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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옥 Oct 18. 2023

단편소설,「귀가」 01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귀가



박현옥



이른 아침부터 엄마가 포항에 다녀오자며 법석을 떠는 통에 잠을 설쳤다. 죽도시장에 가서 오징어와 고등어를 사 와야 한다고 했다. 


“굳이? 오늘?”


나야 며칠 쉬러 내려온 터라 상관은 없었지만, 엄마와 아버지는 달랐다. 나와 민영이 결혼한 이듬해 부모님은 서울의 설계사무소를 접고 문경으로 내려왔다. 서울 집을 전세로 돌려놓고, 시골집 하나를 매입한 뒤 거기서 살았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새로 사업자등록을 한 다음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몇 건 맡아 했는데, 작년부터는 인건비를 줄여야겠다며 엄마를 데리고 다녔다. 엄마는 내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면서도 기어이 아버지를 따라 현장으로 나갔다. 주로 현장 청소를 하거나 인부들을 챙기는 등의 일을 했는데, 간혹 무겁지 않은 자재를 나르거나 페인트칠 같은 잡무도 도맡아 했다.


“네 아빠가 현장에서 바로 일당을 계산해서 현찰로 준다.”


간밤에 엄마가 막 도착한 나를 따로 불러 20만 원을 건넸다. 서울로 올라가면 민영과 외식이라도 하라면서.


“민영인, 많이 바쁘대?”


오만 원짜리 뭉치를 쥔 엄마의 엄지손톱 절반이 까맣게 멍들어 있었다. 나는 민영이 집을 나갔다는 말 대신 회사 일이 많다고, 오늘도 출근을 해야 한다고 얼버무렸다. 엄마에게 뭘 하다가 다쳤느냐고 물었더니 방부목 데크를 나르다가 손가락을 짓찧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는 현장에다가 나무 바닥으로 된 테라스를 만드는 중이라고 신이 나서 설명했다.


야외작업을 할 수 없을 만큼 비가 내리거나 콘크리트를 양생하는 게 아니면 두 사람은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아버지는 천변에 카페를 하나 신축하는 중이었고, 오늘은 바닥 온수관에 덧바른 시멘트를 굳히는 날이었다. 목공 팀이 오후에 가서 건물 외부를 작업하는 것 말고는 일이 없었다. 늦가을에 비가 온 뒤로 모처럼 쉬는 날이기도 했다.


“날도 추운데 무슨 포항까지 가서 생선을 사….”


엄마는 이런 날일수록 누워 있기보다는 그간 못 들른 데를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내려와서 누워만 있다가 가면 아쉽지 않겠느냐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엄마에게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군말 없이 옷을 꿰어 입었다. 실로 부지런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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