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중 나를 깨우는 한 문장
' 책임을 완수하고 생각한 바를 실천했을 때, 궁수는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했고 두려움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과녁을 빗맞혔더라도 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 그는 비겁하지 않았으므로.'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중 '활쏘기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나이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고, 그러다 보니 병원에도 자주 가게 된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던 때를 돌이켜 보면 많이 서글프다. 건강검진을 했는데 고혈압 확진이 나와서 다시 검사받은 병원으로 상담을 받으러 갔다. 혈압을 체크하고 의사 앞에 앉았는데 건강검진 때보다는 좀 안정되었다며 아직 혈압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면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관리를 잘하라고 하신다. 다행이다. 그다음 예약은 치과다. 아침에 일어나니 2주 전에 신경치료받은 게 덧났는지 얼굴이 부어 있었다.
치과에 와서 기다리던 중 테이블에 꽂힌 책 중에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인 줄 알았는데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삶 속에서 느낀 것들, 들은 이야기, 읽은 시, 만난 사람 등에 관해 쓴 101개의 짧은 글들이 실려있는데 좋은 내용이 많았다.
파울로 코엘료는 프랑스 남부 피레네 지역에 방앗간을 개조해 만든 집을 사서 일 년에 몇 달씩 지내는데 이곳에서 그는 글을 쓰고 산책하고 그리고 활쏘기 연습을 한다고 했다. 활쏘기를 통한 명상은 그의 일상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차지한다고 했다. 피레네에서 우연히 궁수를 만나면서 오랜 전부터 마음에 두었던 활 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기를 세 가지 열정에 휩싸여 왔는데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활쏘기였다. 코엘료에게 활쏘기의 열정을 일깨워 준 것은 오이겐 헤리겔의 '활쏘기의 선'이라면서 그 핵심구를 '세 번째 열정'이라는 글에서 소개했다.
'긴장해야 할 때는, 오직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만 초점을 맞춰라. 힘을 아끼고, 활과 더불어 배우라. 과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동작보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것을. '
그러고 보니 남산에 활 쏘는 곳이 있고 가르쳐 주기도 한다. 매번 미루다가 못 배웠는데 이번 봄에는 활쏘기를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고 있는데 내 차례가 됐다. 염증이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한다. 웬만하면 항생제 처방을 해 주지 않는데 이번엔 좀 강한 항생제를 먹고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신다.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피레네 산 동네의 오래된 방앗간 집에 그와 함께 앉아 얘기를 나누는 상상을 해 본다. 그는 말하겠지. '우선 치료에 최선을 다해 보는 거야. 그 다음엔 그때 생각하면 될 것 아닌가?' 한번쯤은 세상의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