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밀물처럼, 미움은 썰물처럼.

마음 비우기

by 아이리스 H


밀물은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의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들어오는 것이며,

썰물은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바닷물이 빠지는 현상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어쩜 이리도 오묘할까? 별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던 나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어젯밤 이모부님의 부고소식을 전해 들었다. 갑자기 심장마비라고 한다. 가족들은 모두 장례식장으로 갔다.


멀리 해외에 떨어져 있는 나는 가보지도 못하고 부주를 보내는 일이 늘 미안하고 마음이 아려온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이모부님 건강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코로나의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신 듯하다.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양하게 겪게 되지만 삶과 죽음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고추농사와 소를 키워 시골에서 자녀들을 대학을 보내시고 너무 열심히 사셨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 난 방학이면 이모님 댁에 방문하곤 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남편과 두 아들에게 시골 체험을 시켜주기 위함도 있고, 이모~이모 하며 잘 따랐기에 결혼 후에도 자주 그곳 충청도 면천에 갔었다.


갈 때마다 감자와 고구마를 쪄주시고, 이런저런 텃밭 야채로 만든 맛있는 시골밥상을 차려 주셨다. 앞마당 수돗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더운 여름날엔 등목을 하기도 했다. 지하수 물이라 얼음물처럼 차가웠고 시원했다.


겨울이었는데 하우스 안에서 초록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있는걸 처음 본 아들들은 바구니를 들고 고추 따기를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들들이 따온 고추를 다 가져가라며 봉투에 담아주셨다. 시장이나 도매상에 넘길 고추들을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었던 선한 이모부님 이셨다.


소도 키웠다. 송아지를 처음 본 아이들은 냄새는 좀 났지만 좋아라 했다. 아파트에서만 살던 아이들이 흙을 밟고 시골생활을 즐겼다.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하지만 늘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모님 댁이었다.


울 엄마는 서산에서 면천까지 운전을 하셔서 늘 동생에게 바리바리 농산물을 공수받아 오고 필요한 물건들을 갖다 주며 언니 동생으로 정을 나누었다. 아마도 나보다 더더 슬퍼하실듯하다.


준비되지 않은 슬픔에 나도 이토록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지는데... 모두들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평생 농사로 고생하셨던 시골에서 이제는 편안하시길... 베풀고 나누는 사랑을 남겨두고 가셨다.



사랑은 밀물처럼 꽉 차게...

미움은 썰물처럼 후련하게...


삶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미워할 수도 없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통해 때로는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하고 내가 선택한 내 삶의 방향과

방법이 너무 달라 갸우뚱 고개를

흔들어 보기도 한다.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일탈을 감행한다.

잠시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는 일은 새롭다.

무겁게 눌렸던 감정들과 우울감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면 난 잠시 멈춰 생각한다.

그리고 떠난다.


3주 만에 남편과 동행했다.

하노이에서 타이빈으로 이동했다.

"바다 보러 가자!~" 달콤한 한마디에 급

우울했던 마음이 봄 햇살을 만나 돌틈을

뚫고 나온 새싹처럼 반짝였다.


가는 도중 꼬르륵 소리가 났다.

맛있는 불고기 버거에 감자, 치즈스틱을

먹을 수 있는 롯데리아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배고플 때 먹는 건 무조건 맛있다.


남편 회사로 가는 길

내배는 채웠지만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햄버거와 감자 콜라를 사서 가기로 했다.

불고기와 새우버거 반반씩 사고 얼음 담긴

콜라도 샀다. 차 안이 훈훈하고 얼얼하다.

사랑은 이렇게 듬뿍 담아가는 게 좋다.


오랜만에 만나는 직원들은 함박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세계 어느 곳이나 출출할 시간에

단비 같은 공짜간식은 닫혔던 입도, 눈도,

마음까지 활짝 열어주는 힘이 있는 듯하다.


회사에 가면 난 늘 청결을 체크하고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채워주는

일을 하는 편이라 직원들은 내가 살짝

부담스럽고 긴장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햄버거의 사랑으로 긴장감을 풀었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바다는

시원하게 패스했다.




다음날(3월 14일)


보여주겠다던 바다는 언제 보여주는 걸까?


아침부터 회사는 일이 많아 바쁘다. 슬슬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 점심때가 다 되었다.

남편은"다음에 갈까?" 묻는다.


"아니 아니 아니여 지금 갈 거..."

약속을 은근슬쩍 미루려는 남편에게

눈빛 레이저를 발사했다.


"알았어, 급한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그렇게 우리는 바다로 출발했다.

밀물과 썰물이 멋있다는 그 바다에 도착했다.

한국에 대부도? 서해안에도 있는 그 바다

아뿔싸 ~~ 여기는 어디?

베트남 타이빈에서 1시간쯤 떨어진 바다?


백사장이 있고, 모래사장이 있고,

파도가 넘실거리지 않는 바다였다.

나의 고정관념을 깬 바다. 물 빠진 바다

이렇게 큰 갯벌바다는 생전 처음이다.


이곳이 정녕 바다라고?

시원한 바람이 머릿결을 날리고

카디건이 휘날리고 있다.

흰 바지에 흰색 신발을 신고

모래사장을 걸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뻘 가득한 갯벌을 눈으로

보는 순간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했다.


보이십니까?

바다내음 나고 갯벌과 보트가 있고

원두막 같은 것이 여러 개 보였다.

바다 중간중간에 둥근 지붕 집도 있고

일하는 사람들도 멀리 보였다.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작은 게 들의

움직임을 보는 순간 어이없지만 바다였다.


하이고 ~~~~~~~~참내~~~~

허당매력 남편을 믿고 찾아간 그곳은

밀물썰물이 있으며 오후 5시가 되어야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다가 된다고 한다.


시장이 반찬이던가?

오후 1시 40분 근처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허름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꾸만 어이없는 헤픈 웃음이 났다. ㅎㅎ


베트남 오지 바닷가에서 배고픔을 달래는

한국인 부부는 낯선 땅 타이빈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는다. 개척자의 삶은 배고프다.


조개탕, 새우찜? 볶음밥으로 허기를 달랜다.

낯선 식당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차려주는

음식을 의심 없이 먹고 있는데...

웃음이 사랑이 되어 밀물처럼 밀려왔다.

미움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었다.



새우를 까서 초고추장 대신 칠리소스에 찍어

맛나게 잘 먹었다. 남편은 전화로 톡으로

열일을 하며 바쁘게 식사를 겨우 마쳤다.

언제나 후한 밥은 벳남 대표 껌장 이다.

다음엔 노을이 지는 5시에 시간 맞추어

다시 오기로 했지만 또 언제 오게 될까?




30년 차 부부는 일탈을 즐긴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을 땐 말없이

짐을 싸서 떠난다.

바다는 그런 우리를 늘 잘 받아준다.

파도치는 바다도 아니고

넓고 넓은 물 빠진 바다를 보고도

속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위로되었다.


바다에 다녀온 후 안타까운 부고 소식은

밀물과 썰물이 되어 내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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