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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Apr 09. 2024

아쉽지만 2주 후의 만남을 약속하고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해는 서산에 지고 있어요. 찌는 듯한 무더위를 식혀 보려는지 아니면 당신과의 이별을 아쉬워해서인지 빗방울이 뚝! 뚝! 떨어지고 있어요. 외박 후 다시 교육받으러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눈물이 앞서 차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냉정하게 뒤돌아 역 광장을 나왔어요. 다시 달려가 볼까 말까 하다가 한번 쳐다보고 그냥 앞만 보고 하염없이 걸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민망하게 왜 그렇게 쳐다보던지. 나오려는 눈물을 꾹! 꾹 눌러 참으며 터미널까지 와서 후회를 했어요.


아직도 시간이 있는데 걸어오는 거리도 얼마 되지 않고 그냥 시계만 바라보고 지나가는 기차소리에 귀만 기울였어요. 지금쯤 떠나가고 있을 거라고 아쉬움을 뒤로 묻어둔 채로.. 2주 후의 만남을 기약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어요.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차창밖엔 빗방울이 창을 때리며 굵은 빗줄기로 변하네요. 당신과 언제같이 이곳을 지나갔나 싶은 게 생각만으로도 미칠 것 같고 숨이 막혔어요. 허전함을 달래며 유진 이와 함께 돌아왔어요.


그런 내 모습이 왜 그리도 쓸쓸해 보이는지요. 당신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격훈련 준비하고 이것저것 힘들겠죠. 마음은 뒤숭숭! 몸은 긴장되고요. 그래도 꾹 참으며 열심히 하고 있으리라 믿어요.


이번 주하고 100Km 행군! 당신은 잘 해내리라 믿어요. 우리 세 식구를 위해서라도. 유진이가 아빠 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만 자요. 엊그제는 배를 움켜쥐며 죽는다고 뒹굴며 울던 생각 하니 세월이 빠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힘내세요. 앞으로 우리에겐 기쁨만이 올 테니까. 점점 더 좋아지고 있잖아요. 갈수록 당신을 자주 만나게 되고 유진이도 커가고 저도 조금씩은 안정을 찾고 있으니까요.


우리 서로 보고 싶지만 사진 보며 보고픔을 달래고 2주 후의 만남을 기대해요. 몸 건강하시고요. 오늘 밤 푹 주무시고 유격훈련 무사히 마치고 오세요. 그럼 이만 적을게요. 다음에 다시 편지 보낼게요.


1994년 5월 29일  당신의 아내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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