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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대리님은 왜 항상 밥이 맛없다 할까?

듣는 사람 힘 빠지게 하는 ‘부정적 화법’에 대하여 (1)

by 이여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불만 섞인 한마디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을 은근히 많이 만나게 된다.


부사수-사수 관계에 있던 L대리님은

내가 음료를 건네자마자 "이거 싸구려네"라고 했고,
점심시간마다 "오늘 밥 맛없네", "역시나 맛이 없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반복했다.


사실 회사 근처 식당 메뉴가 비슷비슷한 건 사실이다.
회사 구내식당도 실제로 맛없다는 평이 많았어서 영양사님이 교체된 전적이 있다.

그러니 대리님의 평가가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고,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화법이 반복될수록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누구나 다 아는 부정적인 사실이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특히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 누군가에겐 의욕을 꺾는 말로 들릴 수 있다는 것.

내가 그에게 음료를 건넸을 때도,
그건 내가 직접 구매해온 것이었고, 단지 가성비를 고려해 선택한 것이었다.

그 앞에서 “싸구려네”라고 말하는 건, 단순한 기호 표현을 넘어
상대방의 배려나 선택을 평가절하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와 친해진 후에는 이런 말이 아무렇지 않아졌고, 반응이 웃기기도 해서 안하면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회사 다니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표현들은 삼가는 게 좋다.





L대리님과 사수-부사수로 일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반응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나의 대응 변화 과정>

초반 (입사 초기)

“앗, 그러네요.”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 무조건적 동의.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맞장구를 쳤다.


중반 (관계에 익숙해지며)

“흠, 전 괜찮은데요.”
“이 정도면 무난한 것 같아요.”

→ 조심스럽게 의견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후반 (익숙해진 이후)

“오늘은 맛있는데요?”
“저는 이 정도면 만족이에요.”

→ 내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대리님이 먼저 “맛없다”는 말을 꺼내기 전에
내가 먼저 “오늘은 괜찮네요”라고 분위기를 선점하기도 했다.


말의 분위기는 흐름을 만든다.
말 하나로 실제보다 더 괜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반복되는 부정적인 말투는 듣는 사람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특히 그것이 상사의 말일 경우, 영향력은 더 크다.


물론 불만을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빈도와 표현 방식이 과할 경우, 신뢰나 협업 분위기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불필요한 부정적 표현은 업무 외적으로도 마이너스가 된다.
한 번 형성된 이미지나 인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으니까.


꼭 늘 긍정적일 필요는 없지만,
의견을 말하는 방식에는 선택이 필요하다.

같은 생각도 다르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한 번의 상상만으로도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


*사실 대리님도 그냥 스몰토크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다만 표현하는 게 서툴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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