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버지의 상투과자와 엄마의 순대

by 황마담
아버지와 엄마의 젊은 시절, 참 예뻤다^^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때로는 같이 갔던 장소로..

때로는 같이 먹었던 음식으로..

때로는 같이 들었던 노래로..

때로는 그 사람 고유의 냄새로..

그렇게 오래- 기억되는 것 같은데..


우리 아버지와 엄마는.. 나에게, 늘..

상투과자 (밤과자)와 순대로 기억된다.



아버지의 상투과자와 엄마의 순대.


내가 어릴 때, 일 하느라 너무 바빠서-

얼굴도 보기 힘들었던 우리 아버지는..


귀가할 때면 늘- 미안했는지..

우리를 위해, 간식거리를 사들고 오셨는데-


그 중에 젤 많이 사왔던 게.. 상투과자였다.


아버지는.. 우리가 잘 때 퇴근했다가,

깨기도 전에 출근을 하는 날이 많아서-

서로 얼굴을 못 보는 날도 태반이었는데..


그런 날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상투과자를 보면-

아버지가 왔다 가셨구나.. 생각했을 정도 였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지금껏, 일체의 군것짓을 하지 않는-


오직 "밥순이" 스타일이었는데.. 딱 하나!

예외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순대. 였다.


시장을 보러 가면, 늘..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또는 포장을 해 와서..

엄마는 순대를 참 맛있게도 잘 드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빈혈이 심했던 엄마에게..
순대는 보약.. 같은 음식이었을 것도 같다.)


그렇게 자란 탓인지.. 나는 지금까지도 줄곧,

상투과자와 순대를 유난히 좋아할 뿐더러-

먹으면서 항상.. 엄마와 아버지를 떠올린다.




지난 명절의 일이다.


부모님 집에 갔다가-

조카들의 간식을 사러, 근처 마트에 들렀는데..


거기서, 상투과자를 발견한 나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사서, 집으로 들고 갔더랬다.


그런데, 글쎄.. 그걸 본 동생들이 모두!

나와 똑같은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었던 거다!!


가족의 동질감으로,

새삼 가슴이 벅차올랐던 그날…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상투과자를 정말 맛있게 나눠 먹었다^^


동생들아~ 다음엔 순대다! ㅎㅎㅎ

keyword
이전 14화공주님과 무수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