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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an 19. 2024

프라이팬에 둥근달이?

추억소환~계란프라이

"아이 따뜻해~"


방금 낳은 계란을 받아 들었다.

할머니댁에 가면 닭이 알을 낳아

품고 있던걸 살며시 꺼내 주셨다.


작은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던 기억이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


동그란 밥상 위에

엄마는 아버지밥 옆에 계란프라이를

두 개씩 놓아주었고, 언니와 나 남동생들 것은 

한 개씩 밥 위에 올려 주셨다.


밥그릇에 밥이 비어 갈 즈음 아버지는

가끔 남아있던 계란프라이 한 개를

우리들에게 조금씩 나눠 주시곤 했다.


그 조각난 계란프라이가

어찌나 맛이 좋았던지... 아버지의 사랑

듬뿍 담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도시락밥 위에도 엄마는 계란프라이를

올려주었다. 이제야  엄마의

사랑과 희생에 깊이 감사하며 산다.


결혼 후, 계란프라이를 욕심껏 먹으려고

계란 두 판을 통  크게 사다 두곤 했다.

"새댁이 요리를 잘하나 봐..."

사실은 계란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 정도...


남편에게 난 엄마처럼 계란프라이를 하루

두 개씩  주었다. ㅎㅎ 나도 두 개씩 먹고

그 후 아들들에게도 계란프라이는

원 없이 먹게 해 주었다.


86세의 나의 아버지는 여전히

매일 아침 산책 후  계란프라이를

두 개씩 드시는 습관을  장수의 비결이라

말하시며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신다.




"아이고 어쩜 이렇게 작을까?"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다.

벳남 하노이 유기농 계란


대나무로 엉성하게 짠 빈티지 계란 바구니

  아래에 지푸라기를 조금 깔고

올망졸망 계란들이 앙증맞게 들어있다.


유기농 싱싱한 계란이 트남 하노이에서는

인기가 좋은 편이다. 얼마나 맛이 좋은지는

아이리스가 검증한다.


숟가락에 올려 크기를 재어본다.

숟가락도 작은데 계란이 한 손에 잡힐 정도

포만감 제로인 작은 계란을

오늘은 맘먹고 3개씩 먹기로 했다.


계란은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되고

누군가가 깨면 계란 프라이가 된다며

아이들의 교육은  스스로 깨어날 

있도록 키우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쨌든 난 계란을 야무지게 프라이팬에

6개를 깨고 말았다. 미소가 새어 나온다.

샛노란 계란 노른자가 둥근달처럼 보인다.

둘이서 호사를 누렸다. 3개씩 먹었으니...


행복함이 스멀스멀 내 안으로 들어온다.

작은달을 여러 개 먹고 나니... 든든하다.

계란프라이와 묵은지 김치찜으로

맛난 저녁을 해결했다.




3개쯤 먹어줘야  왕란 한 개쯤이 된다.


어느새  하노이살이 8년 차에 접어든다.

작고 작은 계란에게서 힘을 얻었다.


대박의 행운보다 어쩌면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이 삶에 에너지를

조금씩 충전해 준다면

방전되지 않고 충분히 잘 살 수 있음을 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라

계란 먹고 바위를 옮길만한 힘을

기르는 것 더 현명한 것 같다.

닭이 계란 품듯 계란노른자를 품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그리 살아보자


주말에 계란 프라이 3개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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