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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고 Jan 26. 2024

금요 서울 둘레길 마음 챙김 걷기

2회 차 후기

일시: 2024년 1월 26일

참석자: 아리님, 박성인님, 걷고 (총 세 명)    

 

 처음 나오는 박성인님은 아리님의 참가 신청 덕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처음 나오는 데 길 안내자 외에 다른 참가자가 없다면 불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리님은 박성인님과 나를 연결해 준 가교 역할을 한 고마운 사람이다. 아리님도 처음 참석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처음 나오는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리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전한다.  

    

 길을 함께 걷는 것은 이상한 마법이 있다. 처음 나온 사람도 쉽게 어울리며 금방 친해진다. 자연이 베푸는 영향도 있고,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동지 의식이 덕분일 수도 있다. 그리고 걷기를 마친 후에는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참 소중한 인연이다. 길을 걷기 시작하며 죽음에 대해 얘기를 한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언제든 할 수 있다. 미련과 후회 없는 삶을 살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가 걷는 이유도 잘 살고, 잘 죽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다. 주무시다 편안하게 영면에 드신 분 얘기를 하며 그런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발의 감각에 집중하며 30분간 침묵 속에서 걷는다. 발의 온기가 많이 느껴진다. 양말 안의 발가락 움직임도 느끼고, 발 앞부분이 등산화에 닿는 느낌도 있고, 날카로운 돌을 밟은 후 느껴지는 기분 좋은 고통도 느껴진다. 아리님은 등산화 안에 아주 작은 돌 부스러기가 들어와 집중이 깨지는 것을 느끼며 아주 사소한 일이 일상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멋진 통찰이다. 박성인님은 평상시 생각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하며 한 순간 집중도 어려웠다고 한다. 고요한 마음 위로 떠오른 잡념들이다. 잡념이 많으면 많을수록 고요함이 그만큼 깊어진 것이다. 평상시 많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는 모습을 발견한 박성인님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수많은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생각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찾게 된다. 이어서 청각에 집중하며 30분간 침묵 속에서 걷는다. 그리고 끝나는 시점에서 띵샤 소리를 들으며 함께 청각 집중 명상을 한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띵샤의 울림이 편안하다.     

 

 오늘 약 3시간 반 정도 걸었다.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느낌을 나눴다. 들숨 날숨에 숫자를 붙이며 순관과 역관으로 열까지 수를 세는 수식관 방법을 말씀드렸다. 일주일 후에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수식관 수행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누리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생각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걸으며 발의 감각과 청각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고, 호흡하며 숫자를 붙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면 마음속 평온한 공간이 드러난다. 그 공간 속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나가면 저절로 생각과 감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참 자아가 드러난다. 명상의 효과, 명상하는 이유, 걷기 명상의 중요성 등에 대해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준비해서 설명회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좀  더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오늘 참석한 두 사람은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불교 입문 과정을 공부하겠다고 한다. 기쁜 소식이다. 입문 과정 마친 후 회향을 기념하기 위해 봉정암에 다녀오기로 약속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굳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 서울 둘레길을 꾸준히 걷고, 차 한 잔 마시며 의견을 나누다 보면 저절로 가야 할 방향이 나온다. 따라서 일부러 애쓸 필요가 없다. 이루어질 일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다만 자기중심적 사고만 내려놓으면 된다.      


 굳이 왜 모든 생각을 없애야 하는가? 우리 생각의 목적은 자기 보호에 있다. 몸을 지닌 우리는 자신의 몸을 보호해야만 한다. 우리의 뇌 역시 자기 보호가 최우선이다. 따라서 웃으면 뇌는 우리가 행복한 줄 안다. 그러기에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자기 보호는 결국 이기심으로 연결된다. 결국 우리의 생각, 판단, 사고, 의식 등은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자신을 위한 이기심이 우리를 지켜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자기를 괴롭히는 실존적 딜레마를 안고 우리는 살아간다. 몸을 지닌 우리네 삶의 실상이다. 매 순간 이기심을 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발의 감각과 청각에 집중하는 시간 그리고 수식관을 하는 그 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 즉 이기심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이 평온의 힘으로 삶의 전장에 나가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된다. 물론 언젠가는 평온의 공간이 확장되고 시간이 늘어나며 이기심이 모두 사라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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