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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덕후의 연구원룸 Apr 19. 2024

프롤로그; 내 집 마련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집을 빌려 쓰는 사람(임차인) A는 이사한 직후 집을 빌려준 사람(임대인) B에게 누수로 인한 곰팡이가 발생해 벽지가 훼손됐으니 이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집을 빌려준 B는 현재 집에 누수가 없고, 임대차 계약 당시 A가 벽지 교체를 요구하지 않았으니 이를 교체해줄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둘은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미주1)     
역전세난이 점점 확산되면서 전세금과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사상 처음으로 4000명을 돌파했다. 2023년 7월 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임차권 설정 등기 신청 건수가 4193건으로 집계된 것이다. (2023년 7월 6일 언론 보도)(미주2)     
전셋값이 반등하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불식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 8월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5주 차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기준 전세가 변동률은 0.02퍼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전세가가 2022년 1월 24일 이후 1년 반 만에 상승으로 바뀐 데 이어 2주 연속 상승을 보인 것이다. 다만, 2020~2021년 동안 급격히 올랐던 전셋값 수준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 당장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2023년 8월 7일 언론 보도)(미주3)     
2023년 7월, 주택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으나 수도권 및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다. 시세가 높은 아파트는 2개월 연속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상승폭도 지난달보다 커졌다. 가격 급락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고 주택 매매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며 2023년 하반기에도 하락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미주4)    
구독자 80만 명을 거느린 부동산 투자 유튜버 C가 쓴 부동산 투자책이 D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D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자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데이터가 전산화된 1996년 이후 부동산 투자서가 종합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C는 책에서 절대 전세로 살지 말고 집이 나를 위해 돈을 벌게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22년 4월 9일 언론 보도)(미주5)


    일상의 순간순간 한 번쯤은 보거나 들어봤을 이야기일 것이다. 집을 빌려 쓰는 사람과 빌려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편함, 도대체 어디 쓰는지도 모르겠는데 내야 하는 관리비, 자고 일어나면 포털을 가득 메운 부동산이 문제라는 기사와 정부의 정책 실패, 언젠가는 이루고야 말겠다며 꿈꾸는 내 집 소유, 부동산 투자로 꿈꾸는 자산가의 길 등등……. 그리고 이런 소식을 듣고 또 때때로 겪는 끝에 우리 마음속에는 ‘내 집 마련이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서점이나 도서 판매 사이트의 한편을 가득 채운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 포털사이트라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부동산 페이지, 수많은 스마트폰 앱 중에서도 유달리 귀에 익숙한 O방 같은 이름들. 이는 내 집 마련이 나만 고민하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 쏟는 문제라는 걸 보여 준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에는 조사 가구의 82.0퍼센트가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은 이후에도 매년 80.0퍼센트가 넘는 수치를 보였고, 2021년에는 88.9퍼센트가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하기에 이르렀다.(미주6)    

 

    그런데 조금 더 꼼꼼히 뜯어 보면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듯하다. 2021년 기준으로 자기 집을 소유해 거기에 거주 중인 사람 중,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97.1퍼센트였지만,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집을 빌려 쓰는 사람 중에서 그렇게 응답한 비율은 73.4퍼센트였다. 또, 2021년 40세 미만인 2030 세대 가구주 중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84.1퍼센트였지만, 60세 이상 가구주 중에서는 91.5퍼센트였다.     


    내 집 소유에 관한 이러한 인식 차이는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사회적 여건이 변하면 내 집 마련에 관한 생각이 바뀌진 않을까’하는 의문을 남긴다. 만약 빌려 쓰는 집의 물리적 환경이 양호하고 집을 빌려준 사람이 갑질을 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집을 사지 않으려고 할까? 좋은 집과 친절한 임대인을 만나는 개인적 행운을 넘어 제도적으로 저렴하게 오래 빌려 쓸 수 있는 전월세 계약이 보장되면 집을 빌려 쓰는 사람의 내 집 소유 수요가 변할까? 내가 산 집의 가격이 더는 급격하게 오르지 않아 손쉽게 자산을 늘릴 수 없더라도 여전히 많은 이가 내 집을 소유하려고 할까?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묻는다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내 집 마련을 이야기하며 한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서점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동산 투자 서적 판매대를 떠올려 보면, 그 한 가지 문제 제기를 ‘어떻게 하면 집을 소유할 수 있을까’나 ‘어떻게 하면 집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할 듯하다. 혹자는 일단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받거나 다른 전세 임차인의 전세금을 받아 어떻게든 집을 하나 사라고 말한다. 부동산 투자와 같은 말 같은 이러한 내 집 마련에 관한 우리 사회의 집착은 그 길이 주거 안정과 자산 증식을 한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궁극의 방편으로 여겨지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집을 소유했는지 빌려 쓰고 있는지, 앞으로의 내 인생 계획은 어떠한지를 돌이켜보거나 우리 사회의 전월세 제도 또는 집을 둘러싼 시세 차익이 변화한다고 가정해 보면, 우리 각자는 부동산 투자로 귀결되는 내 집 마련과는 조금은 다른 나의 내 집 마련을 마주하게 된다. 내 집 마련이 왜 이렇게 어렵지라는 하나의 질문은 사실 개개인의 입장과 관점, 사회적 여건에 따라 어지럽게 많은 질문으로 나뉘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내 집 마련’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는 것은 흩어져있던 각자의 문제를 사회 문제로 집합화하고 구성하는 방법으로는 유용하다. 누가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배 계층이 되더라도 여러 사람의 소망이 모인 원기옥처럼 사회적 호소력이 강한 내 집 마련 문제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내 집 마련 문제의 모습과 원인이 각기 다른 만큼 계속 한 가지 질문만 던져서는 누구도 제대로 이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에는 자질구레하게 보일지라도 내 집 마련에 관한 질문을 여러 입장과 가능성에 서서 다양하게 던져야만 이 문제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질문을 하나하나씩 다시 던져가며 내 집 마련이라는 샐러드 볼 안에 담긴 문제들을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려 한다. 옆에서 본 코와 입에, 정면에서 본 눈과 옆에서 본 눈, 위에서 본 머리칼을 가진 피카소Picasso의 인물화를 본 적이 있을 듯하다. 우리는 입체파cubism가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보고 한 캔버스 안에 그렸던 것처럼, 내 집 마련을 나의 입장, 너의 입장, 그리고 또 다른 너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고 내 집 마련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자, 다들 준비되었는가? 함께 긴 이야기의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





(미주1)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분쟁 조정사례집 2022.12》, 2022., 98-100쪽.

(미주2) 고가혜, 〈보증금 못 돌려받은 세입자 점점 늘어…임차권등기 월 4000건 돌파〉, 《뉴시스》, 2023.7.6.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706_0002366297&cID=10401&pID=10400 

(미주3) 황보준엽, 〈반등하는 전셋값… 역전세난 ‘최악의 상황’은 면할까〉, 《뉴스1》, 2023.8.7. 
 https://www.news1.kr/articles/5131343 

(미주4) 강민석‧손은경‧이강배‧정종훈, 《KB 부동산시장 리뷰 2023.7.》,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3., 3-5쪽.

(미주5) 양지호, 〈[요즘 서점가] 부동산 투자 유튜버 책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조선일보》, 2022.4.9.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2/04/09/EVH3JCMW5NDSVC7LXC6Z2CR3T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미주6) 강미나·박미선·이재춘·이길제·윤성진·조윤지·우지윤·이건우·허소영·전혜란·문소희,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일반가구) 연구보고서-》, 국토교통부, 2022., 117쪽.


※ 이 글은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지원으로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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