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사엘의 소식을 기다리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이들은 비밀통로 가서, 하갈을 만
나 상황들을 알아보고도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모두
들 불안함과 답답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한번 다시 가 볼까?” 밧세가 말하지만, 모두들 대
답이 없다. 다들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엘을 보내는 게 아니었어. 다른 방법을 더 찾아 봤
어야 해.” 사엘이 떠난 이후 제대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잔 여람의 얼굴이 홸쓱하고 초췌하다.
수아가 모두를 안심 시키듯, “지금쯤이면, 왕비 후보
시험을 치르고, 라단을 만났을지도 몰라. 그러니 며칠
만 더 기다려 보자.”
“사엘이 시험은 잘 봤을까?” 밧세가 걱정스럽게 묻자,
수아가, “글쎄. 근데 체력 시험은 잘 봤을 것 같아.”라고
말하더니 밧세와 서로 눈이 마주치고는, 웃음을 참느
라 키득 거린다.
둘을 본 여람은, “너네는 이 와중에 농담이 나와? 뭘 또
놀려 먹으려고.”
“놀리기는 걱정돼서 그러지.” 라고 수아가 웃음을 참으
며 말하자, 밧세가, “제사장이니까 답도 막 보이고 하
는 그런 능력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고는 웃는다.
잠시 후, 수아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 하게 말한다. “정
하도 왕비 후보로 들어갔으니, 둘 중에 하나는 최종 후
보까지 갔을 거야. 그리고 만약 중간에 떨어지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지 말고 바로 이곳으로 오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둘 다 오지 않은 거 보면, 둘다 최종 후보까지
는 된 거 같아. 내 짐작은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길 또 바라고." 라고 밧세도
수아의 말을 거든다.
수아와 밧세는 그저 라단을 만나는 계획 정도로 생각
하며, 왕비니, 혼인이니 하는 말들을 늘어놓지만. 여람
은 사엘의 안전이 걱정되면서, 그녀가 라단을 만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왕비 후보로 들어가 라단을 만난
다니, 물론 둘이 진짜 혼사를 치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런 식으로 만남을 갖는 것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
할 정도로 너무 싫다. 사엘이 간다고 했을 때 끝까지 말
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었야 했다는 후회가 매 순간 든
다.
불안하고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인 카야가 자리에서 일
어나 밖으로 나가 사엘이 만들어 놓은 제단이 있는 해
안 절벽으로 향한다. 이를 보고 하디도 따라나선다. 둘
이 아무 말 없이 숲 속길을 걸어, 쌓아 놓은 제단 앞 해
안 절벽에 다다른다.
물이 졸졸 흘러, 절벽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깜깜한 밤하늘에 구름이 끼여, 별조차 보이지 않는다.
카야는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자, 하디도 그의 옆에
앉는다. 하디는 이렇게 아무 말 없이 그와 있는 것이 이
제는 익숙하고 편하다. 하디와 카야는 서로 그들이 가
장 사랑하는 사람을 서로 돌보고 지키는 동지 이면서,
사엘이 불러 준대로 가족 같이 여겨질 것이다.
파도 소리가 들린다.
카야는 하라난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나지막이 말한
다. “당신의 아이가, 저 바다 너머 그곳에 있습니다. 당
신의 아이를 지켜 주세요.”
그리고, 늘 그렇듯이 경전의 신에게 기도 한다. “경전
의 신이여. 오늘도 사엘을 지켜 주세요. 당신이 부르신
제사장님을 한 순간도 놓치지 마시고, 지켜 주세요.”
무사인 그가 칼을 들고 달려가 사엘을 지키는 일 보다,이곳에 앉아, 기도 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작은 신음에도 경전의 신이 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카야는 한동안 그렇게 앉아,
경전의 신을 불러 본다.
하디도 거칠고 투박한 그녀의 손을 만지작 거리며, 파
도 소리에 섞여 들리는 카야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그
녀도 나지막이 기도 한다. “제사장님을 지켜 주세요.
그리고 대장님도 지켜 주세요.”
라단은 잠시 그의 처소에 들렸다가, 다른 왕비 후보를
만나기 위해, 왕비 처소로 향한다. 어제와 달리, 문도
다 닫혀있고, 석양을 보는 이도 서 있지 않다.
주변에 있는 이들을 모두 가라 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
가니, 어제와 같이, 가면을 쓴 후보자가, 방바닥에 앉아
있다.
