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까막까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만복 Jun 20. 2022

상실 2

서른여덟 번째 시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쳤어요. 팔에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었죠. 모처럼 좋은 향의 비누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어요. 가볍게 체조를 하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도 만들어 먹었죠. 커피 잔은 두 개였지만, 두 잔의 커피 모두 내가 마셔버렸어요.


밖을 나가보니 눈이 와있었어요. 집으로 나있는 발자국은 4개였지만, 집 밖으로 난 발자국은 분명 2개였어요. 내 신발에 차가운 눈이 붙지 않도록 누군가 먼저 발자국을 내준 모양이에요. 온 세상이 하얬어요. 나는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이 숲의 하루는 너무나 짧아요.


언젠가 다시 발자국이 돌아올 즈음, 따뜻한 모닥불에서 차를 나눠 마시고 따뜻한 품 안에서 잠들 수 있겠지요. 만약 여기서 누가 울기라도 한다면 소중한 밤들이 금세 지나가겠죠. 다시 계절이 지나 나의 문을 두드려 주기를.


나의 눈사람

당신의 여행이 결코 길지 않길

매거진의 이전글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