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출근전읽기쓰기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2년 남짓한 시간을 주무관님과
보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떠나시니 마음 한 켠이 허전하네요.
주무관님과 여러 가지 정보와 장소를
서로 공유했던 시간들이 참 즐거웠어요. (중략)
퇴사하시는 게 너무 아쉬워서 선물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고민하다가 주무관님 서재 한편에 걸어놓으면
좋을 것 같아 대학시절 파리에서 계셨던 것이 생각이나
파리를 담은 액자를 골랐어요.
앞으로도 자주뵈요!!"
- 2022.2, 동료의 편지 中 발췌-
벌써 내일(2월 25일) 마지막 출근일을 앞두고 있어요. 특별호에 언급했듯이 일주일간 휴가를 끝나는 시점도 오늘입니다. 며칠 아이와 함께 지내다가 오늘 하루, 각자 생활을 했습니다. 레터를 마감하는 오늘인데도 도통 구독자분들께 드릴 5호 레터의 끝맺음의 말이 써 내려가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어요.
죄송합니다. 오늘 인사가 늦었습니다. 금일 아침시간에 메일을 기다리셨을 분들께 우선 사과 인사를 드립니다. 어둑해진 퇴근시간을 넘어 밤늦게 뒤늦은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그 덕에 일상을 영위하며 하루 종일 뉴스레터에 대한 콘텐츠를 생각해봤습니다. 보통 레터의 발행 시점 3-4시간 전에 잠을 줄이고 깊숙이 레터를 들여다보는데 말이죠. 어색한 시간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도 들면서 또 한 편으로 이 하루에 대한 시간의 확장성도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에 끄적입니다.
솜털같이 가볍게 글을 후루룩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내일 어떤 미소로 사무실을 나와야 할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신나게 일주일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에 3차 접종 주사를 맞았고 며칠 스스로 몸을 보살폈고, 아이의 유치원 입학설명회 등 가사, 가족일을 챙기다보니 금세 일주일이 흘렀어요.
회사에서의 지낸 일주일은 너무나 느리게도 간 기억이 많은데, 촘촘하게 밀도 높게 시간을 보내려면 일에 대한 계획성이 더 철저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은 그렇게 따라가기 어렵고, 늘 시간에 쫓겨 따라가는 격이 되네요.
돌아보니 그 시간을 멈추게 만드는 건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지금의 일터에서 처음 만난 사수와 함께했어요. 지난 5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을 먹고 난 뒤 그녀에게 선물을 건넸습니다.
그간 감사드렸다고 말이죠. 지난 '5년'을 살펴보니 제게 일할 기회를 주신 분은 많지 않더라고요. 기회를 준다는 건 '당신의 실력을 신뢰'하며,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며 동시에 '결과에 대한 책임감'도 부여하는 일이죠. 엄연히 어깨가 무거운 기회입니다. 그럼에도 가끔 그 무거움이 긴장감을 주지만 설렘을 주는 것도 있잖아요.
기회는 기회를 부릅니다. 그분과 함께 몸담은 시간은 불과 1년 남짓했었고, 제가 몸담은 팀을 떠나 여러 팀을 오고 가며 바쁘게 지내셨던 사수가 떠남에도...저는 스스로 현재 몸담은 조직에서 제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나섰습니다.
여러 신사업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따면서 자신감도 생겼어요. 무슨 일이든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없기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손과 발이 맞아야 더 큰 에너지를 얻는 셈이겠죠. 꼭 같이 일하지 않아도 같은 팀 속에 응원의 눈빛을 보내는 동료들도 큰 지지자입니다.
앞서 서두에 적힌 편지를 써준 동료는 합을 다해 일했던 동료이기보다 제 취향과 마음을 잘 어울러준 좋은 동료였습니다. 그녀가 건넨 파리 풍광을 담은 액자와 편지는 잊지 못할 퇴사 선물이 되어줄 거라 의심치 않아요.
혹시 여러분은 동료로부터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을까요. 굳이 사물이 아니더라도, 그의 말 한마디에 왈칵 눈물을 쏟거나.. 웃음 짓게 만드는 말이라도 좋습니다. 그런 선물을 받은 분들은 아래 버튼을 통해 이야기 나누어주세요.
함께 위로받고 응원받고 싶어지네요. 각자 서로 맡은 역할과 책임감이 다르지만, 같은 조직과 환경 안에 있기에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동료의 눈짓과 몸짓으로 위로를 받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소속 없이 홀로 버틸 시간들을 예상해보니 동료를 찾기 어려울 수 있겠지요. 다행히 최근에 '동료애'가 가득 넘칠 커뮤니티를 만났어요. 에디터들의 커뮤니티 <Society of Editors>(클릭)입니다. 저의 프로필도 있으니 살펴봐주세요.
동료들의 따스한 온기로 풍성해진 2월 덕에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소중한 사람이고 귀한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2022년의 2월을 잘 마무리 짓고 새로운 3월의 시간에 더 좋은 분들과 인연 여행을 나서봅니다. 제 손을 잡고 함께 동행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