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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by 준서민서패밀리

여러 권의 부동산 책을 읽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가 "정부와 맞서지 마라" (링크 참고)

두 번째는 "입지가 제일이다" (링크 참고)

세 번째가 "부동산은 살아가는 곳이다" (링크 참고)

네 번째가 "부동산은 싸게 사야 한다" (링크 참고)

다섯 번째가 "투자는 상대치가 중요하다" (링크 참고)




정말 오랜만에 부동산 글이다. 마지막으로 쓴 게 2019년 2월이었다. 당시 준비한 글이 여러 개였는데 쓰다 말았다. 이유는 딱 한 가지.


부동산 경기가 너무 좋았다.


부동산이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가고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전역으로, 수도권으로, 대구부산으로, 그러다 시골까지 부동산 바람이 불고 있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고 이름모를 동네에서도 몇 십대 일의 청약 경쟁률이 터져나왔다.


그런 시기에 부동산 투자 글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사기만 하면 오르는데.


그러한 광풍이 3년 정도 더 갔고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심지어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뚝뚝.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집값이 떨어지니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부동산은 우상향이라매, 서울은 절대 안떨어질것 같은데, 라는 희망 속에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은 슬픔에 잠기기도 하고, 꼭지나 어깨에서 산 사람들은 다시 금방 오르겠지 하고 기대감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섣부른 기대로 보인다. 부동산이 하향세를 탄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은 심리라고 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누구도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용기가 없기에 침체는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바닥이 왔다는 확신을 누구도 할 수 없기에 다들 기다리기만 한다. 몇 년을 그렇게 지나간다. 그러다 몇몇 용자들이 집을 사기 시작한다. 아직은 소수인 그들을 시작으로 점점 수가 더 늘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관망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물방울들이 천천히 점차 모여 물줄기가 되는 순간 더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게 된다. 그리고 뉴스에서도 서서히 긍정론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분위기를 탄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면 대다수가 올라타게 된다. 호황도 한참을 간다.


역사적 예를 보자.


2004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열풍은 2006년 즈음 광풍으로 변해있었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었다. 부동산은 오늘이 가장 싸다, 라는 말이 부동산마다 들려왔다. 정부는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계속되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속수무책이었다. 그 때 부동산 뉴스기사들의 제목을 요약하면 '미친 집값'과 '부동산대책의 계속된 실패' 정도가 될 것이다. 대책이 스무 번 넘게 나왔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2006년 5월 정부는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분당, 용인, 평촌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7개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초강력 규제를 집중 적용했다. 그 유명한 버블세븐 지역이었다. 물론 당장의 효과는 없었다. 그 이후로도 한참을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였다.


그 행진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내부 규제가 아닌 외부 충격에 의해 꺾인 것이다. 정부는 허망했겠지만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기에 내심 안심했을 것이다. 세상 내 마음대로 다 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9년 초에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다. 2012년 아파트 가격은 고점대비 적게는 20% 많게는 40% 이상이 빠졌다.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했고 집사면 바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당시 핫하던 위례지구 A3-8블록 에코앤캐슬(현재 롯데캐슬) 보금자리주택(공공분양)이 미분양되어 선착순 분양을 받기도 했던 때였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링크)



2004년 시작된 부동산 광풍은 2006년 버블세븐 지역 지정으로 잠시 하강국면을 맞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상승하더니 금융위기가 마무리된 2009년에야 꼭지를 찍었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2009~2015년) 침체를 겪었다. 1, 2년도 아니고 무려 5년 이상의 기나긴 부동산 침체기였다.


바닥을 정확히 찍으라면 수치상으로는 2013년이 될 것이다. 내가 결혼하던 해였다. 당시에 결혼한다고 하면 집 사지 말고 일단 전세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 폭락과 인구감소론이 합쳐져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횡행할 때였다. 그러한 분위기를 물리치고 집 살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 용기 있는 일이기도 했다. 만약 내가 당시에 아파트를 산다고 했다면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부동산이 장기 침체 속에 헤매고 있을 때 2013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그리고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2014년 8월 부동산 규제를 다 풀 것을 지시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한겨울에 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것"에 비유하며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이후 다섯 번 내리 내려 연 1.25%까지 낮춤으로써 "빚 내서 집 사라"는 시그널까지 주었다.


하지만 이후 1~2년은 소강상태였다. 잠잠했다. 그러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사람들이 대출을 끌어다 집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 둘 매매가 이어지자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은 더더욱 집 사기에 나섰다. 2021년에는 거의 패닉바잉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고 오랫동안 유지되어 올해 여름까지 이어졌다. 5년 이상의 침체 후에 다시 5년 이상의 호황이었다.


다시 현재로 되돌아 오자.


2022년 여름, 부동산 경기 호황이 끝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에도 핵심은 내부 규제가 아닌 외부 충격으로 보인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연 0.25% 초저금리에서 한 번의 빅 스텝(0.5%p 상승)과 네 번의 자이언트 스텝(0.75%p 상승)을 통해 현재 연 4.0% 까지 기준금리를 올려놓았다. 거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가 강해 몇 차례 더 금리인상이 가능할 거란 예측이 많다. 이에 한국은행 역시 한미 금리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두 번의 빅 스텝(0.5%p 상승)을 거쳐 현재 기준금리는 연 3.25% 이다.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몇 차례 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금리인상은 담보대출에 의존하여 집을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주택 수요를 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집 구매를 위해 4억을 대출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담보대출금리가 2%였을 때 지불하여야 할 월 이자금액은 66만 7천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만약 5%까지 치솟는다면 166만 7천원을 매달 지불해야 한다. 이자비용 증가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100만원 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이걸 감당하고 집을 살까? 쉽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부동산은 심리다.


불과 1년 전에 2%로 대출받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금리가 2~3배 올라버리면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집값마저 하향 곡선을 그린다면 아까도 말했지만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사람은 거의 없다. 거기에 대출규제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이 규제는 풀릴 기미가 없어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낮은 금리로 인한 유동성 증가,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부동산 호황이 5년 이상 길어지는 사이 가계부채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아래 표 참고>





최근의 부동산 불황이 빨리 끝나고 다시 재반등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우선,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환경이 너무나 안좋다. 금리가 높아져 유동성이 흡수되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도 쉽지 않다. 우상향하는 와중에 잠시 출렁거리는 파도라고 하기에 경제상황이 1년전과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하나 더 하면, 사람들의 심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금리 상승까지 일어나니 매수 심리가 더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과연 사람들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집을 살 수 있을까. 내년초에 너도나도 집을 살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부도 관망하고 있다. 주택 가격은 물가 상승률 정도로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좀 떨어지는 것은 정부입장에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불황은 또 위험할 수 있다. 아마 그 때 쯤 되면 규제를 완전히 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앞에서 본 것처럼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다.


이제 정리해보자.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 누군가는 부동산은 무조건 우상향, 과 같은 긍정론을 내세우며 집 사기를 유혹할 수 있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자. 여러 대내외 여건이 부동산 가격의 하향을 지지하고 있는 이때 과연 짧은 불황이 가능하냐고 말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과연 역사에 그런 적이 있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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