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밍고에서 무슨 일이?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by 아이리스 H


"거긴 너무 멀어서 패스!"


"여기는 좀 불편할 것 같아 "


"차라리 비행기 타고 떠날까? "


"가 본 곳 또 가는 건 별로야~"


"가깝지만 가보지 않은 곳, 요기는?"


플라밍고 다이라이 리조트( 사진 )


Flamingo Dai Lai Resort를 예약했다. 아들과 엄마의 파티 준비는 남편 몰래 시작되었다.

무슨 일이고?

5월 1일 근로자의 날 황금연휴에 우리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1박 2일을 계획했다.요즘 어딜 가든 사전 예약은 필수다.


하노이에서 1시간 10분쯤,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40분쯤 ~ 걸리는 이곳은 플라밍고 호텔과 풀빌라 리조트가 함께 있어 접근성과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집처럼 편안하지만 베트남 물가지수에 비례하여 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숙박 가격이니 1박 2일을 추천한다.


이 기간에 생일을 맞이하는 남편을 위해 작은아들과 나는 007 작전으로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비밀리에 알아보고 예약하느라 입이 근질거렸지만...참았다. 혹시나 남편이 반대할 확률이 높아서였다.


작은아들은 연휴 전 회사일이 바빠 야근과 당직을 하면서 틈틈이 생일 축하 메시지 영상을 편집하였고, 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영상으로 담아 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30년을 살았건만 딱히 할 말이 없다. 영상을 5번 만에 겨우성공했다.


남편은 나이공개 하기가 영 싫은 눈치였다.

세 번째 스무 살 (회갑)이라 축하받을 만 한데 한사코 거부의사를 밝혔고, 집콕하기를 원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플라밍고 리조트에서 1박 2일을 함께하며 조용하게 보내기를 아들이 제안했다.


돈 벌어 모으기도 쉽지 않지만 번돈을 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며 아들은 효도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특별한 생일인데...,



이벤트 좋아하는 아내와 아들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이라도 가자며 남편을 꼬시고 또 꼬셨다. 여전히 NO를 외치던 남편의 마음이 돌아섰다. 나이를 알리는 것도 60세 생일이 되는 것도 영 어색했나 보다...


백세시대에 뭐가 그리도 염려스러운 건지?

때로는 검소하게! 때로는 알뜰하게!

한 번쯤은 멋지게! 한 번쯤은 폼나게!

생일 파티도 하며 살아가는 게 어때서?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을 만드는 것은 다 때가 있는 것이다. 60년을 살아온 기적을 축하해 주는 날이 다가왔고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어머나, 들어가는 입구 디딤돌이 너무 멋져"


"세상에 안뜰에 작은 수영장도 딸려있네"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담장이 되었어"


"안으로 들어가니 푹신한 소파도 맘에 들어"


"주방 앞 창이 설거지할 맛이 나네"


"식탁에서 바라보는 수영장과 초록 정원도"

2023년 5월1일


"베란다에 동그란 그릴도 있고"


" 우아~앞베란다에 그네도 있어"


"나란히 자전거도 두대 있네"


"수영장 앞 등나무 의자까지"


"2층으로 오르는 계단도 창도 너무 멋진걸"


"침대방 두 개가 나란히 초록뷰야"


"샤워실과 욕실도 분리형이야"


이곳저곳 살피면서 신이 났다.

아파트에서만 살던 우리는 땅을 밟고 초록

숲 속 같은 정원이 있는 단독형 빌라 리조트에 흠뻑 빠졌다. 새소리 물소리가 좋았다.


상상되시나요? ㅎㅎ 그곳에 가니

사진보다 더 근사한 곳도 있었고,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여행은 초콜릿이다.

왜? 계속 찾게 되니까





불고기를 재우고, 야채와 과일, 쌈과 깻잎, 과자와 빵, 소주(처음처럼)와 맥주(타이거), 쌀까지... 바리바리 챙겨간 음식들을 정리하고 산책에 나섰다. 너무너무 넓어서 카트차가 다니고, 자전거로 다녀야 할 정도였지만 우리는 잠시 걸었다. 풀냄새가 좋았고, 낚시하는 모습도 좋았다.


바쁘고 분주했던 일상 탈출도 좋았고,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애쓴 날을 알아주듯 남편의 환한 미소가 좋았다. 작은아들은 사진을 찍어준다. "엄마 이렇게 , 아빠 어깨 펴고" 주문을 한다. 우리는 서로 웃으며 사진을 찍어주고 좋은 날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백조의 호수가 아니고 흑조의 호수를 마주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우아함?

산책중~~호숫가

살아온 날들이 감사했고, 지금을 살고 있으니 감사하고 다가올 미래도 두렵지 않았다. 지금처럼 살면 되니까~~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말이다.

라이브 레스토랑

음식을 싸오지 않아도 먹을곳이 있었다. 이곳은 처음 이라 우린 싸온 음식들을 먹기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짜잔! 블루블루한 색상의 포스터? 벽에 붙였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아들은 자이글에 고기를 굽는다. 바비큐를 하려고 했지만 풀밭에 벌레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포기했다. 뒷베란다 잔디밭에 덩그러니 동그란 그릴이 우릴 쳐다보고 있어도 할 수 없다.


난 야채를 다듬고 버섯과 오이, 당근, 고구마, 양파를 썰고 삼겹살과 목살은 아들이 굽고 불고기는 남편이 프라이팬에 익히고 서로가 각자 맡은 일에 충실했다. 밥상이 차려지고 맛나게 배부르게 먹었다.


골프를 좋아하는 남편 취향 저격! 맞춤 케이크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온 아들의 정성에 남편은 그제야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걸 어떻게 먹어?? 생일초 한 개를 꼽기도 아깝다며?? 망설였지만 다 먹었다.



아들의 야심작 생일 축하 영상공개 급하게 만든 거 치고는 아주 감동적이었다. 케이크도 주문하고, 작은 벽보용 포스터도 구상하여 만들어 온 덕분에 감동은 파도타기를 시작했고 눈물을 흘리다가 웃다가 눈물범벅이 되었다. 고맙다 아들. 사랑해요 딩동씨!


영상 보는중

배경음악을 따라 글과 사진이 나오고, 뒤에는 가족과 지인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며 3분 48초의 시간이 흐른다. 아들의 섬세함에 다시 한번 고마웠고 너무너무 행복한 5월의 첫날이었다.




여행은 준비할 때 떨리고 설레고 기다려진다. 여행 중 서로의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여행 후 집으로 돌아오면 왜 이리도 편안하고 좋은 건지?? 눈을 감으니 새록새록 그곳이 떠오른다.


특별히 세 번째 스무 살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1박 2일의 여행은 참 좋았다.


타국살이 8년 차 어느새 이곳이 한국처럼 정겹다. 꽃과 나무와 새들도 아름다왔던 플라밍고 풀빌라에서의 추억을 마음속에 머릿속에 저장했다. 생일 파티 안 하겠다던 주인공이 제일 좋아했다.


새벽에 자전거와 함께 사라진 주인공은 플라밍고를 두 바퀴나 돌며 인생의 의미를 찾았다고 한다.


리조트에서의 아침은 역시 새우듬뿍 새우탕 라면이 정말 맛있었다는 풍문을 알린다. 어깨를 주물러주고 아빠와 아들은 나란히 인생길에 서있다.


꽃밭에서 아빠와 아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커플티를 입고 해맑은 웃음을 남겨두고 왔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온 긴 세월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는 나름 프라이빗 했다.


가끔은 No보다 Yes를 선택하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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