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
결혼을 한지 순식간에 1년 하고도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결혼식이 있던 그날, 1년이 지나면 소감문 따위를 작성하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 순간인 것 같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총각시절, 장가를 먼저 간 선배 혹은 친구들은 결혼에 대해 나에게 항상 부정적인 말을 내뱉곤 했다.
"결혼 왜 하려 해?"
"이왕 할 거면 최대한 늦춰서 해"
"결혼은 미친 짓이야!"
정말 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물론 저들의 이야기가 결혼을 하는데 큰 장애 요소는 아니었지만 왜 다들 저런 소리를 할까라는 궁금증은 많았다.
결혼 후 포기하게 되는 것들
결혼을 하게 되니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한 달에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게 되고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만남도 줄어든다. 퇴근 후 친구들과의 모임, 혼자만의 시간, 여행, 갖고 싶은 거 flex 등등 일상이었던 순간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특별한 일이 되어 버린다. 부부는 둘이 아니라 하나기 때문에 모든 일의 우선순위를 와이프에게 맞추기 때문이다. 총각시절에 걱정을 많이 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인데 신혼 초반에 약간 불평? 불만? 같은 것들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나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이러한 생활이 적응되었다.
포기해서 얻게 되는 것들
총각시절을 포기해서 얻게 되는 것도 물론 많다. 개인적 소비를 줄인 대신 함께 해서 저축량이 늘어나고, 여자 친구와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같이 장을 보고 음식도 만들어해 먹고, 서로의 부모님께 잘 보이기 위해 대접도 해드리며 뭔가 못했던 효도도 하는 것 같고, 빨래한 옷을 함께 개키고, 밤에 재미있는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야식도 먹고, 이런 단순한 일상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또한 뭔가 그동안 부모 밑에서 얹혀살다 완전히 독립해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물론 결혼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군대 시절 나의 소대장이었던 형님에게 한 번은 결혼에 대한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을 살면 나 한 명도 간수하기 힘든데,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 한 명을 더 케어해야 하고 가장이 되어 가정을 이끌어 나간다는 게 부담이 되고 자신이 없네요.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나가도 친구랑 갔을 때와 여자 친구랑 나갔을 때 그 부담감 차이는 어마어마해요"
"아냐~. 나도 원래 그렇게 생각했거든? 지금은 내가 와이프에게 의지해~~"
이게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결혼하고 1년이 지나니 공감이 되는 말이다. 와이프는 내게 가지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 내가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라면 와이프는 굉장히 외향적인 성향이기 때문에 가끔 같이 있어서 든든할 때가 많다. 또 평소 나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나 아픔을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인데 와이프가 생기니 이런 부분도 감정적으로 공유가 되니 좋았다.
한 가지 일화로 지난 신혼여행 때 피렌체에서 징글징글한 집시 일당을 만났는데 나 혼자서는 어떻게 감당되겠지만 많은 짐과 와이프까지 챙겨야 해서 벌써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근데 와이프가 오히려 그 집시들을 향해서 위협을 하고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았다. 오! 내가 케어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또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에 기특했다. 이후 숙소에서 물어보았다
"슈키야 그 집시들 안 무서웠어?"
"당연히 무서웠지, 근데 오빠 있으니까 덤볐어~!"
이런 걸 보면 부부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를 해서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벌써 1년
핸드폰에서 지난 1년간의 앨범을 본다. 마치 좋은 펜션에서 1년간 장기 숙박을 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는 근거겠지. 물론 슬하에 아이가 생기면 또 다른 인생 벌스를 맞이하겠지만 지난 1년간을 돌이켜 보면 참 재미있고 행복했다. 1주년을 기념하여 집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매년 기념일마다 이렇게 사진을 남겨 추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좀 더 내면에 솔직하기로 했다. 그래서 총각 친구 동생들에게 말한다.
"아니? 나는 결혼하니까 좋기만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