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사라지길 바라서 불안을 곁에 두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떤 불안이든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나만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의지가 모든 순간 발휘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책이 나오기까지도 불안했고, 세상에 나와서도 불안은 계속되는 중이다. 책을 아무리 잘 써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쉽게 묻힌다. 묻히지 않으려면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는 게 작가의 몫이자 숙명이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선택은 두 가지이다. 글 쓰기를 포기하든가, 더 잘 쓰려고 몰입하든가.
포기는 싫어서 더 잘 쓰길 선택했다. 하지만 날씨가 바뀌듯 하루아침에 실력이 나아질 수 없다.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려면 실력이 나아지기까지 버텨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글만 쓰고 살 수 없는 노릇이다. 책을 세상에 꺼낸 이상 그 책이 더 팔리게끔 노력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글도 쓰면서 책도 파는 게 나의 선택이다. 글은 매일 꾸준히 쓰면 차츰 늘겠지만, 책을 파는 것은 어느 정도 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작가의 숙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알릴 방법을 궁리 중이다.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또 주변 사람에게 쉼 없는 홍보도 방법이다. 또 하나 불특정 다수에게 책을 알리는 것도 방법이다. 아마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홍보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히 하고, 해보지 않은 것은 시도할 필요도 있다.
영등포 교보문고에 들렸다. 에세이 신간 코너 평대에 <불안을 곁에 두기로 했다> 표지가 보였다. 주변을 몇 바퀴 돌며 내 책을 집어드는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둘러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충 상황 파악 후 2권을 손에 들고 계산대로 갔다. 할인을 받지 않고 샀다. 구매한 책을 허리춤에 끼고 다시 매장 안을 어슬렁거렸다.
몇 발 떨어진 서가에서 여성 두 분이 책을 둘러보며 대화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은근히 접근해 귀를 열었다. 예상대로 책을 주제로 대화 중이었다. 눈치채지 못하게 두어 바뀌 더 돌았다. 이윽고 한 발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섰다. 찰나의 순간 용기를 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제가 쓴 책인데요, 혹시 두 분에게 드려도 될까요? 계산은 이미 했습니다."
"네......."
"그냥 받아주셔도 됩니다. 괜찮으시면 사진 몇 장 찍어서 제목, 출판사, 이름 해시태그해서 공유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대화는 10초도 안 돼 끝났다. 책을 건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구 쪽으로 돌진해 서점을 빠져나왔다. 뒤통수가 뜨끈했지만 차마 돌아볼 수 없었다. 창피한 일은 아니었지만, 난생처음 시도한 일이라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도 할 수 있다.
책을 알릴 방법을 여럿 고민 중이었다. 그중 하나가 서점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내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었다. 내가 파는 물건에 확신이 있다면 얼마든 할 수 있어야 했다.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다. 아마도 절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다르다. 그때와 상황도 달라졌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나를 알릴 기회도 사라진다. 기회가 사라지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회를 잡으려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해했다.
다행히 첫 시도가 성공했다. 낯선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줬다. 고맙게도 책을 받은 한 분이 블로그에 그날 상황과 책 소개 글을 남겨 줬다. 이보다 고마울 수 없다. 찰나의 용기로 이만큼 되돌아온다면 하지 않을 이유 없다. 내 책에 확신이 있으니 내 책을 더 알리는 게 당연하다. 내가 용기 내는 만큼 나에게 있는 불안의 크기도 줄어들 것이다. 내 불안이 줄어들수록 내 책을 알릴 시도를 더 많이 할 테다. 이로 인해 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