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Dec 15. 2017

A급 인재를 떠나게 하는 7가지 방법

#직딩에세이 #12

A급 인재를 떠나게 하는 7가지 방법.


1. Why없이 What만 설명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왜 하는지', 혹은 '전체 프로세스에서 해당 업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하려고 한다. 단순히 업무가 주어졌다고 해서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보통 '질문'을 한다. 가령, 오른쪽으로 세 걸음 움직이라는 업무와 왼쪽으로 네 걸음을 움직이라는 상호모순적인 업무가 동시에 주어졌다면,


오른쪽으로 세 걸음, 왼쪽으로 네 걸음 이동하는 대신 '그냥 왼쪽으로 한 걸음 움직이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은, 오른쪽 왼쪽을 왔다갔다 하게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미사일 같은 것을) 피해야 하는 상황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 요청을 한 사람에게 '이동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게 된다.


의외로 회사들은 업무가 주어졌을 때 질문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이건 한국의 전통적인 대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 IT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도 거의 비슷하다.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공격'으로 받아들일 때도 많고, '동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질문을 계속하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으면 어느 순간 '뭔가 의미가 있었겠지'하는 생각에 먼저 업무를 하고, 그 업무의 의미를 사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왼쪽으로 한 걸음 움직이는 것 외에 아무런 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러한 요청들이 반복되면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2. 문제를 해결하게 두지 않는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문제를 풀었을 때 뭔가 금전적인 이득이나 프로모션을 받기 때문도 아니고, 최종 소비자나 지구평화를 위한 것도 아니다. 눈 앞에 꽤 '크고 중요한' 문제가 있으면, 이걸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르게 된다. 높은 산이 있으면 올라갈 뿐.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의미로 생각되고 아무도 반대할 것 같지 않지만 이건 동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나오는 일이고, 실제 현실의 회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굉장한 '스트레스 상황'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제가 곪아터질 때까지 심각하게 방치되곤 한다. 이런 이유는 백가지쯤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해도, '고통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A급 인재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슈퍼 울트라 S급 인재가 있다면 이런 것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고통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문제일 때가 고작이다.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일반적으로 방치되지도 않는다.


더 큰 차이는 A급 인재는 '고통없이'라는 조건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은 노력이고 극복의 대상일 뿐 고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3.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계속 묻는다.


A급 인재가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선형적이지 않다. 가령 100일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하루에 1%씩 차곡차곡 진행되서 마지막날 100%가 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 30일은 0%인 경우도 많다. 30일이 아니라 훨씬 더 긴 순간까지 0%일수도 있다.


'관리자'는 이런 상황을 굉장히 불안하게 여긴다. 그들은 A급 인재를 '모니터링'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중간 단계를 원한다. 이러한 상황은 자신의 일정을 자기 스스로 Control하고 싶어하는 A급 인재의 성향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어떤 사람이 A급 인재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매일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적으라고 하면 된다. 시간 단위로 적으라고 하면 더 효과적이다.


4. 업무 외적으로 괴롭힌다.


가령 '원하는 사람만 손을 드세요'라고 한 후, 나중에 '왜 손을 들지 않느냐' 혹은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라고 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같이 하거나, 나누어서 해야 하는 사안이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이 하는 '말' 혹은 '의도'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표현 그 자체'를 지나치게 문제삼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A급 인재는 '양보'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얼마나 양보하고, 애초에 양보를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어떤 베팅을 했던 간에,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필요한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5. 회사의 비전과 반대되는 현상을 묵인한다.


A급 인재는 회사의 복지나 오피스 환경 등 겉으로 보이는 것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반면, 자기가 들어간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담은 Mission & Value에 굉장히 집착한다.


그리고, 회사가 그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 굉장히 실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 때 합리적인 설명 없이 이러한 시도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A급 인재를 떠나게 한다.


6. 평가를 강조한다.


A급 인재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본인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했다면 회사가 자신에게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평가를 위한 평가, 회사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아니라 '뭔가 많이 한 것처럼 포장하는' 행위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급 인재가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건 '어떤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 사람처럼 일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7. A급 동료가 떠난 자리를 B급으로 채운다.


A급 인재는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의 가치를 굉장히 크게 생각한다. 팀전이라고 부를 만큼, A급 인재라도 잘하는 부분들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잘하는 동료가 회사를 떠나는 일이 반복되면 그 사람들을 붙잡지 못하는 회사의 상황에 대해 좌절하게 된다.


이 때 회사로서 최악의 대처는 '너네 아니어도 올 사람 많아'라고 하고, 입사 공고를 내고, 기대대로 수많은 지원자를 받은 후에, B급으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이건 긴 설명이 필요없다. 이해하는 사람은 한 번에 알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A급 인재를 떠나보내는 7가지 방법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사실 나는 인사전문가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A급 인재의 기준이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기준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부분의 태클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돈'이 왜 빠졌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설명을 하자면, 정말로 '연봉'이 문제였다면 그 A급 인재는 이미 그 회사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직 회사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연봉을 더 주겠다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회사에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연봉을 깨짝하고 올려주는 것보다는, 정말로 일을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누구나 인정하는 큰 성과를 냈을 때 정말로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페이스북의 평가와 보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