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도시를 둘러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2023년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던 시점.
우연히 보게 된 글 하나가 내 모든 관심을 집어 삼켰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만 35세까지, 2년 비자, 2년 연장 가능
보통의 워킹홀리데이는 만 30세까지의 나이 제한을 갖고 있다.
해외 생활 자유 이용권이라고 불리는 이 비자를, 20대에 망설인다면 영원히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좀처럼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워킹홀리데이는 한 번쯤 도전했어야 하는, 영원한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그랬기에 이번엔 반드시 가야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외로움과 서러움에 치이며 매일을 울어도.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과가 실패가 된다고 해도.
40대가 되어, 30대에 '그걸' 해봤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를 남기기는 싫었다.
그래, 가보자.
거기도 사람 사는 곳 아니겠어?
네이버 카페의 도움을 받아 프로 파일을 신청하고 인비테이션이 오기를 기다렸다.
인비테이션은 랜덤 추첨이기 때문에 다음 날 바로 올 수도 있고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었다.
그야말로 운이었다. 제법 시간이 지난지라 정확하진 않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인비테이션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싸.
일단 인비테이션을 받게 되면 정해진 기한 안에 신체 검사를 받고, 바이오매트릭스를 등록하고 범죄 기록이나 이력서 등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모두 업로드를 해야 한다. 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본인이 얼마나 일을 빠르게 처리하냐에 따라 준비 기간이 달라진다.
그렇게 필요한 서류를 모두 업로드하고 나면 본격적인 심사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서류에 문제가 있거나 신체 검사 결과에 문제가 있으면 거절 당하거나 서류를 보충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심사는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에 마무리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나 역시 두 달 가까이되는 시간을 기다려 최종 합격 레터를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1년 안에 출국해서 2년짜리 비자를 활성화 시키는 것 뿐이었다.
과정이 무작정 어려웠다고는 할 수 없지만 꽤 귀찮고 복잡한 것들도 있었기 때문에 최종 합격 레터를 받고 나니 무언가 해낸 것 같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언제 출국하면 좋을까?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작정 신청은 했지만, 무작정 떠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25년 9월까지 일과 관련된 계약도 있었고 함께 출국해야하는 고양이 한 마리도 있었다.
합격 레터 만료 기간은 2025년 3월. 이 안에 출국하지 않으면 합격 레터는 무용지물이 된다.
하여 마음 먹었다. 출국을 하자, 그리고 비자를 활성화 시킨 다음 다시 돌아오자.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날짜는 크리스마스 즈음으로 정했다.
생일이나 명절보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영미권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또한 캐나다를 경험해보고 고양이까지 데리고 나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인지 일단 둘러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어떻게 보면 돈 낭비였지만 모험으로 인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금 나는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그래서, 워홀을 갈 거냐고?
이에 대한 대답은 여행의 말미에서 말해주기로 하겠다.
나의 계획은 벤쿠버로 출국해 2년짜리 워크 퍼밋을 받고 크리스마스와 함께 도시를 둘러본 다음 돌아오는 것이었다. 또한 내 영어 발음이 외국인들의 귀에 들리는지, 외국인들의 발음이 내 귀에 들리는지, 현재의 영어 실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기도 했다.
벤쿠버로 마실 비슷한 것을 떠나는 마음이었기에 부담은 없었다.
관광 목적도 아니었기에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고 산책이나 한 뒤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연락을 받게 된다.
"같이 가자. 캐나다."
예상치 못한 친구의 연락이었다.
-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