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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Sep 17. 2024

명절 최고 핫플은 맘카페라는걸  아시나요?

명절에 가장 붐비고 재미터지는 곳. 디스 이즈 맘카페.

<오늘은 짧게 쓰고 빠지겠습니다. 힘이 엄써요.>




명절에 제일 재미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바로 「맘카페」이다!


어떤 사람들은 맘카페 하면, '거기 맘충들 모여있는 곳 아냐?' 할 수도 있지만

애들 키울 때는 맘카페 만한 동지가 없다.


가끔 눈살 찌푸려지는 글도 올라오긴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회적 자정작용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소리에는 논리 백단 말빨 센 회원님참교육을 다다다다 시켜준다.

그 글은 자삭(자진삭제)되거나

'제 생각이 짧았네요', '여기 댓글 보고 다시 생각하고 있어요'

라는 결말로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맘카페는 운영진이 아주 빡빡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악플이나 광고는 바로바로 삭제가 된다.

청정구역 느낌이 나고 매너도 좋은 편이다.

맛집, 학원, 병원 등등의 정보가 넘쳐난다.

동네 생활의 모든 것이 다 있다.

아주 알차다.


나는 참여하지 않지만,

독서모임이나 봉사모임도 있는 듯하고

플리마켓 같은 행사도 열고 기부도 하는 것을 보면

'맘충들만 모여있는, 개념 없고 싸가지 없는 여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유익하다.


동네에 사이렌 소리가 난다?

갑자기 하늘에 헬기들이 엄청 날아다닌다?

어느 가게 앞에 엄청 줄이 서있다?


동네에서 생기는 소소한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해결해 주는 곳은 우리 동네 맘카페뿐이다.



그런데 명절 즈음에 맘카페는,

아마존 저리가라 광활한 대나무숲이다.

엄마이자 딸이자 아내이자 며느리라는 역할 껍데기는

평소에 하나씩만 하는 것도 벅차다.

명절이 되면 그 모든 역할을 한꺼번에 다 수행해야 하니 과부하가 걸린다.

명절에 맘카페에 모여있는 '맘'들은 반 미쳐있다.

아! 거기에 '무임금 노예'라는 껍데기도 하나 덧 씌워지기 때문에 더 돌아있다.


가만히 있어도 폭발 일보 직전인데

명절에는 이 '맘'들의 성질을 건드리는 오물풍선이 집안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서로 예민한 것을 알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하고 피하고는 있지만

눈치 없는 누군가가 잘못 건드려

오물풍선이 터지고 나면

오물이 온 집안을 더럽힐 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소형폭탄도 터져버린다.

그냥 전기차 배터리 불타듯이 화재 진압 불가다.

소멸.


그래도 명절에는 거기 왔다 갔다 하면서

어느 집에 무슨 빡치는 일이 있었나 하며

구경하는 것이 큰 재미다.

'충격실화' 딱지를 달고 다큐로 나와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은 충격 사연들이 너무 많아서,

명절에는 그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 너무 저급한가요? ㅋㅋ)


요즘  맘님들은 다들 배우신 분들이라,

배우신 분들이 화가  작성하는 글들은

시원하고 서늘할 뿐 아니라 논리적이고 잘 읽힌다.

시트콤 시나리오급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댓글들도 논문 수준이다.

K-며느리, K-장녀, K-동서, K-올케들의

대환장 파티벌어진다.


무조건 빅재미를 보장하는 글은

"제가 예민한 건가요?"를 제목으로 하는 글이다.


보통은 개념 없는 가족 중의 누군가의 언행으로 시작된 다툼이나 빡침이나 서운함 같은 것들이다.

대부분 읽어보면 누구라도 열받을 만한 사연인데,

나름대로 착하고 소심한 이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대놓고서는 화는 못 내니까

다 지나고 나서 집에오니 열불이 뻗치는 거다.

'내가 예민한 건가? 그냥 넘어가는 게 맞는건가?'

하는 답답한 생각에 이불킥을 하면서 맘카페에 올려보는 것이다.

바로바로 화내는 사람들은 '내가 예민한가?' 하는 고민조차 하지 않을 터.


이런 글에 댓글들을 보면서 '무례한 사람에게 대놓고 화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에게는 없는 전투력을 더 쎈캐 '맘' 언니들에게 배운다. (똑똑한 MZ동생들일지도ㅋㅋ)

적지 않은 시간동안 맘카페를 보고 배운 것은

무례한 사람에게는 웃으면서 대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례한 놈들한테는 대놓고 화를 내야 '아. 얘가 꿈틀대는 지렁이였구나'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무서워하지는 않을지라도 밟지는 않는다.

