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courage
그렇게 2023년이라는 해가 지나고,
2024년이 되었다.
현정은 한국에 방문 한 건지,
돌아온 건지
모르겠다고,
그녀의 노트에 적었었는데,
한국에서 벌써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맞는 겨울이다.
작년 겨울은,
복잡한 상황과 심경으로 와서,
평창 집에만 있느라,
겨울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다.
요즘은 현정은 한국의 추위를 즐기고 있다.
시카고의 겨울은 한국 보다 더 추웠다.
북부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늘 ‘mild’ 했다.
‘mild’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렇게 춥지도,
그렇게 덥지도,
않은 날씨였으니까.
모직 코트를 입거나,
겨울 패딩을 입고,
목도리들 두르고, 장갑까지 끼고
부츠까지 신은
겨울 옷차림은
멋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은 그래도,
몸은, 오랜만에 겨울날씨를 느껴,
적응이 안 된 것일까?
올겨울에 현정은 감기가 심하게 걸려,
학원도 일주일 휴강 학고,
평창에 내려와 있다.
오랜만에 걸려본 감기인 거 같다.
열도 좀 났고,
목도 좀 아팠고,
몸이 나른해서,
먹고,
약 먹고,
잠만 자기를
며칠 했다.
그런데,
감기가 걸려
아프고 힘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몸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열이 나고,
땀도 흘리면서,
몸에 쌓여 있던 독소가 나가는 것 같았고,
앓아누워 있으면서,
오히려 무겁게 누르던 생각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참 가기 힘든 병원을
동네 병원에 당일 예약 해서
이것저것,
친절하게 검사도 많이 받고,
약도 푸짐하게 받아 왔다.
지숙이 끓여주는
각종 국과 보양 식도 먹으니,
마음까지 따스하게 회복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 꼬박 아프고,
그다음 주쯤 되니 몸이 많이 나아지기 시작해,
현정은 원장에게 양해를 구해, 한주 더 휴강을 한다.
그 사이,
재욱은 걱정이 되어,
날마다 전화를 학고,
평창에도 내려와 보겠다고 하지만,
현정은 그럴 정도는 아니야.
라고 그를 잘 타일렀다.
하지만, 그 주말에 재욱은 평창으로 스키를 타러 내려왔다는
핑계로 평창에 왔다.
그것도 회사 동료 들과 함께.
생전 안 하던, 친목 도모 라면서.
동료들과 함께 술도 한 잔 걸친 재욱은, 현정에게 전화를 한다.
“몸은 괜찮아?”
“응. 이제 다 나았어. “
“나 진짜 걱정 많이 했었어.”
“알아. 지금은 괜찮아.”
“보고도 싶었어.”
현정은 말없이 있는다.
그녀도 그가 보고 싶었었다.
“네가 괜찮다고 오지 말라고 해서, 못 왔잖아.”
“뭘 감기 걸린 거 가지고 여기까지 와. 너도 일하고 바쁜데.”
“그래도 뭐라도 핑계 대고 오고 싶어서, 동료들이 온다고 하길래 나도 따라왔잖아. 안 친한 사람들인데.”
“주말 지나면 올라 가려고 했는데, 안 친한 동료들하고까지 오고 그래? 불편하지 않아?”
“불편하진 않은데, 내가 같이 간다고 하니까 다들 놀라긴 하더라.”
“술도 한잔 한 거 같은데?”
“응. 그래서 지금은 좀 친해졌어.”
“많이 마셨어?”
“기분 좋게 마셨어. 나 지금 너 보러 갈까? 여기서 너네 집까지 얼마나 걸려? 가깝지 않아?”
“이 밤에 뭘 와. 술도 마셨다면서.”
“취하진 않았어. 그런데 너무 늦었지? 밤에 나왔다가 감기 또 걸리면 어떡해. 그렇지?”
택시를 타면 2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꽁꽁
싸매고 나가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현정은
괜찮다고,
그가 이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왔지만,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재욱은, 뜬금없이
좋아
라고 말한다.
“뭐가 좋아?”
“그냥 이런 거. 네가 내 전화를 받고.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거. 전화기가 뜨거워졌어.”
재욱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하는 것이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지만,
답도 없는 문자를 끊임없이 보내고,
받지 않는 전화를 수도 없이 해본 그 아닌가.
현정은 그가 좋아라고 말하며 웃지만,
그때의 그를 생각하며,
이제 와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현정은
“뭐래. 취한 거 맞네.”
