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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방황한다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by 이세현

그날의 질문: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어떤 의대 교수의 고민


코로나라는 것을 격으면서 많은 사회적현상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들이 바뀐 것 같다. 그날의 기억은 특히 졸업을 앞두었던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마음을 울리게 되었다. 캠퍼스 낭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졸업하는 전문대생들, 그리고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전공 산업에 진출해야 하는 현실. 4년제 대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생황의 낭만이라 불리는 1, 2학년 시기를 허무하게 보내버린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운 좋게도 2019년 8월에 대학원을 졸업했다. 친구들과 대면수업을 듣고, 함께 공부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지금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한 지금의 학생들은 그 낭만의 공백을 어떻게 매울 수 있을까. 아니면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들도 또한 추억이라고 느낄까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차에, 고객 중 한 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 중인 분이다. 겉보기엔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일지 모른다. 명예로운 직업, 안정적인 경제적 배경, 그리고 사회적 성공.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존경스러운 분이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남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그는 기러기 아빠였다. 아내와 두 자녀는 미국에 살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미국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 그의 삶에 큰 부담을 더 했다. 비자 문제로 인해 미국에 랜딩해야 하는 절차는 복잡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아이들의 생활비와 학비, 그리고 미래의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아무리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가 가진 고민은 단순히 경제적 부담 때문이 아니었다. 그분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을 품고 있었고...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해가 지면서 하늘은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 평온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 질문은 그날따라 유난히 무겁고 강렬했다. 나는 분명 움직이고, 일하고,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내 삶이 정말 나아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이 진정 의미 있는 곳인지, 아니면 단순히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질문은 불편했지만,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2010)은 그녀의 책 불완전함의 선물에서 취약함의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발견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날의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취약함 앞에 멈춰 섰다. 나는 중심을 잃은 기분이었지만, 그 불편함은 동시에 내 안에 무언가를 일깨웠다. 그것은 바로 나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호기심과 결심이었다.


방황은 여러 이유로 발생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중년의 방황”이다. 중년기는 인생의 반복된 패턴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혼, 가족, 직장 등 사회적 역할에 충실해왔던 삶이 어느 순간 자유에 대한 갈망이나 자아 실현의 욕구로 변하면서 방황의 시기가 찾아온다. 이는 그동안 쌓여왔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정서적 혼란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또한 중년기 방황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재정비의 기회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기존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을 재평가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안정된 삶의 궤도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진정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중년의 방황은 자아에 대한 깊은 고민과 변화의 과정이다. 비록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시기일 수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더욱 의미 있고 성장하는 삶의 한 단계가 될 수 있다.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변화


흔히 "방황하는 자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그 무렵 나는 내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현대 사회는 분명한 목표, 성공, 성취를 강조하며 불확실성과 방황을 허락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 것은, 의심과 질문 그 자체가 결코 적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그의 저서 '죽음의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에서 삶의 목적을 발견하는 과정이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문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바로 그 의문 속에서 진정한 변화가 싹튼다.


나는 그 순간부터 나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그러나 진지하게 돌아보기 시작했다. 스테거(M. Steger, 2012)를 비롯한 의미 중심 심리학자들은 삶의 의미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식, 가치,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것이라 주장한다.


방황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 과정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단지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그것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게 되었다.


최근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나 애틀랜틱(The Atlantic), 또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등에서도 “의미 있는 삶”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Emily Esfahani Smith)의 '[The Power of Meaning: Crafting a Life That Matters(2017)]'는 행복보다도 더 근본적인 ‘의미 추구’가 우리를 더 깊게 성장시키고 활력을 주는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다룬다. 스미스는 행복이 일시적이고 외부 환경에 쉽게 좌우되는 반면, 의미는 더 깊고 지속적인 만족감을 준다고 말하며, 진정한 의미는 개인이 자신의 존재와 삶의 목적을 이해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연결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삶의 의미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순간의 행복은 사라지지만, 의미는 남는다. 현대 사회는 성공과 즐거움을 강조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삶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다. 스미스에 따르면, 의미를 이루는 네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소속감(Belonging)

사람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공동체나 가족, 친구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이해받을 때 삶은 더 깊어진다. 단순한 관계를 넘어, 진정으로 소속감을 느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낀다. 삶에 방향성이 생기고 안정감이 찾아온다. 의미 있는 삶은 결국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시작된다.


