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山山)이 03화
첫 일정으로 주상절리를 보러 갔어요.
주상절리요?
네. 오각형, 육각형 기둥들이 줄줄이 붙어있는 거대한 바위요.
저도 주상절리가 무얼 지칭하는지는 알아요. 다만, 해안가에 간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그 단어를 들은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익숙하지가 않아 되물었어요.
그렇죠. 제주도를 가지 않는 이상 찾아보진 않으니까요. 아무튼 주상절리를 보러 갔어요. 책으로만 보던 지형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겹겹이 쌓인 커다랗고 칠흑같이 어두운 바위들이 아비규환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주상절리가 소리를 지를 수도 있습니까? 그건 소리가 아니라 침묵이었을 것 같습니다.
각각의 바위가 그 옆의 바위를 지탱하고, 그 바위는 또 그 옆의 바위를 지탱하고, 서로의 무게에 짓눌려 어떠한 신음조차 내뱉을 수 없는 그런 상태였지 않을까요. 역동적인 침묵처럼 말입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또 이해가 되네요. 하지만 제가 본 건 분명 절규였어요. 살려달라는.
고통을 함께 견뎌낸 거래요. 용암이었던 것들이 그렇게 단단하게 굳기까지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쳐내고, 짓누르면서 겹겹이 쌓이게 된 거래요. 처절한 비명 속에서 귀를 막고 그곳을 벗어났어요.
기념사진을 찍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어요. 애월에 위치한 새별 오름이었죠. 담임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한라산을 가지 않을 거면, 오름이라도 가보는 게 어때. 나중에 후회할 거야.
담임선생님이 말을 마치자, 반 아이들이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봤어요. 그 눈빛들이 아직도 기억나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분명 저를 비난하는 눈빛이었어요.
네가 감히 정해진 일정을 이탈해? 네가 그렇게 특별해? 너는 정상이 아니야. 삿대질받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결국 오름에 올랐습니까?
네. 저는 무언의 압박을 느꼈어요. 오름에 오르는 일이 옳은 줄 알았어요. 평상시에는 뒷동산을 가로지르면 삼십 분이나 일찍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데도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오름에는 가야만 할 것 같았어요.
다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뇌의 기능을 상실했었나 봐요.
뇌는 과거의 실수를 기억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근데 전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