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밤새 꿈에 시달리다가 두통에 잠을 깨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처음 우울증약을 먹었을 때 며칠간 악몽에 시달리다가 병원에 다시 간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는 우울증약의 부작용 중 하나가 꿈이라고 했다. 다른 우울증약으로 바꾸고 나서는 꿈을 꾸는 횟수가 줄었다. 그렇지만 아예 꾸지 않는 건 아니었다.
우울증, 불안증약과 수면유도제를 같이 먹으니 불면증은 없어졌지만 생생한 악몽이 가끔 나를 괴롭혔다.
꿈은 늘 내가 평소 불안해 하는, 아니면 과거의 일들 중 후회하거나 안 좋았던 기억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꿈에서 가까운 사람의 사고나 죽음을 자주 겪는다. 그리고 꿈에서 깨면 그 기분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한다. 꿈에서 느꼈던 상실감, 괴로움, 슬픔이 진짜 겪은 것처럼 온종일 우울감이 몸을 감싼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약을 먹고, 그 약의 부작용을 견디는 게 맞는 걸까. 병원에서는 다른 약도 있으니 심하면 약을 바꿔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약을 바꾸면 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지금 먹는 약에 적응중이고 그 전의 약보다 악몽을 꾸는 횟수가 준 것에 감사할뿐.
약을 끊어보기도 했지만, 약을 끊으면 내가 우울증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약발이 잘 받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온종일 두통에 시달려 기운이 없었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싶다.
내일은 조금 낫겠지.
오늘은 꿈을 꾸지 않고 자길 바라며, 내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