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가장 친해지는 방법, 아침의 카페
문을 열고 타야 하는 신기한 엘리베이터가 있다. 여닫이 문을 열면 좁고 네모난 공간이 나오는데 겨우 성인 두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문을 꼭 닫고 층수를 누른 후 도착하면 다시 반대 방향의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포르투에서 머물던 숙소 건물에는 이렇게 희한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허둥지둥거리며 열리는 문을 찾고 버튼을 몇 번이나 잘못 누르며 낯선 장소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도시와 가까워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역시 아침에 가는 카페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맑은 아침, 문을 열고 또 닫아야 하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숙소 밖으로 나와본다. 그렇게 포르투의 첫 카페로 가는 길.
매일 보게 되는 옷장 문에 오래도록 붙어있는 포스터 하나가 있다. 예전에 오빠가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보여준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몇장의 사진을 골라 포스터로 만들어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포르투의 상징과도 같은 도우루 강의 풍경이고 다른 하나가 이 커피 트럭 사진이다. 오빠가 찍어온 다른 멋진 풍경들에 비해서는 꽤나 평범했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오래되어 보이지만 부드러운 질감의 벽면, 돌바닥, 따뜻한 햇빛을 받고 서있는 순한 커피 트럭까지.
그리고 그 오래되고 부드러운 벽면을 보며 커피를 마시게 된 날은, 여닫이 문을 열고 또 닫아야 하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숙소 밖으로 나온 그날이었다.
중요한 건 내 옷방에 붙어있던 이 카페가 포르투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느 날의 여행처럼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 하나를 찾아두었고 그렇게 너무나 익숙하고도 낯선 느낌의 벽을 보고 깨닫게 된 것이다. 여기 뭐지? 어디서 봤더라?
이제 그 귀여운 트럭은 없었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카페의 분위기는 상상보다 좋았다. 커피 두 잔을 주문한다.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공간을 열심히 눈에 담는다. 하지만 눈에 담는 것으로는 부족해.
사진 찍어도 되나요?
물론이죠.
여기저기 셔터를 누른다. 카메라를 가져오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앤티크한 조명만이 카페 안을 부드럽게 밝히고 있는데 덕분에 조도가 낮아 편안한 감각이 느껴진다. 커피 머신 위에서 데워지고 있는 머그잔들이 보였고 크루아상과 뺑 오 쇼콜라는 진열대 안에 가지런히 놓여 테이블로 나갈 준비에 한창이다.
오전 아홉 시 이십 분. 아침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카페 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테라스에는 이미 부지런한 손님 둘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다. 보기만 해도 사각거리는 종이책의 질감이 느껴진다.
바리스타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커피를 가져다준다. 파란색 테두리로 둘러진 깔끔한 머그잔에 뜨거운 커피. 신맛에 가까운 블랙커피다. 평소에는 신맛을 즐겨 마시진 않지만 다양한 원두를 맛보는 것을 좋아한다. 입맛에 딱히 맞지 않아도 분위기가 주는 즐거운 감각이 있다.
이 가게는 손님을 소중히 여기는 게 느껴진다. 주인은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한 명 한 명의 손님을 밝은 미소로 대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친절이라는 것은 가만히 앉아 바라보면 알 수 있다. 단체 손님들이 들어오자 혼자 온 손님은 알아서 자리를 옮겨준다. 손님을 소중히 여기는 가게. 손님은 또 그런 가게를 소중히 여긴다. 상냥한 분위기는 이런 방식으로 나선형의 곡선을 타고 공간에 새겨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슬슬 일어날 시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오빠에게 보내 줄 카페 외부 모습을 찍기 위해 반대편에 서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때 바빠 보였던 카페 주인이 문 앞까지 나와 우리에게 손을 흔든다. 우리도 함께 인사를 하자, 무슨 할 말이 있는지 가볍게 뛰어오는 그 사람.
만약 커피를 좋아하시면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훌륭한 로스터리가 있어요. 매일 볶은 원두를 바로 제공하기 때문에 커피맛이 정말 훌륭해요. 바로 앞에는 산책하기 좋은 아름다운 공원도 있지요.
그가 알려준 주소를 지도앱에 표시해 두고 카페를 나섰다. 분주한 카페 안으로 다시 뛰어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본다. 스치듯 들리는 여행자를 그냥 보내지 않는 마음이 다정스럽게 느껴진다.
이날 이후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물리적으로 가까이 두는 것의 가치를, 결코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