2. 목적(Purpose)

의미 있는 삶은 목적에서 비롯된다. 목적은 장기적인 목표와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 비로소 목적이 생긴다. 타인을 돕거나 변화에 기여하는 순간, 삶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3. 초월(Transcendence)

삶의 의미는 일상 너머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 예술, 종교적 체험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를 마주하게 만든다. 밤하늘을 보거나, 아름다운 음악에 감동하거나, 깊은 명상에 빠질 때 사람은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낀다. 초월의 순간은 삶에 깊이를 더하고, 불안을 잠재운다.


4.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사람은 자신을 이야기 속에서 재구성한다. 과거의 어려움도, 실패도 이야기가 될수 있다. 시련을 성장의 이야기로 바꿀 때, 삶은 더욱 단단해진다. 자신의 경험을 다시 쓰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삶의 중요한 일부다. 스미스는 스토리텔링이 개인의 회복력을 키우고 자존감을 높이는 열쇠라고 말한다.


불확실성, 삶의 길잡이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외면하지 않고 질문을 던질 때, 삶은 새로운 방향을 찾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질문은 두려움이 아니라 길잡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간다.

삶의 의미는 기다린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의미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불확실성 앞에 멈춰서기보다, 그것을 길잡이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취약함에서 시작된 변화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저서 '[마음 가면(Daring Greatly, 2012)]'에서 진정한 삶이란 취약함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취약함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순간 우리가 스스로에게 "내가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구나"라고 인정하는 것은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인정은 진정성(authenticity)의 토대를 마련하고, 자기 성찰(self-reflection)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준다.


이와 같은 통찰은 심리학적 연구에도 잘 들어맞는다. 데시(Deci)와 라이언(Ryan, 2000)의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진정한 만족감은 외적 보상이나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기보다 내면의 가치와 자율성에서 비롯된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로부터 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한동안 외부의 시선과 인정에 얽매여 있었다. 내면에서 울리는 질문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 속에서만 스스로를 평가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노트를 꺼내 머릿속에 맴돌던 질문들을 적기 시작했다.


“내가 진심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은 어떠한가?”

“만약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처음엔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다. 방황은 단지 실패나 길 잃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여정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나 [애틀랜틱(The Atlantic)], 그리고 [Greater Good Magazine(UC Berkeley)] 등에서 발표된 기사와 칼럼들도 비슷한 맥락을 전한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이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야말로 성공적인 삶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는 논의가 활발하다. 예를 들어, 브레네 브라운의 TED 강연 “The Power of Vulnerability”는 취약함이 단순히 부끄러움이나 약점이 아니라, 진정한 성장과 연결의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브라운은 사회복지사로서 수년간 인간 관계와 감정에 대해 연구해왔으며, 이 강연에서 그녀는 자신의 연구 결과와 개인적인 깨달음을 바탕으로 취약성의 힘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강연의 핵심은 간단하다. 우리는 모두 사랑, 소속감, 기쁨을 원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취약성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데 따르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회피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 진정한 인간적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의 연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진정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전체론적(wholehearted)' 사람들이다. 브라운은 그들이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브라운은 강연에서 자신이 취약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 겪었던 내적 갈등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연구 초기에는 취약성이 두려움과 부끄러움의 원천이라고 믿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그것이 오히려 용기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연의 후반부에서 브라운은 사람들이 취약성을 회피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어 기제를 지적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거나, 남을 비판하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 기제는 불안과 두려움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뿐, 결국에는 더 큰 고립감과 후회를 불러온다고 설명한다.

