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 힘 빠지게 하는 부정적 화법 (2)
“이건 좀 싸구려 느낌인데?”
L대리님은 이 표현을 꽤 자주 사용했다.
직접 구매한 음료를 건넸을 때도, 구내식당 식사를 앞에 두고도,
그는 “역시 맛없네”, “싸구려 맛이네”라는 말을 종종 했다.
L대리님은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었고, 실제로 몸이 예민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음료나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그 표현이 다소 단정적이다는 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런 상황이었다.
입사 5개월정도 지났을 때,
회사에 둘 음료를 대량으로 주문했는데
L대리님이 “뭐 시켰냐”고 물어보셔서 캔 하나를 드렸다.
그는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싸구려 맛이네. 내 취향 아닌데, 버려도 돼요?”
그리고 음료는 개수대 속으로 사라졌다.
정말 비싼 제품도 아니었고,
그의 기준에는 안 맞을 수 있어 버려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표현이 다소 아쉬웠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 갚는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기 때문.
같은 거절이라도
“제 입맛에는 좀 안 맞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버렸더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아래는 부정적 화법에 대한 나의 대응 변화이다. 1편에 이어서 (비슷해보이지만) 한번 더 쓰겠다.
<나의 대응 변화>
초반 (입사 초기)
“아 그런가요… 죄송해요.”
중반 (관계가 익숙해지며)
“전 이거 괜찮던데요?”
“저는 좋아해요.”
후반 (의견 피력)
“그건 제 취향이에요, 존중해주세요!”
“이 제품 괜찮아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럼 다른 거 드시면 어떨까요?”
→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내 입장을 지키는 방식도 점차 뚜렷해졌다.
물론 L대리님은 초반의 그 말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분이었다.
실제로 업무에 있어서 나를 많이 도와주셨고, 실무적인 지식도 많이 전수해주셨다.
그래서 몇개월 지나보니 말투만 그렇고 마음은 따뜻한 분이구나 느꼈다.
툴툴대는 말투 뒤에도
배려가 있는 사람이 있고,
표현은 부드럽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의 방식이 곧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태도를 반영하는 하나의 요소인 건 분명하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좋은 말투로 같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서로의 관계도, 업무 분위기도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