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마담 Oct 18. 2023

농활의 추억 2 : 폐가와 수박밭

내 기억에 남아있는, 그때의 폐가 모습과 가장 비슷한 풍경이다.


춘하추동으로, 1년에 4번 있었던 농활 중에-

가장 메인은, 역시 "여름"의 농활이었는데..


봄, 가을은 학기 중이기도 했거니와-

겨울에는 대단한 농사일도 없는 시기였던지라,

이 때는 주말을 이용해서 짧게! 농활을 다녀왔다면..


여름에는, 방학 기간 중에-

보통 열흘에서 보름 정도 다녀왔으니..


여름 농활에 대한 추억이 가장 많은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이라고 하겠다.




그 중에서도, 3학년 때의 여름 농활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데..


학회장이었던 내가 거의 주도했던!!

농활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사건 사고가 만발했기 때문!! 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많은 사건 사고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청평사 MT를 같이 갔던,
후배들과.. 멤버가 거의 겹친다! ㅋ)


보통 농활을 가게 되면,

지역 농민들이 사시는 집의 빈 방을 빌려서-

거기에서 숙식을 해결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농활을 같이 간 멤버들이

여러 집으로 나뉘어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얹혀 지내게 되는,

농민 분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기에-

행동 하나하나까지, 모든 면에서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마침 그때는..

동네에 비어 있는 폐가가 하나 있다고-

거기를 치우고 지내도 좋다고 하시는 거다.


완전 독채에-

우리끼리 모여서, 다 함께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모두가 콜! 을 외쳤는데..


도착 첫날.

그 폐가를 청소하면서부터.. 흑흑~

우리의 농활은 사건 사고로 점철되고야 말았다;;;




오래 비어있던 폐가를 치우다보니,

쥐와 벌레들이 난무했던 것은 기본이었고..


죽은 고양이의 말라붙은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으며,

찢어진 장판 밑으로는 구더기까지.. ㅠㅠ


거의 울면서, 그 모든 것들을..

치우면서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여대에 다닌다는 것은, 이런 일들을 모두!
우리끼리 스스로 다 알아서 해야 한다는!!
엄청난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ㅋ)


그렇게 꼬박 하루를, 모두가 달라붙어서-

간신히 폐가를 청소하고, 좀 살만해지고 나니..


그 다음에는, 모기떼의 습격이 시작되었는데!!


집 주변으로 무성해진 잡초와 쓰레기들까지,

모두 다 치울 수는 없었던 데다가-

우리에겐 모기장 같은, 방패(?!)도 전무했으니..


아무리 모기향을 피워대고, 연기를 피워봐도,

그 엄청난 습격!! 은 감당하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밤마다.. 우리는 모두가!

엄청나게 많은 헌혈(?!) 을 당해야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버린 후배를 비롯해서-

각자 어디에, 얼마나 물렸는지.. 살피게 됐는데..


그게 또, 뭐가 그리 재미 있었는지-

서로 놀리면서, 많이 웃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ㅋ


나의 경우에는,  

이불을 칭칭- 감고 자는 습관 때문에..


주로, 이불 밖으로 빼꼼- 삐져나왔던 발이,

모기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었는데!!


나중에 세어보니, 발 하나에 물린 자국이

무려 3-40개에 달했을 정도였고-

그로 인해, 발이 퉁퉁- 붓고, 너무 간지러워서..


걷기가 힘들었음은 물론이고,

발의 모양도 이상하게 끔찍해져서..

정말 인간의 발이 아니었다. ㅠㅠ





그 여름의 농활에서 우리는,

"수박밭" 에서 일을 했었는데..


흠이 나거나 깨져서, 내다 팔 수 없는-

수박들은 모두 우리의 간식이 되었기에..


정말 질리도록 많은 수박을 먹었고, 나중에는-

수박으로 축구까지 했던.. 그런 기억도 난다. ㅎㅎ


그리고, 농활 기간 중에-

우리 학과장 교수님이 응원 차, 방문하셨는데..


하필이면, 양손에 수박을 두통이나!!

또 사들고 오시는 바람에.. 우웩!


다들 얼마나 질렸는지.. 한동안 수박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을 정도였다. ㅋㅋ





마지막으로, 화장실도.. ㅠㅠ

흙과 나무로 만들어진 푸세식이었기에-


얼마나 낡고 위험해(?!) 보였는지,

화장실에 갈 때, 2인 1조는 기본이었고..


왠만하면 참고, 버티다 보니!!

모두가 지독한 변비에 시달렸는데..


나중에, 열흘의 농활이 끝나고-

안동대학교에서 정리 집회까지 모두 마친 후..


(보통은, 정리 집회까지 마치면 밤 늦은
시간이 되는지라, 안동대 강의실 안에서..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1박을 한 후에-
다음날 아침, 서울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원래는 안동대에서 1박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따로 여관을 잡아서..


화장실에 대한 민생고를 해결하느라,

여관의 변기통이 거의 터져나갔다는..

웃픈 후일담도 있다. ㅋㅋㅋ




이제 와,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니..

힘들었던 일들까지 모두 다-

그저 재미있는 추억으로 가슴에 남아서,

그 시절의 우리가.. 한없이 그립기만 하다.


이전 13화 농활의 추억 1 : 고추밭과 대마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