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따뜻해~"
방금 낳은 계란을 받아 들었다.
할머니댁에 가면 닭이 알을 낳아
품고 있던걸 살며시 꺼내 주셨다.
작은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었던 기억이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
동그란 밥상 위에
엄마는 아버지밥 옆에 늘 계란프라이를
두 개씩 놓아주었고, 언니와 나 남동생들 것은
한 개씩 밥 위에 올려 주셨다.
밥그릇에 밥이 비어 갈 즈음 아버지는
가끔 남아있던 계란프라이 한 개를
우리들에게 조금씩 나눠 주시곤 했다.
그 조각난 계란프라이가
어찌나 맛이 좋았던지... 아버지의 사랑
듬뿍 담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도시락밥 위에도 엄마는 계란프라이를
꼭 올려주었다. 이제야 엄마의
사랑과 희생에 깊이 감사하며 산다.
결혼 후, 계란프라이를 욕심껏 먹으려고
계란 두 판을 통 크게 사다 두곤 했다.
"새댁이 요리를 잘하나 봐..."
사실은 계란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 정도...
남편에게 난 울 엄마처럼 계란프라이를 하루
두 개씩 해 주었다. ㅎㅎ 나도 두 개씩 먹고
그 후 아들들에게도 계란프라이는
원 없이 먹게 해 주었다.
86세의 나의 아버지는 여전히
매일 아침 산책 후 계란프라이를
두 개씩 드시는 습관을 장수의 비결이라
말하시며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신다.
"아이고 어쩜 이렇게 작을까?"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다.
벳남 하노이 유기농 계란
대나무로 엉성하게 짠 빈티지 계란 바구니
그 속 아래에 지푸라기를 조금 깔고
올망졸망 계란들이 앙증맞게 들어있다.
유기농 싱싱한 계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인기가 좋은 편이다. 얼마나 맛이 좋은지는
아이리스가 검증한다.
숟가락에 올려 크기를 재어본다.
숟가락도 작은데 계란이 한 손에 잡힐 정도
포만감 제로인 작은 계란을
오늘은 맘먹고 3개씩 먹기로 했다.
계란은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되고
누군가가 깨면 계란 프라이가 된다며
아이들의 교육은 스스로 깨어날 수
있도록 키우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어쨌든 난 계란을 야무지게 프라이팬에
6개를 깨고 말았다. 미소가 새어 나온다.
샛노란 계란 노른자가 둥근달처럼 보인다.
둘이서 호사를 누렸다. 3개씩 먹었으니...
행복함이 스멀스멀 내 안으로 들어온다.
작은달을 여러 개 먹고 나니... 든든하다.
계란프라이와 묵은지 김치찜으로
맛난 저녁을 해결했다.
3개쯤 먹어줘야 왕란 한 개쯤이 된다.
어느새 하노이살이 8년 차에 접어든다.
작고 작은 계란에게서 힘을 얻었다.
대박의 행운보다 어쩌면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이 삶에 에너지를
조금씩 충전해 준다면
방전되지 않고 충분히 잘 살 수 있음을 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라
계란 먹고 바위를 옮길만한 힘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한 것 같다.
닭이 계란 품듯 계란노른자를 품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그리 살아보자
주말에 계란 프라이 3개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