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도 잠들기를 싫어하고 어둠을 무서워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것저것 알아보던 와중 불빛이 나고 회전하면서 다양한 그림들을 보여주는 수면등이 있길래 주문해 보았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아이 옆에 누워 가슴을 토닥이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신기한 눈으로 침실 천장 위에 뜬 별과 위성들을 가리키면서 뭐냐고 묻는데 문득 눈물이 났다.
만약에 지구가 멸망해서 우리 중 우주에 단 한 명만 보낼 수 있다면 하는 가정을 잠시잠깐 했던 것 같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와 남편은 너를 로켓에 가장 먼저 태울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책이랑 과자랑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챙기고 혹시 몰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긴 짐이 한아름 되어서 나와 남편만 남고 우리 집이 통째로 로켓에 실리지 않을까 하는 밀도 안 되는 우스운 상상을.
그렇지만 세상에서 내겐 가장 슬픈 상상을.
정말 그게 마지막이라면 우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엄마는 회사에 다녀오겠다고 바이바이 하면서 인사를 하고. 엄마 회사 다녀와서 보자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놀아주겠다는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을 할지도 모른다.
네가 탄 로켓의 문이 닫히면 나는 아마도 펑펑 울 것이다. 그리고 네가 우주에서 그 어떤 무엇이 되어도 엄마는 너를 항상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한 번 더 해줄걸 하면서 분명 후회할 것이다. 그래도 너만 살아남는다면 나는 이 생은 후회 없었다고 만족하면서 지구에서의 마지막 며칠을 살아볼 것도 같다. 어딘가에 나 대신 존재할 너를 생각하면서. 나를 희생해서 누군가를 살리고 싶다는 간절함은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지만 자식이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너를 위한 희생이라면 아무 망설임 없이 그 어떤 길에도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나를 일어나게 하고 걷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는 것. 우주의 작은 먼지일 뿐인 나를 별처럼 빛내어 너는 어둡지 않게 지켜주고 싶은 것. 설령 그것이 나를 다 불태워 내가 스러질지라도. 너만은 어둠 속에서 무섭고 춥지 않기를 위하는 마음. 그것이 내게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