라고 말한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널 봐야겠어
라는 그의 한 마디에,
산호세로 달려갔던 때가 생각난다.
현정은 지금도 달려가고 싶다.
더 가까이 있지 않은가.
그녀에 대해 이제는 다 알지 않는가.
그냥 가면 되지 않는가.
그래도,
늘 마음 한편에,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남아서,
그때 보다,
용기는 더 없다.
“내일 아침에 만나서 같이 아침 먹을까?”
그렇게 지금 달려가고 싶지만,
현정은 지금 대신,
내일 아침에 보자고 말한다.
“그래? 그것도 좋겠다. 아침. 아침 같이 먹자.”
“그래. 내가 잘 아는 식당 있어. 해장국 사줄게.”
“좋아. 그럼 좀 더 마셔야 겠는데.”
“뭐라고?”
“그래야 해장을 하지.”
“뭐래. 빨리 자.”
“알았어. 빨리 자야지. 그래야 아침도 빨리 오고.”
재욱은,
그녀와 한국에서 만나면서,
아침은 함께 아직 안 먹어 본 거 같다.
아침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상황이 되지 않았으니까.
물론 저녁식사는 거의 매일 같이 하고 있지만.
다만, 연인에게 함께 하는 아침 식사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가.
재욱은 함께 밤을 보내고 함께 맞이하는 아침식사는 아니지만,
이 정도도, 괜찮다.
전화를 하고,
보고 싶다 말하고,
그리고 내일 아침에 만날 약속을 하는 것도 충분하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난 후,
이번엔 명우가 올해의 마지막 스키를 탄다고
작년에 내려온 것 것처럼,
올해도 또 왔다.
현정이 학원에서 일을 시작 한 이후, 두 번 정도였나,
서로 퇴근하고 만나서,
저녁 식사를 같이 했고,
그리고 연말과 연초가 지나고,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다.
현정은 명우도 바쁠 텐데,
그래도 그녀를 만나고,
엘레나를 찾아와 주는 것이 고맙다.
명우는 현정이 미국에 있을 때는 연락을 서로 좀 안 해도,
시간차가 있고,
서로 바쁘니까 했는데,
한국에 나와 있는 현정이 신경이 많이 쓰인다.
게다가 현정을 만날 당시에는 이혼한 상태였지만,
그녀가 한국에 나올 때는 전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온 상태였다.
물론 그 사이, 현정은 학위도 받고, 엘레나도 킨더에 들여보내면서,
나름 좋게 지내기도 했겠지만,
그녀의 전남편의 사망 소식은 그녀를 충격에 빠트리고, 힘들게 했을 것이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보는 아빠였는데,
엘레나에게는 이제 아빠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명우는 현정에게 전화하면서,
가끔 지숙의 핸드폰으로 엘레나에게 전화도 했었다.
남동생이 하나 있는 명우는,
현정은 정말 신경이 많이 쓰이는 큰 누나 같은 느낌이다.
큰 누나인데,
철은 들었지만,
그냥,
마음이 짠 한 그런 누나.
물론 명우보다,
뭐든 가진 것도 많지만.
“너 내가 다음에 올 때는 여자 친구 이랑 같이 오라고 했어? 안 했어?”
“아. 누나 오랜만에 보는데, 상처 주기예요. 나는 뭐 혼자 오고 싶나?”
“Uncle.”
엘레나가 달려가 폴짝 뛰어 명우에게 안긴다.
“Elena. You are the only one who welcomes me.”
“아니야, 나도 반가워해.”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네. 안녕했어요. 어서 와. 잘 지냈어?”
지숙은 명우를 살갑게 맞이한다.
현정이 아니어도,
엘레나 때문에 여러 번 전화했고,
명우가 예의도 바르면서, 상냥하고, 싹싹해서 막내아들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명우도 지숙과 있으면, 상냥해지고, 말도 잘하고, 살가워 지는 것이 이상하다.
대학원 공부 할 때,
어른들과 잘 못 지내고,
사교적이지도 않아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가.
공무원 생활을 해서 그런가.
그런데 명우도 지숙이 다른 어른들보다 따스하고 좋다.
그리고,
무조건
잘한다.
좋다
해 줘서
더 좋다.
“스키는 언제 타러 가? 밥부터 먹고 갈 거지? 맛있는 거 해 놨는데.”
“네. 어머니. 그럼요. 먼저 집 밥부터 먹어야죠.”
“어쩜 말도 이렇게 이쁘게 할까.”
엘레나는 가기 싫다고 한다.
‘uncle’ 도 왔는데.
웬일로.
