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정확하게 찾기 위해서는 먼저 '하기 싫은 일'부터 명확하게 골라내야 한다. (간다 마사노리 '비상식적 성공법칙'중에서)
하기 싫은 일부터 정리해 보자
하고 싶은 일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부터 정리해 보자. '비상식적 성공법칙' 책을 읽으면서 힌트를 얻은 부분이다. 내가 경험한 것들 중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 아니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들 또는 지금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절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정리해 보자.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생각하지 말고, 너무나도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일지라도 한번 적어보자.
나는 현재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의류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물론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들을 처리해 주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작은 규모로 시작했기에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해야 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옷을 사입하고 촬영을 하고 사진 편집을 해서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상품등록을 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을 검수하고 포장해서 택배 발송을 하고 온라인 판매자 관리자센터에서 각종 CS와 리뷰 관리를 한다. 가격경쟁과 상품 경쟁력을 위해 수시로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각종 광고 세팅과 유입을 위한 작업도 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오프라인 매장은 상품을 사입하고 검수해서 고객들이 쇼핑하기 좋도록 눈에 띄게 디피한다. 쇼윈도 상품은 외부에서 우리 매장에서 들어오고 싶도록 깔끔하고 고급스럽고 예쁘게 세팅한다. 고객인 찾아오면 고객의 체형이나 취향에 맞춰 옷과 코디 상품을 추천해 주며 기분 좋아지는 칭찬의 멘트도 아끼지 않는다. 종종 일어나는 교환, 반품 등의 CS를 처리한다.
하기 싫은 일 적어보기
이 중에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진상 도매 거래처 상대하기
- 매주 동대문 새벽 시장 가기
- 사진 촬영하기 (모델)
- 상품 검수, 포장, 택배 발송 (물류)
- 진상 고객 CS
- 전화 CS
- 매장 고객 응대하기
- 마음에 없는 접대성 멘트
- 밑도 끝도 없이 무례하기 행동하는 고객 상대하기
- 실밥 정리, 다림질
- 퇴근이 없는 생활
이 정도면 이 사업을 안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술술 써지는 걸 보면서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위에 적은 모든 업무들을 사업 초반에는 내가 다 했다. 스타트업이라 감히 직원을 고용할 수도 없고 멀티로 모든 일을 다 해내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분야의 일을 어떻게 다 해낸 건지 스스로도 대견해진다. 지금은 각자의 업무에 잘 맞는 직원들을 채용해서 업무 분담이 이루어져서 사업이 잘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 회사가 돌아가는 데는 위에 적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변수가 생기고 여기저기서 일이 빵빵 터지는 버라이어티 한 하루를 보낸다. 하기 싫은 일을 적어놓고 보니 느끼는 점이 있다. 지금 현재는 위에 언급한 일들은 내가 하지 않는다. 모든 업무 총괄을 하면서 온라인 마케팅 분야와 채널 관리, 사업 확장을 위한 아이템 연구, 직원 관리, 행정업무(급여, 세무, 노무 등)를 맡아서 하고 있다. 나는 책상 앞에서 머리 쓰면서 하는 일은 나름 잘 맞는데 단순업무나 고객을 상대하는 일, 물류팀 업무는 소질도 없고 잘 맞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을 무조건 안 할 순 없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결판을 지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결판이라고 말하니 거창한 듯 하지만 일단 하기 싫은데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베스트이다.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잘할 수 있는 사람(직원)에게 위임을 하거나 외주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하기 싫은 일의 최고봉은 지인영업
이번엔 과거의 경험 중에서 지우고 싶은 경험을 적어보려 한다. 10살 때부터 지금까지 친구인 나의 베프의 권유로 보험회사에서 잠시 일했던 경험이 있다. 솔직히 나는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망설였다. 친구는 보험회사 신입들을 교육하는 육성팀 교육매니저로 있었는데 나에게도 나중에 교육 쪽으로 잘 풀릴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피아노 강사 출신으로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기에 정말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인 부분들만 생각하고 입사하여 한 달간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 배우는 걸 좋아하기에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던 한 달이 정말 재미있었고 동기들과의 만남도 즐거웠다. 설계사 자격시험도 가뿐하게 통과를 했는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배우고 시험 보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때부터가 고난의 시작이었다. 일단 휴대폰 속에 있는 연락처부터 싹 다 뒤져야 했고 가장 먼저 시키는 것은 지인 영업이었다. 대면 영업은 생각도 못한 데다가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내 성격상 정말 못할 짓이었다. 내 거 설계해서 가입하고 만만한 가족 들 거 한 개씩 가입시키고 나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내가 선택한 것은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 상대로 하는 영업이었다. 그 당시 화재보험 의무 가입 업종이 생기면서 전국 소방서에서 의무 업종 대상자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일단 내가 이동할 수 있는 지역들 위주로 소방서 교육 일정 리스트를 뽑았다. 그리고 화재보험 리플릿을 준비하고 교육 일정에 맞춰 무작정 소방서를 찾아갔다. 소방서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으니 앞쪽에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의무 가입 대상자 사장님들께 화재보험 리플릿과 명함을 나눠주었다. 한동안 소방서마다 찾아다니며 나를 알리는 영업을 한 결과 한두 분씩 화재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연락을 해왔다. 그러면 화재보험을 설계하고 개인보험도 점검해 드리면서 부족한 부분 보충해 드리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니 어느덧 나는 화재보험 전문 설계사가 되어 있었다. 1년 정도 설계사로 살았는데 그 안에서 교육 쪽으로 잘 풀릴 수 있겠다는 비전을 보지 못했고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인을 상대로 영업하고 싶지 않아!'라는 나의 생각 덕분에 생긴 용기였지 싶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가 하기 싫은 일 중 하나는 지인영업이다. 물론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영업도 하기 싫은 일 중 하나지만 어차피 모든 사업은 영업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 안건은 내 스스로 결판을 내린 것이다. 온라인으로 사업을 해도 영업을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케팅도 다 영업이지 않은가!
하기 싫은 일을 정리한다고 해서 그 일들을 다 안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의 과거의 경험처럼 적어도 정말 안 해도 되는 일과 하기 싫어도 꼭 해야만 하는 일, 또는 방향을 살짝 바꿀 수 있는 일 등을 정리해 낼 수 있다. 적으면서 '너 이 정도였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기적이고 찌질한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조금 낯설고 부끄럽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내면에 품은 밑바닥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마인드컨트롤 하며 마음껏 적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