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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Oct 26. 2024

피시앤칩스 맛집에서 동태전을 떠올리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패딩턴 흉내만 내고

신속 관람을 마친 영국박물관을 뒤로하고 레스터 스퀘어까지 걸어갑니다. 각종 영화관들과 레스토랑, 쇼핑샵, 차이나타운이 몰려있는 곳입니다. 저희의 목적지는 레고스토어와 M&M샵이죠. 저희 아들이 런던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기대했던 레고스토어입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런던의 거리는 또 놀랍습니다. 딸아이도 감탄하며 사진을 자꾸 찍어대는 걸 보면서 살짝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해리포터 극장은 '여기가 정말 영국이구나!' 하는 느낌을 팍 꽂아줍니다.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거리를 지나서 드디어 레스터스퀘어 중앙으로 들어서 레고스토어로 직행합니다.


모든 것이 레고...


레고스토어는 이름은 스토어인데 사실상 박물관 아니면 전시관에 가깝습니다. 런던의 각종 랜드마크들을 레고로 다 만들어놓고, 엘리자베스 여왕부터 근위병.. 어떻게 설계해서 디테일까지 다 표현했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런 레고 작품들은 어떻게 설계하는 거죠? 아들 때문에 유튜브에서도 한 번씩 보지만 너무나 신기합니다. 저희 아들이 가기 전부터 갖고 싶다고 했던 것은 <포르셰 911>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었던 레고 시리즈를 런던에 큰 레고샵에 가면 세일이라도 하지 않을까 해서 레고샵에 가서 직접 겟 해오는 날만 기다렸던 아들이었습니다. 레고스토어에 가자마자 바로 이 자동차를 찾았습니다. 쇼핑 지원금에 딱 맞는 20만 원 언저리의 레고였습니다. "엄마! 나 이거 살래!!" 소리치며 그 레고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제가 뭔들 20만 원 안에서 사라고 약속은 했으니 사줄 생각은 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부피가 너무 컸습니다. 저희 짐 스케일 아시죠? 여기서 이것까지 넣어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이 짐을 들고 유로스타도 타고, 파리도 가야 하는데요.



그것도 그렇지만,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 쇼핑몰에서는 훨씬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쿠폰에 적립금까지 쓰면 5만 원 정도 더 싸게 살 수 있었죠. "OO아, 우리가 지금 여기서 사면 들고 가는 것도 힘들고, 지금 주문하면 우리가 집에 갔을 때 택배로 받을 수 있어. 집에 가면 도착해 있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주문하는 게 더 싸. 여기서 살 이유가 없어. 이거 살 거면 그냥 인터넷에서 주문하자."라고 하니 아들이 울먹울먹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똑같은 포르셰라도 다른 거야! 여기서 들고 가면 런던에서 직접 내가 샀다는 '의미'가 있잖아! 다른 친구들한테 영국에서 사 온 거라고 자랑도 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며 짜증을 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기도 했는데, 이런 소리에 헷갈려하는 제 자신이 이상한 건가 싶어 판단력이 흐려졌습니다. 레고스토어에서 동생 때문에 있는 것도 짜증 났는데, 징징 짜는 동생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주며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를 보고 있던 저희 딸이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야! 똑같은 걸 돈을 더 주고 사는 게 말이 되냐! 게다가 우리가 여기서 들고 가야 되는데! 그리고 뭔 레고를 20만 원이나 주고 사! 미쳤냐? 니가 뭔데 장난감을 그렇게 사냐? 엄마, 쟤 저런 소리 하는 걸 뭘 다 들어주고 있어! 빨리 가!" 딸의 말도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희 딸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 본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한없이 냉정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똑똑합니다.