미국에 있는 친구랑 컴퓨터 게임 약속이 있다면서.
같은 반이었던 남자 애랑.
벌써부터 엄마가 아닌 남자 애랑 놀겠다고?
흥.
그런데 엘레나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엄마랑 할머니랑은 늘 같이 있고,
친구는 이제 연락돼서,
한 달에 한번, 게임 같이 하려고 만나는데,
안돼?
하는 것이다.
그럼, ‘uncle’은?
오랜만에 보는 거잖아.
했더니,
오늘 저녁도 있고, 내일도 같이 놀면 되지.
하루는 친구,
하루는 ‘uncle’
그렇게 하면 안 돼?
라고 제법 논리적으로 당당하게 의사를 주장한다.
엘레나의 말이 맞다.
언제 이렇게 커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도 잘할까
현정은 생각한다.
사실 현정도,
4일은 서울에 있고,
그 시간에 재욱도 만나고 있지 않은가.
그럼 오늘은 친구 만나.
게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
내일은 명우 삼촌이랑 다 같이 스키 타러 가는 거야.
했더니,
시원하게 오케이
하고 승낙한다.
현정도 귀찮아졌지만, 오랜만에 온 명우 보고,
너도 집에서 놀아 하기는 미안하다.
스키를 여러 번 타고, 카페에서 따스한 코코아를 한 잔씩 시켜 마신다.
코코아.
그때 그와 함께 마지막으로 먹었던 것이, 커플컵에 담긴 코코아였다.
그 컵은 어떻게 됐을까?
갑자기 궁금해 진다.
현정은 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명우에게 말한다.
요즘, 재욱을 만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연히 만난 이야기부터.
그에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그리고 요즘, 뭐 서로 이렇다 할 사이는 아닌데,
얼굴은 보고 있다고.
“마음은 어때요?”
잠자코 듣고 있던 명우의 질문이다.
“마음? 무슨 마음일까?”
오히려, 현정은 그녀의 마음을 명우에게 묻는다.
“글쎄요. 무슨 마음일까?”
“그러니까.”
“편해요?”
“음. 그런 거 같아. 생각도 많고, 마음도 복잡한데 같이 있으면 편해. 그게 우리가 겨우 세 달 만나고 헤어졌다가, 몇 년 만에 다시 본거잖아. 그것도 그냥 우연히. 그런데 시간 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냥 익숙한 듯
편하더라. 그거 뭐야? 왜 그런 거야?”
명우는 왜 그런지 그걸 왜 그에게 묻지 라는 표정과,
그걸 진짜 몰라서 묻나
하는 두 가지가 담긴 표정으로 현정을 바라본다.
그전에 연애도 했을 테고,
결혼도 했고,
이혼도 한 사람 치고는,
연애에 대해 저렇게 모를 수 있나 싶다.
아니면, 그 사람이라서, 그래서 또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아는데, 모르는 척 외면하는 건가?
이건 아닌 거 같다.
명우가 본 현정은 연애에 있어서 그 정로로 고수는 아니다.
그녀는 정말 몰라서, 그에게 물어보는 것일 것이다.
그러니,
철은 들었지만,
짠한 누나처럼 여겨지나 보다.
“그런데 여전히 새롭고?”
“응. 그것도 참 그래. 익숙한데 또 설레. 그거 왜 그러는 거야?”
아. 누나.
이런 걸 다 알면,
나도 지금 연애를 하고 있겠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어 들뜬 그녀 아닌가.
“만나면 재미도 있고?”
“응. 그것도 신기해. 진짜 우리 별거 안 하거든.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마시고 지하철 같이 타고 동네 걷고. 그게 다야. 그런데 그냥 웃는다. 뭐 별 거 안 해도 웃고. 하기야, 그때 만날 때도 웃음이 많은 사람이긴 했어.”
“누나도 많이 웃고”
“웃으니까. 나도 그거 보면서 따라 웃고. 웃음도 하품처럼 전염성이 있나 봐.”
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현정은 내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누나 다 이야기했다면서요?”
“응. 술김에. 그냥 막 쏟아냈어. 내가 그날만 생각하면, 정말 창피하다니까. 나 몰랐는데 주사 있더라고.”
“그 이야기 듣고, 그분은 다른 말은 없었어요?”
“응. 이상하지? 더 물어보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할 반응도 없어.”
“그럼요?”
“그냥 똑같아.”
“그래서요?”
“그래서? 뭐가?”
“이제 부담은 없어요? 그때는 부담스럽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안 그래요?”
