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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Sep 26. 2023

리스본에서 잠시 인싸 체험

수경 사러 갔다가

리스본에서 잠시 인싸 체험

하루는 바다수영용 수경을 사기 위해, 아담한 시골마을 'Oerias'에서 벗어나 'Lisboa'로 향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 근교에서 서울로 광역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가는 거리였다. 창밖의 파란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리스본에 처음 도착했을 때를 회상했다. 숙소가 리스본이 아닌 기차 타고 들어가야 나오는 ‘oerias’라는 작은 동네에 있다는 걸 깨우치곤 힘겹게 숙소로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느라 혼란스러웠던 첫날이었다. 리스본의 무더위를 다시 느끼며, 작은 골목가에 수영 용품만 판매하고 있는 한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곳은 방앗간 그 자체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친다면, 반물고기는 수영용품 매장을 가볍게 무시할 수 없었다.


바다수영용 수경 구매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햇빛을 반사해 준다고 생각한 일반미러수경은 왜 오픈워터용과는 다른지, 오픈워터 수경은 뭐가 좋은 건지 등’을 물어보며, 다양한 브랜드의 수경을 하나씩 써봤다. 계속 생기는 고민을 잠시 누른 채, 결국은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는 zone 3 브랜드로, 좋아하는 색깔이 들어간 초록색 수경을 하나 골랐다.


얼른 뜯어서 착용해 보고 싶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결제하는 순간 누군가 나를 알아보았다. 한국도 아닌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안내해 주시던 직원 분께서 갑자기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며 ‘혹시 이분 맞으세요?’라고 물어보았다. ‘뭐지?’하고 화면을 바라봤는데, 화면 속에 있는 나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어, 이거 난데?’ 알고 보니 ‘swim together’ 팀의 SNS계정에 올라온 사진들을 그들이 보았고,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계정에 나온 첫 아시아인이자, 굉장히 드문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언급되어 있는 나의 인스타 계정도 보여주면서, 나를 알고 있었다며, 근데 혹시나 아닐까 하고 아는 체하지 못했다고 수줍게 말해주었다. 정말 신기했다. 리스본 한 수영 용품 매장에서 날 아는 사람과 만나다니. 약간의 부끄러움과 당황함, 기쁨 등의 감정을 나눈 후, 매장에서 계속 수경을 썼다, 뺐다를 반복하며 질문이 끊이지 않던 나의 모습이 더 또렷해지기 전에 알아봐 줘서 고맙다는 말과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와 함께 얼른 나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함께했던 그 팀은 포르투갈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수영 그룹이자 포르투갈인에게도, 전 세계 수영인들에게도 엄청 유명했다. 그들 덕분에 잠시나마 먼 낯선 나라, 도시 리스본에서 소위 인싸 체험을 한 순간이 포르투갈 여행의 잊지 못할 한 페이지로 남아있다.


이후로도 정말 유용하게 잘 썼던 zon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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