라단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 일어나는 그녀에
게, “일어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는, 방바닥에 앉자,
후보자도 앉는다.
라단은 두 번째이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또 모르겠
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후보자가 먼저 말을 말을 건넨다.
“어제 만나신 분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내 보내셨다
고 들었어요.”
“네? 그게.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럼 저도 마음에 안 든다 내 보내실 건가요?”
“네?” 후보자의 말에 라단이 다소 당황스러운 얼굴로,
가면을 쓴 후보자를 가만히 응시한다. 앉아 있는 자세
와, 목소리 만으로는 사엘인지 알 수가 없다. 잠시 떨어
져 있었다고, 그녀인지 아닌지도 알아 채지 못하는 그
가 한심하게도 느껴진다.
후보자가, "저도 어제 그 분 처럼 내보내 실 건가요?”
라고 뜬금없이 묻는다,
라단이 후보자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그가 전 날의 후보자를 내보낸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내
보내달라 간곡히 요쳥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했기에 그런 것입니다."라고 라단이 건
조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도 그렇게 하셔야 할거예요."
후보자의 말에 라단은 고개를 숙이고, 깊은 한숨만을
내신다. 할 말도 없고, 그렇다고 뭘 해야 할지도 몰라,
손으로 그의 옷을 만지작 거린다. 오늘따라 걸친 옷이
유난히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옷이 아니라
그의 모습이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먼저 또 내보내 달라하시는 것을 보니, 어제
분과 마찬가지로 왕비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신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응시하신 것입니까?”
라단은 사엘과 그들을 보내고, 그저 모두를 지키기 위
해, 아버지 사울진을 막기 위하여, 잠시 왕이라는 자리
에 앉아 있던 것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흘
렀다. 그리고 잠시 앉아 있으려던 자리가, 어느새 오랫
동안 앉아있는 자리처럼 돼버리고, 혼인을 하여 왕비
라는 자까지 만드는 자리가 될 줄은 몰랐다. 혼인을 계
기로 사엘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는데,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그녀는 아닌 것 같고, 오히려 만난 사람
들로부터 왕비라는 자리를 맘에 안들어 하는 것이 마
치 왕이라는 자도, 라파 라는 나라도 모두 거부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입은 옷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진 라단은
한번 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물음에 대답대신 후보자가 잔에 술을 따르더니 한 모
금 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라단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옷 자락을 손가락
으로 만지작 거리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내일 되면
내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후보자들 중에는, 정말 왕비가 되고 싶어
지원하지 않았을까요?”
조금 전 보다 후보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뚜렷하게 들
린다.
가면을 벗었나 보다 생각하지만, 라단은 아무 대답 없
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옷자락을 만지작 거린다.
후보자가 한잔 더 술을 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저는
왕비가 되고 싶어 지원한 건 아니지만, 당신을 만나려
고 지원했어요.”
후보자의 말에 라단은 고개를 들어 후보자를 바라보더
니,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잠시 후보자를 바라보던 그는 그녀에게 다가
가 아무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는다. 그렇게 라단과 사
엘은 서로 말없이 두 팔로 서로를 안는다. 너무 보고 싶
었던 서로이지만, 막상 만나니, 모든 언어는 사라지고,
부둥켜안은 몸에 서로의 체온을 느껴본다.
잠시 후, 라단이 사엘의 얼굴을 찬찬히 보며, 목이 메어
나오지 않은 목소리로 말한다. “어디 봐봐. 다시 봐야
겠어.”
라단은 사엘의 얼굴을 찬찬히 본 후, 다시 그녀를 끌어
안으며, 깊은 한숨 속에 묻는다. “힘들었지?”
“너는? 너도 힘들었지?”
둘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자, 눈에 눈물이 고인다.
다시 한번 서로를 끌어안으며, 그동안 그리었던 서로
의 온기를 느끼자, 힘들었던 일들도, 마음도, 다 괜찮아
지는 것 같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거나, 안거나, 쓰다듬으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예전에 둘이 리만투
어에서 만나 자주 했던 일들이다. 오래 동안 서로를 보
지 못했지만, 오늘도 그들은 그때와 같다고 느껴진다.
“어제도 만났었던 거 같아. 그젓게도 만났고. 우리가
떨어져 있었던 거 같지 않아.”
사엘의 말에 라단이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한다. “왜
냐하면, 난 너를 하루도 생각 안 한 적이 없으니까.”