“부담이 그에 대한 부담 보다, 나한테 있는 부담 들이어서 그랬지. 그런데, 한국 오니까, 부담도 별로 없는
거 같아. 엄마랑 같이 있어서 그런가, 아님 그곳을 떠나서 그런가? 아무래도 그곳에서는 여전히 누구 부인, 전 부인, 나중에는 전 미망인, 그랬으니까.”
“그분도 알아요?”
“토드 이야기는 안 했어. 사실 내 이야기보다는 그 사람 이야기니까. 이혼 한 정도만 알지. 그런데 이혼은
내가 말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거 같더라. 아이가 있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요?”
“한국 들어오기 전에, 나 보러 한번 왔었대.”
“집으로요?”
“응. 근처까지 왔었다고 했어.”
“와. 그분 진짜 찐이다. 그래서요?”
“그냥 한번 보러 갔었어 라고만 말하고, 더 이상 이야기 안 하는데, 느낌이 그냥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가 말하는데, 별로 놀라지도 않았고. 내가 그날 술이 취해서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근데, 그분 진짜 찐이네요. 그래서 지금은 둘이 어떤 사이예요? 다시 썸 타는 사이? 아님, 재결합?”
재결합이라는 말에 현정이 웃는다.
우리가 무슨 이혼한 것도 아니고
아.
잠깐
애인 사이에도,
재결합이라는 단어를 쓰나?
“무슨 재결합이야. 아까 말했잖아 별 사이 없이, 그냥 그렇게 얼굴 보고 있다고.”
“좋아요?
명우의 말에 현정이 잠시 침묵한다.
한 번도 그가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으니,
좋아요?
라는 질문은 식상하다.
그런데,
물론 좋지.
당연히 좋지.
라고 마음속 깊이 꾹꾹 누르고 있는 마음을,
단어로 만들어 끄집어내고 싶지 않다.
좋아
라는 마음이 단어가 되어 나 오는 순간,
마음이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될 것 같아서.
명우는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안다.
현정은 늘 그를 좋아하니까.
고민이 많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명우는 현정에게,
잘해봐라.
이건 진짜다.
말해 줄 수 없다.
현정이 그때 그를 떠나고 힘들어 한 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나는 지금은 그때 보다 더 진지해 보이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든, 현정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건 아니지
라고도 말해 주기 싫다.
명우는 둘이 만나는 게,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현정이 왜 그렇게 고민할까 싶다.
그리고, 둘이 정말 사랑하지 않는가.
사랑.
그거면 다 되는 거 아니야.
아닌가?
용기도 필요한가?
사랑하니까
용기도 생기는 거 아닐까?
아닌가?
용기가 있어야 사랑도 하는 건가?
“넌 만나는 사람 없어?”
명우도 사랑에 대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현정이 또 아킬레스건을 건드린다.
“아. 누나 진짜.”
“알았어.”
“학원 선생님이라도 좀 소개해 줘 보던가.”
“알았어. 알아볼게.”
“진짜예요.”
“응.”
“우리 한 번 더 타고 갈까요? 엘레나도 게임 다 끝났겠죠?”
“그래. 엄마가, 고기 굽는다고 빨리 오라고, 문자 하셨어.”
“와. 내가 어머니, 너무 힘들게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너 빨리 와서 고기 구우라고.”
“아. 내가.”
“응.”
현정은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나니,
속이 좀 가볍고 시원하다.
역시 명우는
세계 대 질병이 만들어 낸 만남.
그리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 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
이렇게 거창 하게 둘의 관계를 말해도 괜찮은 거 같다.
명우는 주말을 현정네와 함께 보내고,
일요일 저녁,
현정과 함께 서울로 올라온다.
모두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운전하면서, 명우는 직장 생활 이야기,
요즘에 연구하는 것들 이야기를 하면서,
간간히 함께 일 하는 동료 여직원 이야기도 한다.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명우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눈이 반짝 거린다.
직장 동료 여 직원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여러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대부분 그 여자분에 대한 이야기다.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현정은 설레발을 치면서,
마음에 있는 거 아니야?
잘해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누가 누구 연애를 코치 하나 싶어,
그냥 잠잠 코 듣는다.
그 여자분을 이야기하는 명우의 눈이 연구 분야만큼 설레어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히 그가 호감이 있는 것은 맞다.
서울에 도착했고,
또 봐요.
또 보자.
하고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마음에는
서로에게
용기가 있기를 바라는,
세계 대 유행 질병이 만들어낸,
우정의
명우와 현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