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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an 04. 2023

중대선거구제 vs 소선거구제




국회의원 선거구제 논의가 뜨겁다. 연초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이에 언론과 정치권이 호응함에 따라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은 오래된 난제다. 여야 이해관계도 다르고 학계와 국민들의 의견도 갈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선거구제 유지의견과 중대선거구제 전환 찬성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문기사 링크)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1987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제도는 단순하다. 한 선거구당 한 명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현재는 전국을 253개 지역구로 나눠 한 지역구당 1명씩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253명인 이유이다.


하지만 소선구제는 확실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낮은 대표성이다.


한 지역구에 5명이 출마했다고 보자. 그리고 다들 표를 20%씩 고루 얻었다고 하자. 그중 조금 더 득표한 1등이 당선의 영예를 안을 것이고, 나머지 후보자를 지지한 80% 유권자의 표는 사표가 될 것이다. 유권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고 나머지 80%의 민의는 버려지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지만 최근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작년 3월 대구광역시 중구.남구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6명의 후보자가 출마해서 기호 7번 무소속 후보자가 22.39%를 득표하여 21.56%, 19.41%, 18.64%를 득표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되었다. 전체 선거인 19만 5천여 명 중 14만 8천여 명이 투표를 하였고, 그중 3만 2천여 명이 지지한 후보가 전체를 대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낮은 대표성은 당선인에게도 부담이 된다. 우선, 자신의 공약을 지지해준 20%를 위해 성실히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후보의 공약을 지지한 80%의 뜻도 무시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구 전체를 대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의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도 그렇다고 그것을 포기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론 향후 선거를 위해서 20%를 위해 일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모색되는 중대선거구제는 어떨까.


중대선거구제는 선거구를 크게 만들어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최다 득표자 1인이 아니라 일정한 득표수를 차지한 여러 사람이 한 선거구에서 당선되는 제도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구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사표를 방지해서 대표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3월 대구광역시 중구.남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어 총 3명을 선출한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되면 22.39%, 21.56%, 19.41%를 득표한 3명이 당선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 투표자의 63.36%를 대표하게 된다. 1/5에서 2/3으로 대표성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사표도 77.61%에서 36.64%로 반으로 줄어든다.


우리는 과거 국회의원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 적이 있었다. 1973년부터 1985년까지 군부독재시절의 일이었다. 당시 국회의원선거는 한 선거구에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중선거구제였다.


김종인 저,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는 당시의 중선거구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이 제도 하에서는 특정 정당이 한 선거구에 여러 후보를 공천해 1, 2위를 모두 차지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표의 분산을 막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아 대체로 여당과 야당이 각 1명씩 당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당은 단일하고 야당은 분산되어있는 경우가 많으니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도 있다. 박정희 정권은 그런 이유 때문에 중선거구제를 만들어 유지해 왔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중대선거구제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2명 당선 중선거구제와는 또 다른 논의가 될 것이다. 특히 유신헌법 하에서는 국회의원 3분의 1을 대통령이 지명할 수 있었기에 중선거구제 만으로도 여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지만 현재의 중대선거구제는 여야 어디에 유리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남권 65석 중 58석을 가진 여당과 수도권 121석 중 100석을 가진 야당간 치열한 자리 계산이 예상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해당 의석들중 상당수를 다른 당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회 과반을 차지하기 위한 수싸움이 점점 치열해질 것이다.


중대선거구제의 장점은 전술한 높은 비례성과 더불어 승자독식의 구조를 깨고 다양한 정당이 등장하도록 돕는다는데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상대편만 공격하면 이긴다는 후보자간 극단적 경쟁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장점과 능력을 입증해서 표를 얻어야 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가 여러명이기 때문이다) 간접적으로는 지역주의 타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단점도 있을까.


먼저,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인한 정국불안을 들 수 있다. 과거 많은 정치학 교과서에서 내놓았던 단점이다. 한 선거구에서 3명 이상 국회의원이 선출될 경우 이론적으로 양당 외에 다른 정당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경우 양당제가 꽤 오랜 기간 견고하게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로 인한 다당제로의 변화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단기간에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상황은 일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30곳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시범 실시되었는데, 양당이 아닌 군소정당이 당선된 사례는 전체 109석 중 4석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한국 정치 현실에서 이것을 단점으로 꼽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음으로, 선거구 범위 확대로 인한 선거 비용 증가를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대선거구제하의 선거구는 기존 소선거구제하의 선거구보다 몇 배 크게 구획될 것이다. 따라서 한 후보자가 커버해야 할 선거구의 범위가 기존보다 더 넓어지게 된다. 당연히 선거인 수도 증가하며 선거운동 범위도 넓어지게 될 것이다. 거기에 군소 정당후보가 늘어나면서 후보자 수도 급증하면 전체 선거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일본은 과거 소선거구제에서 2인에서 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였는데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 정치가 심화되어 1993년에 다시 소선거구제로 돌아간 역사가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당내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소선거구제는 단순함의 장점과 더불어 낮은 대표성의 단점을 가진 제도이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높은 대표성과 다당제 등장의 장점과 더불어 정국불안과 높은 선거비용의 단점을 가진 제도이다. 그리고 그 논의의 중심에 여야의 정치역학적 관계와 의원들 간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 따라서 선거구제 개편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이러한 논의를 통해 국민들이 소선거구제의 낮은 대표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치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 정치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심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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