저도 잠시 이성을 찾고 아들을 달랬습니다. '여기는 숙소랑 가까우니까 남은 기간 동안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 세일할 수도 있고 쇼핑몰에서 주문할 수도 있으니 일단 지금은 그냥 나가자, 우리 지금 저걸 사봤자 들고 다닐 수도 없다'라고 아들을 달랬습니다. 그중에 딸은 그걸 왜 달래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들어주지도 마라, 그냥 나가면 된다 하며 계속 짜증을 냈습니다. 여기 외국 맞습니까? 그냥 이마트 장난감 코너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하.. 겨우 달래서 레고샵에서는 빈손으로 나왔습니다. (여기에 다시 오기로 약속이 며칠 뒤, 어떤 파장을 낳을지 모르는 채.... )



맞은편 M&M샵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인지 찰리와 초콜릿공장 같은 규모와 각종 굿즈에 정신이 나가서 레고샵에서의 일은 잊고 다시 정신없이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딸은 여기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샀고, 아들도 친구들에게 준다며 대왕 M&M을 잔뜩 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안 사줬던 예쁘고 깜찍하고 비싼 초콜렛을 잔뜩 사고 나니 아들도 딸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레고스토어와 M&M샵은 그냥 들르는 개념으로 1시간 정도만 있을 생각이었는데, 포르셰 소동과 예상치 못한 M&M샵에서의 즐거운 쇼핑타임 덕분에 시간이 훅 지났습니다. 점심도 먹고 자연사박물관도 가야 하는데 시간이 벌써 2시가 훨씬 지났습니다. '밥을 어디서 먹지..'하고 있었는데 M&M샵을 나오자마자 딸이 짜증을 냅니다.


"엄마, 부츠 이거 못 신겠어. 발 너무 아파. 짜증 나."

아. 생전 처음 신은 부츠가 저희 딸의 발을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처음 신은 구두는 주인의 피를 먹어야 길들여진다고 했나요. 저도 여러 번 그 고통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그냥 신고 다니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상외로 M&M샵에서 너무 많은 초콜릿을 사서 짐도 꽤 되었습니다.


"그럼 호텔에 가서 짐도 두고, 신발도 갈아 신고 올까?" 하니 아이들도 찬성해서 또 호텔로 갑니다. 자연사박물관은 숙소의 반대쪽인데 동선이 또 완전 꼬입니다. 시간도 더 가고요. 어쨌든 아픈 발로 계속 다닐 수 없으니 숙소로 가자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서 운동화로 갈아 신겼습니다. 그 이후 무거운 롱부츠는 캐리어에서 햇빛을 보지 못합니다. ㅜㅜ 아무도 찾지 않거든요. 그래서 후회하면서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쁘고 날씬하게 나온 사진들이 많아서요!


셋 다 다시 가벼운 차림으로 나왔습니다. 일단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미리 찾아두었던 숙소에서 가까운 '피시앤칩스'식당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애써 찾아갔더니 한국인이 하시는 집이었습니다. 읭? 주문도 한국말로 했습니다. 심지어 치킨도 있어 치킨도 주문했습니다. 제대로 찾은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웠지만, 후기도 좋았고 현지인들이 제법 많이 오셔서 포장도 많이 해가셨습니다. 늘 오는 듯 스몰토크를 자연스레 하며 음식을 찾아가는 현지인들의 방문에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K-패치를 먹였으면 무조건 맛있지 않을까 하는 안심도 들었습니다. 드디어 대형 피시앤칩스와 치킨이 나왔습니다!


"와!! 맛있겠다!!" 하고 소금을 챱챱 뿌리고 소스를 찍어 먹었습니다. 튀김 음식은 조리하자마자 바삭한 상태로 먹는 것이 국룰이죠. 아이들도 맛있다 하며 피시와 칩스와 치킨을 번갈아가며 먹었습니다. 한 10분 정도 먹다 보니 전 메뉴가 다 튀김이라 조금 느글느글함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피클을 점점 더 많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피클도, 콜라도 안 먹는 아이들은 저보다 더 빨리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간절하게 말했습니다. "엄마.. 먹고 싶어.. 엄마.. 라면 먹고 싶어.."


