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Dec 15. 2017

페이스북의 평가와 보상

#직딩에세이 #11

페이스북 직원들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Focus on impact), 빠르고(Move Fast), 두려움 없이(Be Bold) 진행하며, 필요한 정보에 제한없이 접근하고 성공했든 실패했던 간에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Be Open),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Build Social Value) 업무를 진행하도록 요구받는다. (좀더 자세히 >> Focus on impact: https://brunch.co.kr/@hyungsukkim/8)


어떤 일을 선택할 지, 언제까지 어느 속도로 진행할 지에 대해서 스스로 선택하며, 자기가 하는 업무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는다. 시간관리(Self Time  Management)는 정상적으로 페이스북을 다니는데 있어 가장 기반이 되는 요소 중 하나로, 반대로 이야기하면 다른 동료들이 놀고 있는지 일하고 있는지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각자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멋지게 보이지만, 일반적인 회사에서 잘못 진행했다가는 각자의 판단대로 '사방팔방 다른 방향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노미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워킹데드의 좀비처럼 프리라이더(Free Rider: 숟가락 하나 얹는 사람)가 출몰하기도 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페이스북에서는 1) 채용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고, 일단 페이스북에 합류한 사람에 대해서는 2) 마크를 비롯한 경영진이 직접 회사의 방향을 공유하고 매주 Q&A를 통해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질문해도 되나요?: https://brunch.co.kr/@hyungsukkim/7


매니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제한이 되는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직접 내리며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기 보다는 1) 팀원이 자신의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신뢰를 가지고 의논하는 사람, 2) 팀원이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압박으로 인해) 길을 잃거나 심리적으로 방황하지 않도록 지켜봐주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매니저 스스로도 상당한 수준의 실무를 하는 것을 요구받는다. 가령, 필요한 장표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원칙으로, 팀원에게 어떤 장표를 요청할 때에는 '지시'라기 보다는 매니저와 팀원이 서로 자신이 가장 잘 준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역할 분담을 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렇게 이상적으로 회사가 돌아가나요?


페이스북을 다니면서 이런 질문을 꽤 받았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당연히 No에요. 엉망인 부분도 많아요. 그래도 계속 노력해요. 마크부터 자신이 잘못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도 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서비스엔 Bug도 많고, (아무도 신경쓰진 않지만) 장표엔 오타도 많아요. 부서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하죠. 다만, 다른 회사와 차이가 있다면, 문제가 발생했다고 포기하지 않아요. 무엇을 향해 일을 하는가 하는 부분이 명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문화(Working Culture)를 갖고 있어야 이것이 결국 가능할 수 있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 거에요.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가지는 환상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페이스북은 평가와 보상이 확실하다, 직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와 같은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1. 평가


페이스북의 평가 방식은 지극히 평범하다. 직군마다 다른 부분은 있기 때문에, 세일즈 직군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평가는 1년에 두번 한다

- 반기가 시작되면 매니저와 상의 하에 목표를 설정하고, 시스템에 입력한다

- 최대한 짧고 성과 위주로 Impact하게 쓰도록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여전히 길게 쓰는 사람도 물론 있다)

- 반기가 끝나면 자신이 달성한 숫자들과 자신이 여기에 기여한 부분들에 대해서 적는다

- 본인이 스스로에게 먼저 평가를 하고, 동료 평가자를 지정한다(동료를 자신이 정한다고요? 노-코멘트)

- 자신의 매니저와 매니저의 매니저에 대해서도 상향평가를 한다

- 매니저는 팀원에 대해서 피드백을 입력한 뒤, 다른 매니저와 함께 평가조정(Calibration)을 한다

-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Calibration을 한 번 더 한다 (참고로, 한번 더 한다고 더 공정해지지는 않는다)

-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인지 애매하다 (비율이 완전히 타이트하지 않은 상대평라고나 할까)

- 평가는 '등급제'로 이루어진다. 등급별 이름은 중요하지 않고, 그냥 S, A, B, C, D 같은 것이라 보면 된다

- 모든 직원은 역량등급이란 것이 있는데, 그 등급에 맞게 업무를 했는지에 따라 평가한다

- 물론, 그 등급에 맞게 업무를 했는지는 굉장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 프로모션(역량등급을 올리는 것)을 원하는 직원은 약 6개월 전부터 매니저와 미리 상의한 후, 이를 위한 사전작업들을 많이 진행한다.

- 프로모션과 매니저가 되는 것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 팀원 중에 프로모션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Calbiration 과정에서 매니저가 제안하고, 다른 매니저가 챌린지를 한다. 오히려 해당 반기의 평가보다 프로모션 여부가 더 관건이 되는 편이다.

- Calibration이 끝나면 결과를 '통보'받는다. 사실상 이의제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낮은 평가를 연속해서 받으면 매우 위험해진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 중간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다른 부서로 지원할 수 없다(가장 이해가 안갔던 내용이다)

- 평가 결과는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 다만, 프로모션을 받은 사람들은 한 턱 크게 쏜다(이건 페이스북이라기 보다는 페이스북 코리아에 해당)


굉장히 특이하고 훌륭해 보이는가? 