“나도.”
“정말 보고 싶었어. 네가 없었던 이곳은 내게는 온통
어둠이었어. 너를 다시 만날 날 만을 생각하며 지금까
지 버텼어.”
사엘이 손으로 라단의 얼굴을 감싼다. 그가 혼자서 이
곳에서 얼마나 외롭게 홀로 버텼는지 느껴진다. 사엘
이 그의 입에 입맞춤을 하자, 라단도 팔로 그녀의 허리
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춘다.
라단의 가슴에 등을 기대고 앉은 사엘이 얼굴을 돌려
라단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도 왕비 선출이라니. 잠
시 좀 떨어져 있었다고 그렇게 쉽게 혼인할 생각을 하
다니.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이 그 정도 밖에는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
두 팔로 사엘을 감싸 안은 라단이 말한다. “무슨 말이
야. 이건 진짜 혼사가 아니었어. 그냥, 하는 척이라도
하는 그런 거,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였어. ”
“그래도, 네가 혼사를 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여길 돌아와야 하나 좀 고민했어. 나도 저기 멀리 어느
다른 곳에 가서 딴 사람을 만날까도 생각해 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해. 네가 누굴 만나. 안돼.“
“너는 되고, 나는 안돼?”
“나도 너밖에 없지. 내가 너 말고 누굴 만나.”
“그런데 혼사는 하려고 했잖아. 그것도 동네방네, 여자
란 여자들한테는 모두 공개 구혼도 했고.”
“무슨 공개 구혼이야? 왕비 후보 선출이지. 이건 다, 그
냥, 공식적으로 왕비를 선출한다는 그런 거야. 자 생각
을 해봐.”
“무슨 생각?”
“혼사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잖아. 누가
혼사를 하는데 지원을 하고, 시험을 봐. 그러니까 이건
혼사라기보다는 일종의 왕비라는 자리에 대한 임명.
어. 그래 그런 거 같은 거야. 병사들의 지휘관을 임명하
는 거 같은 그런 거야. 그리고 우리도 이렇게 만나게 됐
고.”
라단의 말에 사엘이 웃는다.
라단이 그런 사엘을 보며 묻는다. “왜 웃어?”
“아니. 우리의 이런 대화가 너무 재밌었어.”
“재밌어? 난 네가 행여 아무 의미도 없는 이런 일에 마
음이 안 좋을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 한대.”
“그냥. 우리가 너무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람들 같잖아.
질투하고, 오해하고, 삐지고, 달래 주고.”
라단이 사엘을 안고, 그녀의 머리에 그의 머리를 대며
말한다. “그런가? 그래도 그러지 마. 나 지금까지 있었
던 거 중에 오늘 지금이 가장 가슴이 조마조마 했어. 사
랑만 하자. 질투 오해 그런 거 하지 마. 그런데 넌? 너는
어땠어? 혹시 저기 멀리, 그 멀리 있는 곳에서, 나도 없
는데.”
“치. 사랑만 하자며. 질투도 오해도 하지 말라면서는.”
“아니 그래도.”
“그럴 정신이 어딨어. 다시 돌아오려는 생각밖에 없었
는데.”
“여람이는?”
“여람이?”
라단은 여람이 사엘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래서 늘 신경 쓰이던 녀석이다. 그리고 밧세가 수아를
좋아하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게 떠난 이들이
험난하고, 힘든 여정 속에서, 서로를 의지 하고, 챙겨
주고 돌봐 주면서, 더 돈독해졌을 것이다. 그동안 이곳
에서의 그저 우정이었던 감정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
고, 성장하면서, 우정이라는 감정만 있었을까 하는 생
각에 말한 것인데, 너무 여람이라고 대뜸 물은 것 같아
말해 놓고 나니, 당황스럽다.
“여람이가 왜?”
사엘이 묻자, “아니. 그냥 그동안 괜찮았는지 물은 거
야. 힘든 시간 속에서 서로 의지도 많이 되고.”
라단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얼버무리자, 사엘이 말한
다. “맞아. 서로 의지가 많이 됐어. 이곳에 혼자 남은 네
가 더 힘들었을 거야. 네가 모두를 지키기 위해, 이 자
리에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 혼
자서 얼마나 지치고, 힘들고, 외로웠을까.”
사엘의 말에 라단의 마음이 내려앉는다. 그녀의 한결
같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신뢰와, 믿음에 가슴이 뭉클
해지며, 그동안 멈춘 것 같은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
다.