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와. 모든 것이 튀겨진 음식으로 한 끼를 온전히 먹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피시앤칩스는 뒷전이고 양념 치킨만 먹기 시작했습니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더 이상은 먹기 힘든 음식이었습니다. 포장해 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더 못 먹겠으면 그만 먹으라고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가 해준 동태전이 백배는 더 맛있어. 이건 고기도 진짜 크고 맛있는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밖에 요리를 못하는 거야? 동태전이랑 육전이랑 여기서 만들어서 팔면 엄마 완전 대박 날 거 같은데?" 피시앤칩스를 먹고 동태전을 떠올리다니, 제대로 페어링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피시앤칩스보다 동태전이 더 맛있긴 합니다. 나중에 할 일 없으면 영국에 가서 전집이나 열어야겠습니다. 반절이상 남은 음식은 포장했습니다. 여하튼 물가는 드럽게 비싸서 이렇게 먹고 57파운드, 우리 돈으로 거의 1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나니 속이 좀 쓰립니다. ㅜㅜ


자, 이제 자연사박물관으로 갑니다.

시간이 거의 4시가 다 되었고, 자연사 박물관은 6시에 문을 닫으니 빨리 가야 합니다. 아까운 낮시간을 레고와 M&M초콜릿과 신발 갈아 신는 것과 느끼한 피시앤칩스에 이리저리 쓰고 나니 시간이 아깝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구나를 실감합니다. 아이들을 시켜 자연사박물관까지 가는 버스를 찾게 하고 버스를 찾아 탔습니다. 아이들은 런던에 있는 동안 지하철보다는 늘 버스를 타려고 했습니다. 실제 시간도 별 차이가 없었고 2층에서 밖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한 정거장을 가도 2층으로 바로 올라가서 가장 앞자리를 노렸습니다. 이번에도 2층 제일 앞자리에 운 좋게 앉았습니다. 자연사박물관으로 가는 동안 헤롯백화점과 햄리스백화점을 지나고 이름 모를 거리를 지났습니다. 서쪽으로 가고 있었는지 해가 지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빨간 2층 버스와 까만 택시, 그냥 봐도 멋진 런더너들과 해지는 거리의 분위기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사진 찍느라 바빴고 이때 찍은 사진은 지금 저의 휴대폰 배경화면이 되었습니다. 겨울 해가 저무는 시각에 런던 중심에서 서쪽으로 가는 2층 버스 제일 앞자리는 감성 대맛집입니다. 추천합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야! 뛰어!" 하고서는 냅다 달렸습니다. 박물관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거든요. 자연사박물관은 외관부터 너무나 멋졌습니다. 실내는 더 고풍스럽고 멋집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자연사박물관의 수호신처럼 찰스다윈이 앉아있습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거대한 블루웨일뼈가 천장에 달려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역사를 담아놓았구나 하는 느낌이 납니다. 이런 박물관을 이 사람들은 공짜로 본다니 또 부럽습니다. 그러나 여행 전에 패딩턴을 몇 번이나 보고 갔던 아이들에게 자연사박물관은 영화 속 명장면 투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어, 여기 패딩턴에 나왔던 데다!", "여기 패딩턴 가족이 숨어있던 데다!" 하며 패딩턴 흉내를 내며 사진 찍기 바빴습니다.



패딩턴 흉내만 실컷 내다보니 박물관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기 왔으니 둘러보기나 하자며 2층으로 가서 공룡뼈, 식물화석 등을 초고속으로 통과했습니다. 거대한 나무단면은 의외로 신기했는지 아들이 한참을 관찰했습니다. 그래.. 우리나라에는 저런 나무 없으니까 실컷 봐라..

