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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혜교 Apr 18. 2024

'천재 작가'에게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놀랍도록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천재들의 노하우를 훔쳐본다

지난 이야기

나는 다른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며, 브런치스토리에 주 5회 글을 연재했다. 매일 글을 쓰는 것과, 매일 '공개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만들었다. 루틴을 지키며 글을 쓰게 된 이후부터 집필량이 늘었고, 글의 퀄리티가 좋아졌고, 무엇보다도 글 쓰는 일을 더더욱 즐기게 됐다. 글 써서 먹고사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지만, 앞으로도 하루에 세 걸음씩, 꾀부리지 않고 매일 쓰는 사람으로 남기로 했다.


영감이란 무엇인가


"우와, 직업이 작가라고요? 멋있는데요!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 노트북 앞에 가서 타닥타닥 타자 치고, 그러시는 건가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직장인이랑 똑같아요. 눈 뜨면 책상에 앉고 눈 감을 때까지 씁니다."


글 써서 먹고살기로 결심한 뒤 뼈저리게 느낀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영감이 올 때만 쓰면 반드시 망한다는 것이다. 나는 '천재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번쩍이며 떠오른 아이디어가 10개 있다면 그중 정말 쓸만한 것은 1~2개 될까 말까 한다.


특히 심야 시간을 주의하는 편이다. 밤에는 유달리 글이 술술 써지는데, 밝은 햇살 아래 다시 보면 차마 읽어주기 힘들 지경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글이 너무 잘 써진다, 싶을 때도 경계해야 한다. 이 사실을 깨치게 된 이후부터는 영감이 찾아오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매일 6시간 이상 글을 쓰고 있다.




천재들의 글쓰기 루틴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에 5~6시간 글을 쓴다. 매일 200자 원고지 20매 분량을 채운다고 하니, 집필량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책 한 권을 대략 12만 자로 보았을 때 한 달이면 한 권 분량의 원고가 나오는 셈이다. 글이 잘 풀리지 않는 날에도, 이 20매 원칙은 꼭 지킨다고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자신만의 글쓰기 루틴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4시간 반 동안 글을 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전 내내 글을 쓰는 루틴을 지킨다. 심지어 지구 반대편으로 출장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반면, 오후에는 전혀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오전마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오후에는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이 있다는 걸. 이런 날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 싸매며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썼다 지웠다를 수없이 반복하게 된다.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이미 써놓은 글도 다 구리게만 보인다. 문맥도, 단어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마저도!


그러나 천재들의 루틴에 따르면, '글이 술술 써지는 느낌'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쓰기만 하면 된다. 어떤 날에는 좋은 글이 나오고, 어떤 날에는 더 많이 고쳐야 할 글이 나올 뿐이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결국 한 권의 작품이 탄생한다.




왜 나는 '천재 작가'가 될 수 없을까


'천재 작가'들을 보면, 괜스레 주눅이 든다. 똑같이 글을 쓰는 사람인데도 나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을 써내니, 같은 작가 맞나 싶다.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도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많지 않을 때, 매일같이 일하는데도 수입은 늘 제자리일 때면 더더욱 서글프다. 글 써서 먹고살아보겠다던 다짐이 정말 옳았는지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고, 글쓰기는 그냥 취미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후회가 슬금슬금 밀려오기도 한다.


이렇게 좌절감이 들 때, 내게 위안을 주었던 책이 있다. 젊고 가난한 작가의 일상이 담겨있는 에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한 끼 식비를 아껴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서, 아내에게 점심 약속에 초대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2시간 동안 공원을 산책하다 빈속으로 집에 돌아가곤 했다.


식비조차 부족한데 책을 살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작가에게 책이란 물이나 소금 같은 것인데, 책을 읽을 형편조차 되지 않는다는 게 그에게 얼마나 큰 좌절이었을지 어렵지 않게 가늠해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 서점 주인이 그를 배려해 주어서, 무료로 책을 빌려 볼 수 있었다.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을 거예요


그는 마음씨 좋은 서점 주인에게 이렇게 푸념한다. "3개월 수입이 고작 150프랑, 1년에 600프랑이군요."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20년대, 당시 500프랑의 가치는 현대 기준으로 약 61만 원이라고 한다. 연봉이 대략 73만 원 정도였던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프랑스의 물가 상승률이 411%에 달했다. 프랑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기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니 그는 말 그대로 '입에 풀칠할 돈'도 없었을 것이다. 이 참혹할 정도로 부족한 수입을 두고,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이어간다.


"지금의 수입 액수에 너무 연연하진 마세요. 중요한 건 선생님께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잖아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단편을 써도 사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언젠가는 팔릴 거예요. 두고 보세요. 조금 전에도 한 편에 대한 원고료를 받았잖아요."


결과적으로, 서점 주인의 말이 옳았다. 시간이 흐르며 그의 책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전설이 되었다.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 대중의 사랑까지. 쓰는 이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손에 쥐고 눈을 감았다.


거장이 된 그는 죽기 직전,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며 이 책을 썼다. 가난했지만 희망이 있었고, 괴로웠으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런 나날을 담은 책의 제목은 <파리는 날마다 축제>, 작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읽어주는 이 없이 매일 꾸준히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다. 그러나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아무리 글을 써도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헤밍웨이에게도 있었다.


돈이 되지 않아도, 잘 써지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냥 계속해서 쓰는 것. '천재 작가'들이 가진 비밀은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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