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시
우두커니 서서 거울을 바라본다
남들은 바벨에 쇳덩이를 부지런히 달고 있는데
몸은 아직 무게를 거부한다
육 개월이 지났는데도 너희들의 텃새는 계속된다
웜업에서 스쿼트로 넘어갈 때마다 거울만 응시한다
아직도 기다려야 해?
몇 날을 더 달래야 몇 번을 더 들어야
남들처럼 바벨에 열매를 주렁주렁 달 수 있을까
너희들의 느림에 속이 탄다
완고함이 짓누른다
의외로 고집 센 너희들
좀처럼 유연해지지 않는 너희들
북어를 두들겨 패듯
너희들을 펴서 두들기고파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통증이 사그라질 때까지
지루한 이 시간을 버틴다
성급한 마음을 무게로 누르며
바이셉스가 바벨을 던지라고 외칠 때까지
트라이셉스가 덤벨을 놓아 버릴 때까지
햄스트링이 찢어지는 괴성을 지를 때까지
둔부근이 터지며 주저앉을 때까지
아픔 뒤에 슬며시 불어오는 상쾌한 성취감
고통 뒤에 조용히 떨어지는 소중한 땀방울
인내 끝에 가만히 솟아나는 볼록한 너희들
내 목소리를 낮추고 너희들의 소리를 들어
나는 거칠지만 너희는 얌전하지
욕심도 없고 매일이 양심적이야
불평이란 모르는 착한 아이처럼
너는 나보다 정직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