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홀로 깊어지는 시간
등 뒤를 돌아보아야 할 것 같은 11월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건너가는 계절이면 사람도, 짐승도, 눈빛이 한층 깊어지는 것 같거든요.
오늘은 읍내 장날이었어요. K시의 변두리에 자리한 이 읍에는 아직도 오일장이 열려요. 꽤나 추운 날씨가 몇일 계속되더니 오늘은 볕좋은 가을이 다시 온 듯했어요. 집에서 읍내까지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거든요. 최근 바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라 등에 내리꽂히는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며 천천히 시장까지 걸었어요.
이곳도 김장을 하는 철이라 배추며 무, 고추 같은 농산물들이 많이 나와 있었어요. 나이가 드는 탓인지 채소가 꽃보다 예쁘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어요. 흐뭇한 시선을 던지며 시장 한 바퀴 돌고 읍내성당 앞을 지나쳐서 다시 집에 오는, 사치스런 오후를 보냈습니다.
가고오는 길에 마주치는 가을꽃이며 단풍을 보면서 요즈음 자신의 단순한 생활을 생각해보았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서점 퇴사 후 사람을 만나는 일도 멀리하고 브런치에 글 쓰는 것 외에 다른 일정을 만들지 않고 있거든요. 그런데 꽤, 좋아요. 거추장스러운 것들 다 걷어내고 고갱이만 남은 것 같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제 일상에서 느껴져요. 나이들고보니 많은 친구도 필요없고 굳이 지인들 만나는 일도 쓸데없이 느껴지거든요. 홀로 깊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할까요.
계절 탓인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자꾸 지나간 일들을 되새김질하게 되어요. 분주하게 산 것 같은데 또 허망하게 한 해를 보내야하는,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정작 중요한 문제를 외면한 것 같은. 연말을 앞두고 있어서 이런 감정들이 올라오는거겠죠.
이 글을 마지막으로 장황했던 서점인의 일상을 마치겠습니다. 모든 분들의 매일매일이 좋은 날들이 되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일일시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