아들들은 공룡, 우주, 자동차 중에 하나씩 미쳐서 큰다고 하는데, 저희 아들은 공룡과 우주에는 전혀 관심 없는 자동차 덕후였습니다. 그래서 공룡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죠. 딸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도 이런류(?)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지라, 미련 없이 금방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연사박물관의 맛집은 굿즈샵이었습니다! 세상에. 공룡모양, 화석모양 캔디들이 어찌나 이쁜지. 필통이며 연필이며 제가 다 쓸어오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사춘기 딸도 이쁜 굿즈들에 빠져 신나게 구경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줄 이쁜 캔디들을 잔뜩 사고 나왔습니다. 흡족한 관람 쇼핑이었습니다.


제가 가기 전에 가장 가보고 싶던 곳 중에 하나가 '빅토리아 앤 알버트(V&A) 뮤지엄'이었습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각종 보석들을 보고서는, 아름다운 카페에서 트림티와 디저트세트를 우아하게 즐기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가 V&A를 들를 목적으로 동선을 짠 건데, 이미 이 박물관은 문을 닫는 시간이었습니다. 포르셰 911과 피시앤칩스에 다시 한번 화가 났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입구로 가보니, 박물관 입장 시간은 지났지만 굿즈샵 시간은 아직 30분 정도 남아있었습니다.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굿즈샵 아니겠습니까?


저는 원래 에코백에 미친 여자입니다. 원래 에코백을 좋아하는 데다가 얼마 전부터는 여행 기념품으로 꼭 에코백을 사 오고는 하는데요. 그래서 가기 전에 꼭 그 나라 에코백을 검색해 보는 여자입니다. 여행 중간에 에코백 사는 코스를 끼워 넣을 정도죠. 오? 그런데 V&A는 에코백의 천국인가요? 다른 굿즈들도 너무 예뻤지만 에코백은 가격부터 디자인까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도착한 지 이틀밖에 안 되었지만 이 여행에서 제가 원하는 것은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완벽하게 깨닫고 난 후라, 저는 여기서 저의 쇼핑욕구를 모두 불사 지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벤치에 휴대폰 게임을 열어주고 앉혀놓고 저 혼자 에코백을 쓸어 담았습니다. 이 정도면 에코가 에코가 아닌데.. 뭐, 모르겠고 그냥 일단 삽니다. 다음에 또 못 올 곳이니까요. 정신없이 에코백을 사고, 나오다가 다시 가서 몇 개를 더 샀습니다. 더 고르는 중에 직원이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며 나가라고 해서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더 있었으면 가산을 탕진할뻔했는데, 잘 쫓겨났죠.


밖에 나와보니 밤 10시처럼 깜깜한데 시간은 6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이제 '숙소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시는 분 계신가요?

저희를 뭘로 보십니까? 아직 4시간은 더 돌아다닐 수 있는데요. ㅋ


자, 오면서 지나친 햄리스백화점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저희 아들은 아직 레고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거든요.

아직 하루가 다 안 끝났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 ㅋㅋ

다음 편에 만나요!

 




1. 큰 지도로 여행지의 지리를 파악하게 해 주세요

큰 지도를 숙소에 펼쳐놓고 대충의 지리를 파악하게 해 주세요. 어른들이 패키지여행을 갔다 오시면 하시는 소리,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라는 말씀 아시죠? 그래도 자유여행이라고 갔다 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강남에 있는지, 강북에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면서 다니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요? 도시 중간에 큰 강이나 랜드마크가 있으면, 대강의 숙소의 위치와 오늘 갈 곳들의 위치를 알려주시고 '현재'있는 위치가 어디 정도인지는 파악하도록 해주세요. 그러다 보면, 여행 막판에는 그 도시의 대강의 지리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2. 구글지도로 직접 길을 찾게 하세요