바닥에 지렁이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고는 다닌다는 것이다.

배려는 못 받아도 밟히지는 않을 수 있다.




오늘 내가 본, 맘카페에서 가장 흥미로운 글은 이런 사연이다.


1. 내 생일을 내 자식한테 내 입으로 어떻게 말을 하냐?

- 글쓴이는 며느리임.

- 추석 직전이 어머님 생신이시라 추석날 같이 식사하는 것으로 명절 전에 쇼부 봄.

- 하지만 어머님은 생신을 따로 하고 싶으셨나 봄.

- 동네분들한테 며느리가 생신 그냥 지나가자고 했다며 며느리를 흉보심.

- 그랬다는 이야기를 어머님이 며느리에게 전화해서 말씀하심.

- 글쓴이(며느리)는 어머님께 딸(글쓴이의 시누)과 아들(글쓴이의 남편)과 상의하시라고 말씀드림.

- 어머님이 "내 생일을 어떻게 할지 내 자식한테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냐"라고 역정내심.

- 글쓴이는 '며느리가 자식이 아닌 게 맞긴 맞는데 이렇게 대놓고 티 내셔도 되나요?'라고 .

- 댓글 폭발.  

- 아드님들, 엄마 생신 제발 관심 좀.......



2. 다들 못 먹어서 환장했나요?

-「대체 누구를 위한 명절이냐」하는 글에 댓글 파티가 열림.

- 그러다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옴.

- 옛날 못 먹던 시절이야 먹을 거 다 같이 해서 나눠먹고 했다 쳐도

- 지금은 일부러 탄수화물 안 먹고 1일 1식도 하는 판에 하루종일 먹고 치우고 뭐 하는 짓이냐 함.

- 어느 집은 연휴 동안 먹을 국을 여러 종류로 한 솥씩 끓여놓고 상할까 봐 내내 수시로 끓이고 있음. 너무 더움. 열기며 냄새며... 거의 24시간 곰탕집이라고 함.

- 어느 집은 잡채를 김장김치하는 다라이(?)에 한가득 해서 넣어놓을 데도 없어서 밖에 놔뒀다가 다 상해서 먹지도 못하고 다 버렸다고 함.

- 댓글 어디 중간쯤 누가 "다들 못 먹어서 환장했나요? 왜 이래요? 진짜"라고.................



3. 가만히 보면 남편이 제일 문제인 듯

- 오랜만에 고향에 온 남편이 친구를 만나러 낼름 나감.

- 이때 아니면 언제 만나냐며 당당하게 나감.

- 올 때 술 취해서 들어옴. 누워 잠.

- ???????

- 그럼 와이프는 그냥 데리고 온 일꾼입니까??

- 댓글 대폭발.





맘 여러분. 너무 힘드시죠.

(눈치 보는 남편분들도 힘드실 거예요. 좀 날카롭습니까. 마눌님들이 ㅋㅋ 

근데 눈치만 보지말고 몸을 움직이시길 바래요. 제발..)

(요즘 조심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착한 시어머니 프레임에 빠지신 어머님들도 힘드실 거예요.)


제 생각에는......

요즘 세상에 한 집에 사람 6명 이상 모여 밥 먹는 것 자체가.. 흡...

모여 앉을 식탁도, 식기도 없어요.



힘들면 맘카페에 마음껏 싸지르면서 풀어요.

더 센 언니들한테 전투력과 얌통머리를 좀 빌리고,

너그럽고 현명한 언니들한테는 지혜도 얻어요.


'일 년에 해봤자 하루 이틀인데! 그거 뭐 힘드냐!!! 옛날에 우리 엄마는 이것보다 열배는 더 힘들었다!!'

???.....예???

... 롸????

이런 소리하는 남편이 있으면

입 닥치고 돈이나 내놓으라고 합시다.

(명존세...)

5만원이라도 뜯어내서 립스틱이라도 사요.



그래도 요즘은 전국 곳곳에 진짜 카페가 있어 도망갈 곳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기름 냄새나는 몸을 싹 씻고 진짜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투샷으로 빨면서

맘카페에 들어가서 올 명절에 남들한테는 무슨 일 있었나 관찰해 보세요.

대판 싸움 난 집 보고 나면 무탈하게 넘어간 이번 명절이 고마울 수도 있어요.


나를 서운하게 한, 어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나는 그렇게 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수밖에요.




모두들 시끄러우셨죠?

누워서 좀 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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