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 Mar 27. 2022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 있나요

6. 출근전읽기쓰기 

3월 들어 제 자신에게 한 다짐이 있어요. 작은 다짐인데요.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었죠. 수영, 달리기 등 기존의 배우고 싶은 운동 종목이 많았지만,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장비가 없어도 맨 손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은 무엇일까. 그냥 걷는 것. 걷는 것 자체만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 거 같았습니다. 


걷는 것에도 요령이 필요했어요. 앞만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엉덩이는 뒤로 빼지 않게 걸어야 했고, 옷차림은 양팔이 움직이기 편한 몸에 딱 달라붙는 티셔츠보다 통풍 되는 티셔츠, 운동화는 걷기 편한 쿠션이 있는 신발이면 더 좋았죠.


걷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 둘 보였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나뭇잎이 떨어지고 그 사이로 새순의 모습, 유유자적 호수를 헤엄치고 있는 오리의 발길질, 햇볕에 각도에 따라 비친 물길 등 출근하며 스쳐 지나갔던 호수공원을 찬찬히 훑어보니 볼거리가 가득했습니다. 


이후 주 2회 이상 걷기 시작했어요. 매호 뉴스레터의 메인사진으로 소개되는 그 호수공원에서 말이죠. 처음에 무작정 걸었는데, 걷다 보니 뛰고 싶어졌어요. 가뿐 숨을 몰아내며 막 달려가다가 다시 멈춰 걷고.. 주위를 돌아본 후 다시 뛰고, 걷다 뛰며 내 심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이제껏 앞만 달려봤지만, 정작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인 적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몸이 아파올 때만 내 몸의 소리에 집중했지, 일상의 굴레에 나를 맡기는 순간마다 내 심장의 뛰는 소리에 그리 집중할 필요가 없었죠. 


정작 타인의 소리에 우리는 예민할 때가 많잖아요. 타인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고 움츠렸던 나를 다독여주고 싶었어요. 내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유한적인 만큼, 걷고 뛰고 있는 지금의 시간에 나의 움직임과 소리에 더 집중해보자고 말이죠. 


무엇보다 '햇살의 기운'이 엄청난 에너지를 주었습니다. 3월이 되면서 알림종을 하지 않고 침실에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기상하는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인위적인 조명이 아닌, 온전한 햇님의 기운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마련해주는 거 같아요. 


그 기운으로 3km 걸었던 걷기의 시간을 조금 더 늘려 5km로 늘리고 1시간을 채워 걷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지인 분께 틱낫한 스님(Thich Nhat Hanh)의 <걷기 명상(How to walk)> 책을 선물 받았어요. 온전히 나의 발걸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권해주신 거죠.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몸으로, 집으로 가져옵니다.

한 걸음을 걷고 '지금 여기'에 도착합니다.

햇빛과 아름다운 나무, 새의 노랫소리가 있습니다."

 - <걷기명상> 중 '과거 놓아버리기'-


책 소개에 따르면, '어딘가에 도착할 필요가 없는 걸음은 정신 집중, 기쁨, 통찰력,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의 발이 깨달음의 지구에 닿을 때, 우리 자신과 지구는 진짜 살아있게 되며 우리를 평생 몽유병에 걸리게 만드는 갈망을 잊게 한다. 걷기는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기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적혀있네요.  


어찌 보면 살아내고 싶어 걷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게 잘 걷고 싶은지, 어떻게 잘 일하고 있는지(How to work)와 비슷한 의미 같아요.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과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보려고 꾸준히 걸어보려 합니다. 님의 매일 반복하고 있는 습관이 있나요. 그 습관으로 매일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6호 메인사진 ©2022.3.7. 소네
걷기명상을 하며 호수공원에서 만난 오리 ©소네


이전 07화 동료의 온기를 느껴본 적이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