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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Mar 24. 2024

글쓰기도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니체는 말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이 말을 2019년 《곁에 두고 읽는 니체》에서 처음 읽었다. 그때는 와닿지 않은 문장이었나 보다. 새벽에 다시 읽으니 생소했다. 읽고 나서 생각을 적었다. 적으면서 생각했다. 니체는 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했을까? 지난 7년 속에 답이 있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선택을 해왔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나다. 모든 선택의 기준에는 '나'가 있었다. 독서, 글쓰기, 식단 관리, 금주, 새벽 기상, 강의, 관계, 직업 등 나를 위해 내린 선택들이었다.


이 문장은 그가 쓴 책 《이 사람을 보라》에 담겼다. 그는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세상 사람이 얼마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았길래 이런 책을 썼을까. 이런 자신감의 시작은 분명한 자기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안다. '나는 왜 이렇게 지혜로운가', '나는 왜 이렇게 똑똑한가',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을 쓰는가'이다. 모두 자기 자랑이다. 일찍이 천재로 인정받았지만 그의 철학은 사후에 유명해졌다. 우리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그의 자기애가 시작이지 싶다. 그래서 니체를 니체라고 하나보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를 믿지 못했다. 문을 닫는 회사는 내 발로 걸어 나오는 게 맞다. 그렇지 않았던 회사를 그만둘 때는 온갖 핑계를 댔다. 핑계로 합리화했다. 그때는 그게 가장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 믿었다. 그 결과가 아홉 번 이직이었다. 이제 와 보면 결코 내가 더 나아진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때 선택들에 후회가 남았으니 말이다. 당장에 이익만 좇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니, 조금 더 고민했다면 더 나은 선택을 했을 수 있다. 나부터 사랑했다면 말이다.


7년 전, 나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게 사랑인지 몰랐다. 이제까지 도전하고 성취하며 바라는 삶을 살게 된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순간 내가 내린 선택은 오롯이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이었다는 것을. 새벽에 눈 뜨고, 책을 꺼내 읽고, 글을 쓰고, 책에서 배운 걸 실천하고,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가리고, 술을 끊고, 감정을 조절하고, 태도를 바로 하고, 운동을 하는 건 나를 위해서였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 돼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길 바라서다.


니체는 자기만의 철학으로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나는 내가 살아온 삶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다. 이제까지 살아온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변화를 결심하게 하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다. 와닿지 않는 글이나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생활 습관, 생각, 태도, 가치관, 비전과 목표 등을 공유하며 내가 어떤 하루를 사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그들도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릴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게 내 주변 사람들이 더 나은 인생을 사는 시작이라고 나는 믿는다.


글을 써보고 싶지만 머뭇거리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당장은 시간은 없어서, 쓸 말이 안 떠올라서, 더 경험을 쌓고 나서, 아이들 다 키워놓고 쓰겠다고 말한다. 그걸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글을 쓰는 이유는 오롯이 자신을 위해서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한 글도 결국 자기 안에서 나온다. 내 마음이 열리지 않은 글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그러니 내 마음을 먼저 여는 게 시작이다. 내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가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될 테니까.


남들이 글을 쓴다고 따라 쓸 필요 없다. 남들이 쓴 글을 읽으면 내 마음이 움직일 때가 온다. 내 마음이 언제 움직이는지 잘 두고 보기만 하면 된다.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도 결국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니까. 그때는 용기를 내 선택해야 한다. 용기와 선택, 모두 나를 위한 결정이다. 그로 인해 내 삶이 더 나아질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래왔다. 7년 동안 매일 같은 하루를 살 수 있었던 것도 나를 사랑했기에 가능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버틸 이유도 없었을 거다. 버텨냈기에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조금은 뻔뻔하고 당당하고 낯 가지러 운 글이다. 쓰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니체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는 조금 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나를 낮추면 남도 나를 낮춰본다. 반대로 내가 나를 존중하고 당당해하면 남도 그렇게 본다. 이제까지 이룬 성과에 자만해서는 안 되지만, 당당할 필요는 있다. 남과 비교할 필요 없이 온전히 스스로 노력해 이뤄온 성과이니까. 적어도 주어진 하루는 부끄럽지 않게 살아냈다. 그런 하루가 모여 지금의 '나'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나를 사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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