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보다

by 은가비

스무살이 된 재수생 아들이

언제 철드나

늘 고심하고 마음 졸이는 어미는


어느 날

술 마시고 들어와 나를 안아주며

그동안 엄마에게 너무 못되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눈물 찔끔 흘리며 하는 말에

희망을 본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놀라웠다.

너에게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었구나.


며칠 못가는 희망일지라도

붙들고 싶은 마음

찰나인 순간이라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부모는 늘 자식에게 속아주는거다

그렇게 사는거다.


자식이 잘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내가 기대는 신에게도 빌고

달에게도 빌고

들어만 주신다면 온갖 신과 만물에게

빌고 싶은

그게 부모 마음이다.


성인이 되서

술잔 같이 기울이는 날은 잦아졌는데

여전히 몸만 자랐음을 보면서

이 아이가

속이 채워지려면

부모로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날을 속앓이하며

보내야 할까 아득하다.


내가 감당해야하는 무게가 얼마나 더

남았을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부모는 눈 감을 때까지

자식 걱정이라는데

허락없이 세상에 내 놓았으니

책임져야지.


온전한 어른으로 자라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사는 모습 계속 보여주고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아도

그렇게 해야지.

콩나물 시루에서 물이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자라듯

내 노력과 애씀도 어딘가에는 남아

아이들이 자라는 양분이 되었으리라고

믿는 수밖에.



죽을 때까지

내가 사랑할 존재들.

죽도록 사랑하는 존재들.


자식 키우는 부모는

함부로 지치면 안된다.

쉽지 않은 길

부모의 삶

이 모든 것이 그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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