사실 많은 회사들이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평가 프로세스 상으로 보면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가를 1년에 2번 하는 것이 1년에 1번 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효율적인 측면이 강하고(사실 나이가 들수록 6개월 이전은 잘 기억나지 않기도 하고), 상향평가를 한다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상향평가라고 해서 굉장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냥 자기 매니저에 대한 '의견'이고, 그 매니저의 매니저가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도 이미 많은 회사에서 하고 있는 부분이고, 상당히 구태의연한 방식(ex: 상대평가 등급제)이거나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꽤 많다. 평가 프로세스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다른 회사와 다른 본질적인 무엇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평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주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지만, 직원들이 실제로 그 평가를 공정하다고 느끼는지는 개인차가 꽤 있는 편이다. (좀더 자세히 >> 공정한 평가라는 환상:  https://brunch.co.kr/@hyungsukkim/18 )


물론, 나는 페이스북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해 둔다. 평가를 좋지 않게 받아서 삐딱하게 쓰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2. 보상


평가에 따른 보상은 직군별로 방식이나 비율 등이 좀더 차이가 난다. 역시 세일즈 직군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 고정급과 변동분(성과연동)이 있다

- 고정급은 매월 성과와 무관하게 똑같이 나온다

- 변동분은 분기마다 한 번씩 나온다(반기평가와는 관련이 없다)

- 목표를 100% 달성했을 때의 금액을 기준 연봉으로 삼는다

- 전체 연봉에서 고정급과 변동분은 A:B 비율이다(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이 부분은 알파벳으로 표시)

- 전체 연봉 x A% / 12개월이 고정급이다

- 변동분은 전체 연봉 x B% / 4분기 를 기준으로, 해당 분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면 차감되고, 달성하면 증가된다. 차감보다는 증가했을 때의 비율이 더 크다(ex: 차감되면 -1%씩, 증가하면 +2%씩)

- 결국, 기존 회사에는 인센티브란 것이 자신의 연봉 외에 뭔가 플러스(+)로 받는 느낌이 강하다면,

- 페이스북의 인센티브는 자신의 연봉을 먼저 뺀 후, 성과에 따라 조정되는 방식이다. 다만,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의 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성과가 좋으면 실제로 인센티브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한다

- 두 번의 반기 평가의 결과는 다음 해의 기준 연봉 계산에 적용된다. 그냥 공식처럼 적용된다

- 연봉 협상은 없다(굉장히 놀랐다. 페이스북에 지원하시는 분들은 최초 연봉 네고 시 꼭 참고하시길!)

- 역할 등급에 따라 지급 가능한 연봉의 범위(Band)가 있다

- 역할 등급의 Band는 겹친다(차상위 등급에서 낮은 수준에 있는 사람보다, 한 등급 낮은데 높은 수준에 있는 사람의 연봉이 더 높을 수 있다. 다만, 역할 등급을 올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Band의 끝에 다다르고, 연봉 인상은 매우 제한된다)

- 프로모션을 받아 역할 등급이 올라가면 연봉이 인상될 수 있다. 다만, 그 다음 평가 시 해당 역할 등급에 기반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계속해서 잘 하지 못하면 역할 등급은 올라도 연봉은 제자리일 수도 있다

- 역할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매니저 트랙에 지원할 수 있다

- 매니저가 되지 않아도 역할 등급을 (이론적으로는) 올릴 수 있으나, 개발자와 같은 기능 직군이 아닐 경우 일정 등급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여겨진다


굉장히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보상 체계라고 생각되는가? 분명히 나쁘거나 이상한 방식은 아닌데, 그렇다고 굉장히 신박한 보상체계는 또 아니라는 생각이다. 역시 제도는 평범한 듯 보이나 그 안에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뭔가 막연하게 '실리콘밸리 회사는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가령, (진짜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자꾸 뜨는) 넷플릭스의 경우라면,


- A급 인재만 채용하고, 임금은 업계 최고로 지급한다

-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 금액을 공개하고, 연봉 인상을 요청할 수 있다(물론, 그러다 Out될 수도 있겠지만)

-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은 '오히려 퇴직금을 두둑히 주며' 웃으며 내보낸다

- 휴가는 무제한 쓴다

- 대신 살벌한 업무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가 강하다


뭐, 이런 식의 '오, 정말?'하는 보상체계가 있을 텐데 페이스북은 오히려 한국의 많은 (선진적인) 기업에서도 적용할 법한 보상체계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연봉협상 기회가 아주 없다는 것이 놀라웠고(미드에서 맨날 보던 그것들은 무엇이었나!), 업무 성과에 따라 어마어마한 보상이 주어질 가능성은 오히려 기대보다 매우 낮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목표를 초과하여 받는 금액 변동에 좀더 민감한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눈이 번쩍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그렇다면 왜 페이스북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가?


평가도 그럭저럭, 보상도 그럭저럭이라면(신박하지 않을 뿐이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왜 '상당수'의 페이스북 직원들은 그렇게 알아서 열심히 일하는 것인가? 


애초에 평가와 보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평가나 보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고 회사가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될 뿐, 그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아니다.


회사가 직원들(특히 A급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

- 문제를 찾고 해결한다는 업무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 그것을 같이 만들어나갈 동료

- 그리고 뭔가 쓸데없는 것으로 귀찮게 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정말로 마음만 먹는다면' 한국의 어떤 회사라도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아닌가.


페이스북이니까 가능하죠. 사실, 그렇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