여행을 다니는 동안, 길 찾기는 저희 아이들 몫이었는데요. 휴대폰에 구글지도를 깔아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해서 버스나 지하철로 가는 법을 찾고, 가는 길을 직접 선택해서 가도록 했습니다. 아이들도 재미있어했고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버스를 타고 가겠다거나, 버스를 타나 걸으나 시간이 비슷하다는 것을 보고서는 돈도 아낄 겸 걸어가자고 하는 판단을 하더라고요. 익숙해지니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길을 직접 찾아서 "엄마, 여기서 길 건너서 버스 타야 해!", "엄마, 저 출구로 나가야 해!"라는 말들을 하며 조금은 자주적인(?)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끝날 때쯤에는 이제는 어느 나라에 가도, 구글지도만 있으면 길 찾을 수 있겠다는 말들을 하더라고요!


3. 잘못된 길로 갔더라고 혼내지 마세요

아이들이 몇 번 잘못된 경로를 안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반대편에서 타거나 잘못 검색해서 이상한 방향으로 가거나, 버스에서 미리 내리거나, 내릴 곳을 놓치거나 하는 여러 좌충우돌 상황이 있었죠. 그래도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다음에는 타야 하는 정류장이 이쪽 편인지, 저쪽 편인지 더 주의 깊게 찾아보고, 내리는 곳도 정확히 체크해서 버스 안내가 나오면 바로 준비해서 내리고 할 수 있게 되었죠. 그래도 그런 것도 다 경험 아니겠습니까? 어른이 찾아도 그런 실수는 하게 되거든요. 너무 혼내지 마시고 잘못된 길로 가도 새로운 길을 구경할 수 있으니 혼내지 마시고 하하 웃으면서 따라가 주세요.



영국 음식은 왜 이럴까? ㅋㅋ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라는 소설을 쓴 영국의 유명한 작가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이 쓴 글에 이런 말이 있어.


"There are twenty ways of cooking a  potato, and three hundred and sixty-five ways of cooking an egg, yet the  British cook up to the present moment  knows only three methods of sending  up either one or the other."  
감자를 요리하는 방법이 스무 가지나 있고, 계란을 요리하는 방법이 365가지나 있지만, 지금까지 영국 요리사는 이 두 가지 재료 중 어느 것이든 단 세 가지 방법만 알고 있다.


영국사람들도 알고 있나 봐! 엄마가 런던 맛집을 엄청 찾아봤는데, 피시앤칩스나 스테이크, 선데이로스트 이런 것을 제외하면 커리집, 쌀국수집 같은 외국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엄청 많이 나왔어. 진짜 영국에서 맛집을 찾기란 너무 힘든 일인가 봐. 우리가 갔던 피시앤칩스 집도 평점도 높고, 후기도 좋았는데 "와! 완전 감동!"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야.


보통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들은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처럼 해산물을 이용한 맛있는 요리들이 발달하는데, 영국의 바다는 파도가 세고 험난해서 어업을 하기에 굉장히 힘들었대. 그리고 날씨가 흐린 날이 많아서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재배하기가 어렵대. 곡물이나 육류 정도만 자족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스테이크나 감자가 제일 맛있다네.. 그리고 청교도들이 요란하게 먹는 것을 죄악시해서 간소하게 먹는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유가 있다는데, 불쌍하네. 여러 가지로. ㅋㅋ


다른 나라에서도 영국음식에 대한 유머가 있어서 이런 지도도 있다니,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야 하나 봐.


프랑스가 생각하는 유럽의 요리지도에는 영국은 아예 없음.. ㅋㅋ


음식에 특별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영국음식을 더 무시하나 본데.. 영국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기는 하겠다! 맛있는 요리를 찾기 위해 식민지를 건설하다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는 유머도 있다고 하니 참 웃기지? 그래도 미슐랭 스타를 받은 최고의 식당들이 런던에 무지 많다던데, 그리고 디저트 같은 것들은 정말 예쁘고 달콤하던데, 그런 걸 보면 우리가 못 찾아서 그렇지 뭔가 있긴 있나 봐!

다음에는 꼭 찾아서 성공해 보는 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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