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

<나이팅게일과 장미> 중 나를 깨우는 한 문장

by 아트노마드 함혜리

' 걱정 말아요. 당신은 붉은 장미를 갖게 될 거예요. 내가 달빛 아래서 내 노래로 꽃을 만들어, 내 심장의 피로 물들여 드리지요. 그 대신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되어달라는 것뿐이에요. 왜냐면 사랑은 제 아무리 현명한 철학보다 현명하고, 제 아무리 강한 권력보다 강한 것이니까요. '

- 오스카 와일드, <나이팅게일과 장미>


파울로 코엘료의 < 연금술사> 도입부에는 오스카 와일드가 쓴 나르키소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름다운 외모의 청년 나르키소스에게 구애를 하다가 거절당한 처녀가 저주의 여신 네미시스에게 가서 나르키소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들고, 그 사랑이 결코 이뤄질 수 없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다가 물에 빠져 숨지자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수선화라는 그리스 신화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 이야기를 다르게 마무리 짓는다. 호수가 나르키소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유는 나르키소스의 눈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연금술사는 " 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라고 감탄을 터뜨린다. 호수도 나르키소스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인가? 오스카 와일드는 모두가 자기애를 지니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집을 꺼내 들었다. 1888년 발표되어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들'을 번역본인지 발췌본인지 모르지만 열린책들에서 나온 <오스카 와일드, 아홉가지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저만 아는 거인','별 아이'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참 섬세하고 아름답고 상징적이다. 언젠가 영문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팅케일과 장미'는 자신의 심장에 가시를 꼽아 그 피로 붉은 장미를 만들어 주지만 결국 무의미하게 끝나는 나이팅게일의 희생적인 사랑, 그러니까 사랑 그 자체를 위한 사랑을 강조한다. 청년은 나이팅게일의 희생으로 피어난 장미를 들고 교수의 딸에게 구애하기 위해 찾아가지만 장미는 보석에 비교할 수 없다고 거절당하고, 이에 '사랑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책을 드는 청년의 모습은 나이팅게일의 사랑과 대조를 이룬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이 젊은 남자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권위와 부와 명예를 중시한 사회에서 유미주의를 외쳤던 오스카 와일드는 도발적인 위트와 눈에 틔는 옷차림, 화려한 언변으로 화제를 모으며 당대의 유명 문인, 예술가 등과 왕래했다. 그러나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그는 1895년 앨프레드 더글러스경과의 동성애 혐의로 기소되어 2년간 감옥 생활을 했고 그에게 비난을 퍼부은 영국을 떠나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리고 파리에서 4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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