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 ‘발’ 남았다

by 시와 카피 사이

<회복력>



왼발을 땅에 디딜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

발가락 주변

이름 모를 작은 뼛조각들에

실금이 간 듯하다


그러나

내가 걸음을 멈추는 동안은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고

밥을 먹고

시를 쓰고

침대에 누워 짧은 기도를

읊조리는 시간 동안은


작은 뼛조각들이 온몸을 펼쳐

서로의 틈을 이어가겠지


옥탑 위로 널린 크고 작은 빨래들이

별빛에 기대 잠든 밤처럼

고요한 회복의 시간이


나도 모르는 사이

머물다 가겠지


언젠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힘차게

다시

왼발을 내딛고


멀리

더 멀리




모리츠 레취 <Checkmate>

모리츠 레취의 작품 <Checkmate>에는 사탄과 인간의 체스게임이 그려져 있습니다.

‘체크메이트’란 킹이 어떤 수를 두어도 적의 포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 즉 게임 오버를 뜻하죠.

그림 속엔 사탄에게 체크메이트를 당해 고뇌하는 인간이 보입니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상황 가운데 놓인 한 인간의 모습이죠.


당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이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당대의 체스 챔피언, 폴 머피.

그림을 한참동안 유심히 들여다보던 그는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The king still has one more move!”


(왕에겐 아직 한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


제게도 그런 밤이 있었습니다.

제 힘으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모든 길이 가로막혀

오로지 슬픔과 외로움과 절망감에 온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던 밤.

창밖엔 장마와 함께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죠.


그러나 아무리 길고 강한 폭풍우라도

결국 지나가더군요

끝이 있더군요


폭풍이 지나간 들판엔

이전엔 볼 수 없던 빛이 황금으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일어서세요

당신에겐 아직

한 ‘발’ 더 남았습니다.


나아가세요

당신의 한 걸음이

위대한 역전의 시작입니다.


You still have one more move



당신이 이 세상을 구해낼 수 있습니다

-Unicef(유니세프) 광고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구독료

넷플릭스 13500원. 티빙 9500원. 쿠팡플레이 7900원. 시와카피사이 0원.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