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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설계한 건축, AI가 해석하다

AI와 생체모방 건축의 만남

by 정현재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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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언제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왔다. 거대한 바오밥나무 구조에서 효율적인 물 저장 방식을 배우고, 벌집의 육각형 패턴에서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강도를 확보하는 원리를 찾아낸다. 해안 절벽에 둥지를 짓는 새들은 바람과 해류를 피하면서도 안정적인 서식지를 확보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이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하며 그 원리를 모방해 온 것처럼, 이제 AI는 자연이 만들어낸 수백만 년의 설계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건축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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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모방(Biomimicry)은 자연이 축적한 노하우를 건축과 디자인에 접목하는 과정이다. AI는 이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만들고, 자연이 구축한 법칙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최적화된 원리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자연을 어떻게 학습하고, 이를 건축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까? 생체모방 기술이 건축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1. AI가 자연을 읽는 방식: 숨겨진 원리를 데이터로 풀다


자연은 이미 우리가 고민하는 건축적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구조,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스템,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설계—이 모든 것이 자연 속에서 발견된다. AI는 이러한 패턴을 학습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건축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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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자연의 패턴을 해독하다

흰개미가 만드는 거대한 개미 언덕은 일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자연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뜨거운 사막에서도 내부는 항상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데, 이는 공기 흐름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개미들의 설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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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re)는 이 개미 언덕의 구조를 참고해 설계된 대표적 건축물이다. 건축가 미크 피어스(Mick Pearce)는 AI를 활용해 개미 언덕의 내부 공기 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건물의 환기 시스템에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전통적인 냉난방 장치 없이도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일반 건물보다 90% 적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과거에는 건축가가 직접 자연을 연구하고 실험하며 이러한 개념을 적용해야 했다면, 이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환기 구조를 찾아낼 수 있다.


AI가 자연의 효율성을 복제하다


자연의 구조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능을 내도록 진화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벌집의 육각형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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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은 가장 적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강도를 유지하는 이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AI는 이러한 패턴을 학습해 건축 재료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한다.


ETH 취리히 대학에서는 AI를 활용해 벌집 구조를 기반으로 한 초경량 콘크리트 패널을 개발했다. 이 패널은 기존 콘크리트보다 가벼우면서도 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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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AI는 자연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해 태양광을 최적화하는 건축 외벽, 자연의 물순환 원리를 모방한 스스로 물을 정화하는 빌딩, 바람의 흐름을 활용한 자연 환기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건축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생체모방 건축의 실제 사례: 자연을 닮은 건물들


이스트게이트 센터 (Eastgate Centre, 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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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 언덕의 자연 냉각 원리를 활용한 이 건물은 AI가 분석한 공기 흐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덕분에 전통적인 냉방 시스템 없이도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기존 건물 대비 90% 이상 에너지를 절감한다.


다른 건물은 선인장의 수분 보존 원리를 응용했다. AI는 선인장이 극한 환경에서도 물을 저장하는 방식과 증발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건물 외벽에 적용했다. 덕분에 건물 내부의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 (Louvre Abu Dhabi, U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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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의 지붕은 야자수 잎의 그늘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AI가 태양광 데이터와 공기 흐름을 분석해, 빛을 적절히 조절하는 패턴을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낮 동안 자연 채광을 극대화하면서도 내부 공간은 시원하게 유지된다.



3. AI가 바꾸는 건축가의 역할


AI는 자연의 패턴을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의 최종적인 판단과 응용은 여전히 건축가의 몫이다.


생체모방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건축은 단순한 최적화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공간에서 경험하는 감각, 문화적 의미, 미학적 가치는 AI가 아닌 건축가가 결정해야 하는 요소다. AI는 도구일 뿐, 창조적인 해석과 조화는 건축가의 손에서 완성된다.



자연과 AI가 함께 만드는 미래 건축


자연은 수백만 년 동안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완성해 왔다. 그리고 이제 AI가 그 원리를 해석하고, 우리가 보다 나은 건축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미래의 건축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AI와 함께하는 건축의 여정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지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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