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캐는 광부 Apr 23. 2024

사랑할 수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

유난히 밝은 달을 바라보며 당신 생각을 합니다. 저 달을 당신과 함께 볼 수 있다면 오늘 밤엔 깊은 사랑으로 잠들 텐데. 아쉬움을 감추며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지금쯤 당신은 꿈나라에 가 있을까? 아니면 점호준비 중일까? 궁금함을 마음에 담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유진이 그리고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 하루하루 날짜만 새 아리며 저무는 서산의 해를 바라보곤 합니다.


요즘 유진 이는 11시 전이면 꿈나라에 갑니다. 온 방안을 다 뒹굴고 다니며 잠자는 모습이 너무도 귀엽고 우스워요. 하는 행동들이 커가고 있다는 증거인지 예뻐 죽겠어요.


벌써 이가 두 개가 올라와서는 젖꼭지를 물고 장난치려고 웃고 그래요. 건강하게 자라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당신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요. 아~ 당신의 편지와 사진 잘 받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임관식 때 사진 한 장도 제대로 찍질 않았나 봐요. 서운해요. 당신 대학 졸업식 때도 겨우 한 장 찍고 말았는데... 매번 식구들 때문에 찍질 못하고... 애들처럼 찍는다고 졸라댈 수도 없고.. 당신의 모습은 너무도 굳굳한 의지와 그동안 땀으로 다져놓은 탑처럼 멋있고요.


아무튼 남편 하나는 최고로 선택 잘한 것 같아요. 당신 만난 것에 후회하지 않고요. “최선을 다한 사랑 앞엔 후회가 없는 법.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서로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행복입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선 서로가 참기 힘든 아픔이 있을지라도 꿋꿋하게 참고 이겨나가야 하겠죠. 힘들지만 참아야 해요. 인내 속에 단 열매가 있다 하잖아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도시는 밤이 되면 추해 보이지만 시골은 풀벌레 울음소리에 포근함을 느낍니다. 지금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을 잘 표현한 글이 있어 적어봅니다.



                             <여자의 길>      - 박렬 -
그대의 길을 묵묵히 따르겠습니다.
당신 안에 맡겨진 나의 역할이 아무리 초라한 배역일지라도
숙명이라 여기며 묵묵히 행동하겠습니다.

삶에 대해 충실히 순종하는 그대를 볼 때면
이 빈한 아픔은 아무것도 아님을
가난은 결코 죄가 아님을 느끼게 합니다.

인생의 길을 묵묵히 개척하는 당신을 볼 때면
그 무엇보다도 진한 것이 볼을 타고 내립니다.
때론 그 무언가가 가슴을 뒤흔들기도 합니다.

돈으로 평가되는 인간의 세상 속에서
쥐구멍 찾기에 바쁜 나를 느끼게 할 때면
참으로 현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대를 존경하겠어요
당신의 사랑 속엔 돈 보다도 중요한
그 무엇의 진리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유혹에도 의젓하고 강한 당신이기에
나는 그러한 모습을 사랑합니다.
나는 그대의 그림자로 영원히 동행할 것입니다.


1994년 7월 19일

행복한 마음으로 적습니다.

이전 10화 당신은 나의 아내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