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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Mar 19. 2024

변화는 메마른 사막에도 비를 뿌린다

아내와는 많이 달랐던 나의 모습이었다. 아니 생각의 차이가 컸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아내와 처음 만날 때 만해도 지극히 보수적이면서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융통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무뚝뚝한 한국남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남자의 멋이고 남자다움이라 커다란 착각에 사로잡혀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런 반면에 아내는 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밝고 명랑하며 환한 모습이 늘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얘기하며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아내를 만나면서부터 나는 몸과 마음,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까지 살아오는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입에도 대지 않던 물에 빠진 생선이나 청양고추가 들어간 매콤한 음식을 자연스럽게 먹게 되었고, 백화점이란 곳에서 쇼핑도 하게 되었다.


직장 는 관심도 없던 나에게 마음의 여유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산책도 즐기게 되었다. 남자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어르신들의 원칙(?)이었던 부엌을  넘나들며, 설거지, 빨래, 요리, 분리수거, 음식물 버리기 등은 이제는 거부감 없이 친숙한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지 여러 해다. 그런 이유인지 어느새 다르게만 생각했던 여러 가지가 많이 닮아져 있었다.


삶이 마냥 힘들어 외롭고 힘들게만 느꼈던 나의 지난 젊은 시절, 몸과 마음이 함께 얼음장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끼고 깨닫는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삶의 재미와 행복을 무시하고 먼 곳에서만 찾아 헤매었던 건 아닌지 멋쩍은 맘이 든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큰 공을 세워 사회에 이름을 떨치는 거창한 행복도 있지만 보잘것없고 작아 보이지만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즐거움을 우리만이 느끼는 작지만 빛나는 행복도 있다.


너무 빨리 달리지 말자. 우리가 진정으로 보고 느껴야 할 행복이 가까운 곳곳에 놓여 있다. 작은 생각의 변화로 큰 삶의 변화가 내 곁에 찾아올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작지만 아름다운 의미 있는 순간들을 우리는 사랑한다.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는 순간이 계속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변화는 사막에도 비를 뿌린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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