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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ilim May 08. 2024

새털처럼 가볍게 날고 있습니다.

메리

  두루 작가님께          

  죄송하다는 인사 먼저 올립니다. 답장이 너무 늦었습니다(웃음). 작가님이 저번 주에 늦게 보내주신 덕에 저도 마음 놓고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이렇게 되었네요. 원래 우리는 매주 일요일까지 답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삼일 이렇게 지나 벌써 토요일이 왔네요. 원래라면 저번주 일요일까지 제가 답장을 보내고, 이번주 일요일에 작가님께 회신을 받았어야 했죠.          

  그래도 작가님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한편 시원해졌습니다. 순간을 더 만끽하기 위해 늦은 편지는 왜 더 반가운지, 두루 작가님이 일주일 더 행복에 빠져 지낸 것이라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찬성입니다. 요즘 보여주시는 사진들에 아름다운 풍경들과 순간들이었습니다. 이 것들을 만끽하셨으니 행복을 사시는 중이시네요. 저에게 답을 쓰는 이 순간이 선명한 행복이라니, 영광입니다. 답신으로 저도 저의 오늘의 작은 행복을 늘어놓겠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번 동탄의 북클럽 루트라는 곳에서 독서모임을 합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모임장인데요. 북클럽루트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설명하자면 길어지지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너무나도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던 제가 퇴근하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없어 만들게 된 클럽입니다. 이 북클럽에는 다양한 북클럽이 있어요. 자유주제, 경매, 갓생의 키워드를 한 모임 등등 제가 여기서 맡은 역할은 직장인들을 위한 ‘쉼’ 독서 모임입니다.     

  다양한 곳에서 모인 우리 모임원들과 20분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고, 읽어온 책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모두 같은 책을 읽지 않고, “어떻게 독서모임을 하지? “라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같은 책을 읽지 않는 편이 더 도움이 될 때도 많습니다.      

  편식 없이 다양한 종류의 책을 볼 수 있고, 그 속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한 이유로 모인 이 모임원들의 독서모임 참여 이유를 들어보면 참 다양합니다. 가장 공통적인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를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인데요. 주변에 지인들이 많아도, ‘인생의 방향성’, 그리고 ‘가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친구는 몇 없는 것이 현실임에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저도 저의 주변에 없었기에 다른 여러 모임에 참여하다가, 더 이상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에 모임이 없어 제가 나서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과 지금의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북클럽뿐만 아니라 제가 작가님과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바로 저 모임의 방향성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공교롭게도 제가 운이 좋습니다. 이렇게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요.

 

  이제, 왜 제가 답장이 늦었는지 합당한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겠습니다.          

  2023년 12월 4일부터 2024년 4월 21일까지 저는 매주 토요일 9시부터 6시까지 요가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수련시간까지 하면 300시간 정도 됩니다. 이론 시간은 100시간이고요. 일을 하며, 가사를 하며, 경조사를 챙기며, 매주 토요일을 온전히 비워두는 것은 절대, 결코, 저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들은 교육과정은 매주 다른 요가원의 원장님들이 오셔서 요가 강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이론(해부학, 요가 이론 등)을 배우거나 핸즈온(티칭 시 필요한 도움 손), 또는 아사나(몸의 수련, 정신 수련 등)를 배웠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참 많이도 제 자신이 미웠고 한탄스러웠습니다. 물론, 동기들과 선생님들의 수업이 결코 아쉬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너무 과분할 만큼 좋았죠.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의 개인의 문제로 교육 과정 중에 환불문의(?)도 했습니다. 제 몸에 맞지 않은 옷 같아서요. 그런데 어느새 이 시간들이 지나 4월 20일에 요가원에서 마지막 교육을 마쳤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이다!”하고 요가원을 갔는데, 끝날 땐 눈물 젖은 양 볼을 손으로 감싸며 나왔습니다.      


   강사 교육을 마치며 글을 작성해 달라고 종이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총 3문제에 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1.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 교육과정 동안 교육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거나, 삶에서 감사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나누어 주세요.     

3. 교육과정 이후의 삶은 어떤 삶이길 원하시나요?(삶의 방향성, 요가강사로서의 꿈 등)               


  1번 문제를 보자마자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슬프지 않았는데 왜 눈물이 고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저의 답을 여기에 적습니다.          


1.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요가를 매주 3회 들으면서 힐링되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더 자세히 배워보고 싶었고, 어떤 수련을 해야 몸의 바른 정렬을 찾아갈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안 해본 운동이 거의 없는데, 기구 없이 맨바닥에서도 혼자 운동을 할 수 있는 종목을 찾았을 때 그것이 바로 요가였고, 요가는 몸의 수련뿐만 아니라 맑게 정화되는 정신적인 기운도 같이 가져갈 수 있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 교육과정 동안 교육을 통해서 도움을 받았거나, 삶에서 감사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나누어 주세요.     

  교육과정 시작 전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체중의 변화가 없어서 심적으로 괴로웠고, 의지는 더 가라앉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사실 여러 번 있었습니다. 매주 동기들을 보면서 비교하는 저였기 때문에 스스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교를 하지 않게 되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수련하고, 또 잘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배우고,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마음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항상 부족했음에도, K원장님께서 앞에 나와 시범을 보이게 해 주신 여러 번의 부르심이 제가 할 수 있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생겨나게 해 주시고, 마음속의 허들을 허물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모든 아사나 동작에서 이상한 짓(모습)을 하고 있을 때 여러 선생님들과 동기들의 따뜻한 Hands on 이 저에게는 큰 위로이자, 용기가 되었습니다.          

3. 교육과정 이후의 삶은 어떤 삶이길 원하시나요?(삶의 방향성, 요가강사로서의 꿈 등)     

  앞으로 배운 이 교육과정을 잊지 않고, 계속 수련하며 살고 싶습니다. 나의 몸도 내가 아닌 것처럼, 단편적인 모습을 바라보고 살지 않겠습니다. 처음, 새벽 요가 강사가 되고 싶었던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아가 정진하겠습니다. 그동안, 모두에게 감사했습니다.               

펜으로 꾹 꾹 눌러 담은 이 종이에 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하나 둘 떨어져 양손으로 닦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요가 자격증 시험을 보았습니다. 동기들의 눈을 볼 때마다, 힘을 얻었고, 용기가 되었고, 또 든든했습니다. 필기시험을 치르고, 밥도 못 먹고 바로 이어서 실기를 치느라 몸에 힘이 없어 초반에 바들바들 떨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갖고 이어나갔습니다. 결과는 30일에 나오지만, 이 결과가 어떻든, 제 자신에게 그리고 동료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끝까지 완주해서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요.                


  구구절절하게 여태 답장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벌써 24년도 4월이 지나가고 있네요. 내일은 올해 처음 맞이하는 토요일의 휴일입니다. 물론, 지인의 결혼식에 가겠지만 이 또한 저의 자유이기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두루 작가님도,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평안한 밤 보내세요.          

2024년 4월 27일 새벽 00시 44분          

메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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