄여주었다. 병원을 다녀오면, 전문가가 나를 확인한 것이니 내 상태에 대해 조금 안심되는 그런 기분이 든다. 병원을 다녀오면, 병원을 직접 찾아간 내가 나를 챙기는 듯한 느낌에 괜스레 난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을 믿고 싶다.


약을 다시 먹으면서 내 생활은 다시 괜찮아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에너지가 없어 움직이질 않았었는데,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이제 운동을 시작해보려 한다. 운동을 하면 삶에 활력이 생긴다고 들 하지 않는가. 에너지 충만한 활력 가득한 삶을 위해 움직이고 움직여야지. 지금은 그 정도의 힘은 생겨난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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