브라운은 청중들에게 다음과 같은 도전을 던진다.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기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기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보다, 스스로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브라운의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진정한 연대와 사랑은 완벽한 사람에게서 비롯되지 않는다.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모습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연결될 때,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녀의 강연은 단순히 청중을 감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내면의 취약함을 끌어안는 계기를 제공한다. 취약성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삶을 더 의미 있고 풍부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브라운은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질문이 가진 힘


삶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종종 단 한 번의 용기 있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빌 버넷(Bill Burnett)과 데이브 에반스(Dave Evans)은 저서 [내 인생을 설계하라(Designing Your Life, 2016)]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재구성(reframing)’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내게 무엇이 잘못됐을까?"라는 질문만 되풀이했지만, 이제는 "이 순간이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주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웠다.


내가 느꼈던 방황은 단순히 목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으로 변모했다. 프랭클(Viktor Frankl, 2006)은 의미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책임을 질 때 생겨난다고 말했다. 내가 던진 각 질문은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었고, 그 과정 속에서 서서히 방향감을 되찾았다. 작은 습관들—일기 쓰기, 명상, 그리고 가치에 대한 성찰—은 혼란 속에서도 나를 단단히 붙잡아 주는 닻이 되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배우는 법에 대해 배우기”("Learning How to Learn" by Erika Andersen)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초보자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익숙함에 안주하려는 본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심리이지만, 진정한 성장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실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특히,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새로운 관점에 열려 있는 태도는 학습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이끄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 기사는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의 The Power of Meaning에서 다루는 삶의 의미와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스미스는 우리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재구성할 때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학습과 성장의 과정과도 닮아 있다. 배움에서의 실수와 실패는 우리 삶의 서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삶의 의미를 결정짓는다. 실수를 피하려는 태도는 삶의 이야기를 단순하고 얕게 만들지만, 실수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우리 삶에 깊이와 무게를 더한다. 결국, 배움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다시 쓰고 확장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배움이 곧 삶의 일부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불안에서 도망치는 대신 그것을 마주하는 것이 성장으로 이어진다. 나 역시 새로운 직무나 프로젝트를 맡을 때, 완벽하지 않다는 두려움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큰 성장을 이룬 순간은 실패를 마주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재정비한 경험들이었다. 스미스가 강조하는 것처럼, 의미 있는 삶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에 있다.


배움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태도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강조하는 학습자의 자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하는 태도는 삶의 질을 높이고, 더 깊이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한다.


결국, 배움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도전과 다르지 않다. 불안하고 어색한 순간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을 확장시킨다. 브레네 브라운이 The Power of Vulnerability에서 말했듯이, 진정한 성장은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배움 역시 그러하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배우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방황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어쩌면 평생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더는 방황을 길을 잃은 상태로 여기지 않는다. 질문은 우리를 성장과 목적, 그리고 진정성으로 이끄는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답변을 요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오히려 질문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머물러볼 때 찾아온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903)는 "지금은 질문 속에 머물러라. 언젠가 먼 훗날, 답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조언했다. 이 문장은 수많은 생각 리더들이나 학자들이 공감하는 통찰로, 최근 The Atlantic에서는 "좋은 질문의 힘"과 관련된 여러 기사를 통해 질문의 중요성과 그 영향력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서 C. 브룩스(Arthur C. Brooks)의 기사 "Three Ways to Become a Deeper Thinker"에서는 심오한 질문을 통해 개인의 사고를 깊게 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브룩스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숙고가 자기 이해와 목적 의식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설명하며, 일상 생활에서 이러한 깊은 사고를 촉진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또한, The Atlantic의 기사 "How the Ivy League Broke America"에서는 엘리트 교육 기관들이 사회적 지위를 세습에서 성과 기반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질문과 호기심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 기사는 현재의 메리토크라시 체제가 지능과 학업 성취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호기심과 사회적 지능과 같은 다양한 인간 능력을 평가하는 대안적 접근법의 필요성을 논의합니다.


그날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아직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내 삶에 작지만 강력한 변화를 일으켰고, 나는 지금도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 이제 방황은 단순히 길을 잃은 상태가 아니라, 더욱 의미 있는 삶을 향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갱신하는 여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방황은 과정이고, 질문은 그 과정에서 만나는 지도이며, 의미란 결국 도착점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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