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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Apr 20. 2024

리스크 테이킹과 헷지

커피 맛과 매장 분위기의 배경



  안 하던 일에 뛰어드는 건 틀림없는 리스크 테이킹이다. 그럴 때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바로 리스크 헷지다. 작게나마 카페를 꾸려가기로 결심한 이후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게 바로 이 '리스크'에 대한 생각이었다.


  카페 운영이 처음이면서도 프랜차이즈 아닌 개인 카페를 여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따지자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다행히 난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인수함으로써 그가 앞서 테이킹하고 헷지한 리스크를 잘 파악하여 혜택을 본 케이스라 생각한다.


  일단 기업 아닌 개인으로서는 상권을 분석하여 적절한 매출이 날 만한 장소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인수한 카페는 독립문역 인근 주택가에 위치했는데, 지인이 자신의 집 가까이에 낸 가게인 데다 우리집과도 멀지 않아 수년 전부터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그가 지역 주민의 니즈를 파악하고 카페를 열어 코로나 기간까지 버텨내며 동네 상권으로 자리매김해 온 과정을 나는 곁에서 상세히 지켜보았다.




  카페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커피다. 저가 프랜차이즈의 기세가 무섭지만, 그만큼 '싸고 적당한' 커피가 흔해졌기에 오히려 그 이상의 퀄리티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개인 카페는 무인 카페, 저가 프랜차이즈 이상의 커피 맛을 약속함으로써 일정 이상의 고객 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카페는 아메리카노와 라떼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인데, 이는 무엇보다 좋은 원두와 우유를 사용하는 덕분이다. 이 부분에서 역시 난 카페를 인수한 덕을 많이 보았다. 지인이 카페를 처음 열 때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여러 로스팅 업체를 비교한 끝에 원두를 정했는데,  나 역시 그 맛에 상당히 만족하였다.


  솔직히 인수 초기에 원가 절감의 유혹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리만 비싼 것도 아니고, 원두값이 전체적으로 오른 시장 상황에서 기존의 납품처를 등지는 것은 물론이고 단골들의 입맛까지 테스트하는 일이야말로 너무 큰 리스크라 판단되었기 때문에 나는 거래를 유지했다. 우유 역시 기존의 바리스타용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여 고소한 라떼의 풍미를 살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전문 바리스타의 스페셜티 커피라든지 핸드드립 커피 수준까지를 지향하는 건 결코 아니다. 개인 카페가 스타벅스 같은 대형 카페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듯 사장의 경력과 자금력에 따라 제공할 수 있는 음료의 퀄리티에 한계가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맛에 대한 욕심이든, 이익에 대한 욕심이든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일이야말로 크나큰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사장이 맛에 너무 욕심을 내면 가격이 비싸져서 손님이 부담스러울 거고, 이익에 너무 욕심을 내면 맛이 떨어져서 손님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거다. 어느 쪽이든 손님으로서는 카페를 다시 찾고 싶지 않을 이유이므로 사장에게 좋을 리 없다.

 

  난 그저 아메리카노를 4천 원에 제공하는 개인 카페 사장으로서 대형 카페보다 저렴한 가격에 그 이상의 맛과 편안함을 제공하고자 좋은 재료와 정성을 들일 뿐이다. 북적북적 너무 붐비지 않고 적당히 평화로워 손님들이 편히 머물다 갈 분위기를 제공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의 카페를 운영하는 일 또한 적정 수준에서 리스크를 안고 욕심은 줄인 결과다. 신규 창업이든 인수든 상관없이 자기 가게를 열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인테리어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준비 과정에서 욕심을 하나하나 내려놓았다. 우선 큰 틀에서 매장 구조나 바닥, 타일, 조명 등을 바꿔 버리면 단골들의 위화감과 투자 비용 증대라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데, 그럴 필요도 여유도 없었기에 그대로 유지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구나 소품 등을 많이 바꾸지도 않았다. 새 기분으로 매장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내 개인의 취향을 카페에 반영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컨셉으로 밀고 나가는 매장이면 모를까, 어설픈 감각과 욕심으로 지저분한 카페를 만들긴 싫었다. 왜 식당이나 카페를 가 보면 하나의 통일된 컨셉이 아니라 누가 봐도 사장의 취향인 듯한 소품과, 피규어 등이 곳곳에 진열된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야말로 내 취향이 아니기에, 나는 이른바 무취향의 취향을 선택했다.


  혹시 오해는 마시길. 카페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단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볼 때 카페에는 무조건 여성의 취향과 시선이 묻어나야 한다. 이 무슨 성차별적인 발언이냐고? 내가 남자니까 괜찮다. 아무리 섬세한 남성이라도 무딘 여성의 감각을 도저히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 


  매장 인테리어 및 정리와 관련해서는 다음 편에 보다 상세히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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