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은 언제나 두려워.

하지만 기대되고 가슴뛰는 것도 사실이란다.

by 선물같은 오늘

이웃이나 지인을 통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어쩜 지율이는 이렇게 어른스러울까.", "혼자서도 씩씩해요." 등

아이의 성숙한 언행에 대한 칭찬이다. 그러나 우리 딸은 아직 아홉살..

마음 속 작은 불안에도 안아달라고 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여린이(여린+어린이)다.



#1.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칭찬받기


여느 아이처럼 우리 아이도 잘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생각한 것이나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는 일인데, 매주 제출하는 독서록이

종종 담임선생님께 칭찬받곤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이는 급우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앞으로 불려나가 공개적인 칭찬을 듣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때로는 두렵다고 한다.


엄마, 난 그냥 선생님이 '참잘했어요' 도장만 찍어주는 게 더 좋아.
친구들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르시면, 머리카락이 쭈뼛서고 심장이 쿵쾅거려..
그래, 지율아. 선생님이 예쁜 도장이나 간단한 편지로 칭찬해주시는 것도 좋지.
그런데 말이야. 독후감 쓰는 게 어렵고 힘든 친구들에게는, 지율이의 글이
좋은 예가 될 수도 있으니까, 단순히 칭찬받는 것을 넘어 도움을 주는 일이지 않을까?
조용한 도장보다, 힘찬 박수소리가 지율이에게도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은데?



#2. 오가는 길에 만나는, 낯선 사람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한 학기를 마치자, 아이는 혼자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익숙한 동네길에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위치를 확인하곤 하지만, 아이는 홀로 낯선 사람들을

헤치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막연한 두려움은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 참 이상해. 어떤 오빠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거든?
근데 잠깐 고개 돌렸다가 다시 보면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있는거야.
난 너무 무서워서 다른 곳을 본건데.. 내가 잘못 본건가??
흠.. 그래? 그 오빠들이 좀 무섭게 생겼었나(웃음)?
근데 지율아. 학교나 학원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 다 기억해?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고, 각자 할일과 갈곳이
정해져 있어서 다들 바빠. 물론 지율이는 아직 어리니까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것이 맞지만, 너무 움츠러들 필요는 없어.
어떤 동생에게는 우리 지율이가 무서운 언니일수도 있고(웃음).



#3. 한번도 타본적 없는, 놀이기구


밖에 나가면 빠른 성장과 이른 독립으로 칭찬받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딸은 또래에 비해 겁이 많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단편적인 예가 불안과 긴장을 높이는 놀이기구라 할 수 있는데..

아이는 그 앞에 서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색이 되곤 한다.


엄마, 회전목마는 시시한데 바이킹은 못타겠어.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놀이동산에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내게 맞는 놀이기구는 없는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겁쟁인가..?
지율아, 놀이기구는 여러 종류가 있어. 그리고 거기에는
일종의 단계가 있지. 학년별 수준에 맞는 교과목이 있는 것처럼..
놀이기구도 누구나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스릴넘치는 것까지 다양해.
엄마도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는 여전히 무서운걸(웃음).
너만의 방식대로 도전하고 싶은 코스를 하나씩 밟아가다보면, 어느새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씩씩하게 바이킹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거야.
도전에는 정해진 규칙도, 속도도 없으니까 그냥 마음가는대로 해봐.



낯선 것을 언제나 두렵다. 그것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는 어른이라는 이름 아래 그것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고,

아이들은 솔직하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중 누가 그 두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들여다보고 부끄럼없이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아이들이 그 두려움을 더욱 유연하고 보다 강인하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더 크게 성장하여 우리보다 나은 어른이 되리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딸의 두려움을 응원한다. 그것을 이겨낸, 그 다음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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