“사랑해. 사엘아. 널 처음 본 날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너를 사랑해.”
사엘도 그렇다는 듯, 라단을 보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
든다.
“우리 진짜 하자.” 라단의 앞뒤 없는 뜬금없는 말에 사
엘이 눈이 동그래지며 묻는다.
“뭘?”
“혼인.”
“뭐라고?”
“네가 리만투어로 돌아오는 날 나 너랑 혼인할래. 나랑
혼인 하자.”
라단의 말에 사엘이 대답 대신 웃음을 짓자, 라단이 묻
는다. “왜 웃어?”
“생각해 볼게.”
“뭘?”
“혼인.”
“왜?”
“뭐가?”
“응?”
둘이 마주 보고 웃는다. 처음 만났을 때 대화 했던 것
이 생각나서 이다. 그때도, 대화하다가 뭐가, 왜, 응 하
다가 웃었던 기억이 난다.
사엘이 다시 라단의 가슴에 등을 기대며 말한다. “너를
사랑하는 건 맞지만, 혼인은 생각해 볼게.”
“왜?”
“뭐가?”
라단은 또다시 같은 식으로 대화가 될 거 같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사랑하는데, 혼인에 대해 뭘
그렇게 생각해.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혼인이야. 이
건 생각할 것도 없어.”
“아니야.”
“뭐가?”
“응?”
이번에는 사엘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말을 잇는
다. “사랑과, 혼인은 달라.”
“안 달라. 사랑하면 같이 있는 거고, 같이 있으려면 혼
인을 해야 해. 그래야 다시는 떨어질 일도 없고.”
“사랑하는 마음만 서로 있으면 되지. 괜히 혼인이라는
제도 아래, 묶여서, 나중에 사랑해서 함께 있는 건지,
아니면 혼인해서 같이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를 수도 있
잖아.”
“그건 걱정하지 마.”
“뭘?”
“나는 널 사랑하고, 사랑해서 혼인하고, 사랑해서 함께
있는 거니까. 모든 게 다 널 사랑해서 하는 거야. 그래
서 모를 일이 없어.”
그의 말에 사엘이 라단을 쳐다보며 웃으며, 말한다.
“너 좀 변한 거 같아.”
“뭐가?”
“표현이 너무 적극적이야.”
“이제는 표현하고 싶은 만큼 할 거야. 함께 있을 수 있
을 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표현할 거야. 그때,
그렇게 많이 하지 못한 걸 후회했어. 너한테 달려가면
되는데, 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러다 안 오면, 일이 있
어 그런가 보다 이해하며, 안 보고, 손이라도 잡고 싶을
때도 네가 제사장이라, 참았었어. 제사장한테 그러면
안 되지 않나 하면서. 그런데, 이제는 안 그럴 거야. 널
항상 보고, 뭐든지 함께 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마음껏
할 거야.”
사엘이 라단 쪽으로 뒤돌아, 그를 안으며 말한다. “나
도. 나도 그렇게 할 거야. 나도 마음껏 널 보고, 함께 하
고, 사랑할 거야.”
라단이 사엘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는 그녀의 얼굴을
응시한다. 눈동자 속에 서로의 모습이 비쳐서 보인다.
사엘도 라단의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라단은 그녀의 입술, 이마, 볼, 그리고 목덜미에 입맞
춤을 한다. 사엘이 라단의 웃옷의 끈을 풀어 열어, 손으
로 그의 가슴을 쓸자, 라단도, 사엘의 웃옷의 끈을 풀어
벗긴다. 사엘이 라단의 무릎에 앉자, 그는 그녀의 입술
목덜미에 다시 입맞춤을 하고는 그녀의 하얗게 봉긋하
게 솟은 가슴에도 입맞춤을 한다.
라단이 사엘을 바닥에 조심히 눕히고는 그녀를 바라본
다. 그 에게 있어 그녀는 그녀에게만 빛이 비추이는 듯
환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우며,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몸이 그녀의 벗은 몸과 함께 밀착되
어 있는 것이 긴장되어, 숨소리조차 떨린다. 라단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이마, 코, 입술, 목덜미,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배, 그리고 조금 더 아래로 손을 가
져가 본다.
사엘도, 손으로 라단의 얼굴, 코, 이마, 목, 넓은 어깨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가 그를 이 정도로 열망했었
나 라고 생각한다.
둘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행복과 사랑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