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친해졌던 건진 기억이 안 난다. 어느 날 남매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우리 집까지 내려왔다. 남매 중 언니는 눈썹에 커다란 점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아도 그 생김새만이 선명히 기억난다.
일요일 아침 애니메이션 만화를 다 보고 나서 밖으로 나오면, 남매가 우리 집 앞 다리에 와서 빙글 빙글 스케이트를 타며 놀고 있었다. 별 다른 놀이를 하지도 않고, 만화 보고 나왔냐고 물으면 언니와 오빠는 봤다. 며 주제곡을 불렀다. 나도 신이 나서 같이 불렀다. 아~따 아따는요. 가족 외에 동네에서 생긴 첫 친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겨울에는 같이 얼어 있는 호수를 찾으러 갔다. 남매의 오빠가 발견했던 장소인데, 우리에게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풀숲이 우거지고 가지들이 엉켜있는, 산도 아니고 언덕도 아닌 그 중간 크기의 언덕 산. 우리는 나뭇가지들을 피해 요리조리 깊숙이 안으로 들어갔다. 옻나무라는 것이 있으니 긁히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다. 가끔 도깨비풀에 걸려 옷 여기저기에 따끔한 가시들이 달라붙기도 하였다.
나는 웅덩이를 상상하며 따라갔지만, 그렇게 도착한 호수는 생각보다 컸다. 왠지 깊이가 꽤 될 것 같은 무서운 곳이었다. 이런 장소가 집 근처에 있었다니. 사실 여기까지 멀리 나와본 적도 없었으니 알리가 있나.
우리는 천천히 얼어붙은 호수 위를 걸었다. 오빠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빠질 것 같다는 두려움은 없었지만 기분이 묘해서 쿵쾅거리며 뛰어놀 순 없었다.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다시 돌아가기 위해 한 사람씩 차례로 올라가려 했다.
이 날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날이었다.
발을 헛디뎌 무니가 아래로 굴러 떨어졌을 땐, 그 애가 움직일 때까지 숨도 쉬지 못했다는 것.
말 그대로 데굴데굴 구르던 무니가 박혀있던 돌에 머리까지 박았을 땐 정말 가슴이 철렁하였다.
혹시라도 무니가 엉엉 울까 봐 그 아이가 끄응.. 하고 움직이자마자 나는 웃기다고 깔깔 웃었다. 나는 괜찮냐고 내려가 무니의 손을 잡아주면서도 센 척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진심으로 안도하였다.그 찰나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춘 것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